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는다?
CCUS 알아보기
그리고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만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2035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협정 이후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이 목표에 동참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 로드맵을 살펴보면 대부분 목표가 '배출량 저감'과 '흡수량 증대'로 나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출량 저감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대체하는 등 비교적 직관적인 방안입니다. 그렇다면, 흡수량 증대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보통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을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현재 대부분 국가는 이번 기사의 주제인 CCUS를 '흡수량 증대'의 실질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CCUS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죠? CCUS는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어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저장하는 기술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어질 본문에서는 CCUS를 구성하는 요소인 포집, 활용 그리고 저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산화탄소 포집, Carbon Capture
탄소 포집 기술은 공정1)중 이산화탄소를 언제 포집하는지에 따라 연소 후 포집(Post-combustion Carbon Capture), 연소 전 포집(Pre-combustion Carbon Capture), 그리고 연소 중 포집(Carbon Capture During Combustion)으로 나뉩니다.
이 중 현재 가장 상용화되어 있는 기술은 연소 후 포집 기술입니다. 이는 공정 중 발생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입니다. 기존 공정을 고칠 필요가 없고 단순히 액체 흡수제 또는 고체 흡수제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소 등에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여러 물질이 포함돼 있어, 이산화탄소만을 별도로 추출·정제하고 농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분명 단점입니다.
연소 전 포집 기술은 주로 석탄가스화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화석연료를 연소 전에 처리하여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전환한 후 이산화탄소는 분리하고, 수소를 연소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과정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는 농도와 압력이 높아 분리가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소 전 연료 전환 과정이 다른 기술에 비해 복잡하여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연소 중 포집 기술은 연료를 태울 때 공기 대신 순수한 산소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순수한 산소를 사용할 경우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분리가 쉬워지며,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는 질소화합물·황산화물 등의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산소를 만드는 데도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비교적 소규모 발전 시설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2. 이산화탄소 활용, Carbon Utilization
앞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았다면, 이제 모아놓은 이산화탄소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차례입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별도의 전환 과정 없이 이산화탄소 그 자체로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환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유용한 다른 물질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직접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석유 유정2)에 주입하여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석유 회수 증진 기술(EOR; Enhanced Oil Recovery)3)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디카페인 음료를 만들고 탄산 음료에 주입하는 등 식품 제조 공정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환 과정을 거치는 경우 이산화탄소를 화학반응 원료로 사용하여 연료, 기초 화학 제품 등 다양한 탄소화합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생물학적 전환을 거쳐 바이오 매스나 바이오 디젤 등 바이오 기반 유용 물질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칼리 토금속을 포함하는 광물 또는 수용액과 반응시켜 탄산염 광물로 바꾸는 광물화 과정을 통해 콘크리트를 만들어 건축 및 산업 소재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3. 이산화탄소 저장, Carbon Storage
CCUS 기술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바로 이산화탄소 저장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 후 남은 이산화탄소는 저장하여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은 크게 지중 저장과 해양 저장으로 나뉩니다.
지중 저장 기술은 해저나 육상 750~1,000m 깊이의 적합한 지층을 찾아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기술입니다. 저장에는 암염 공동4), 고갈된 가스전 혹은 대수층5)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저장 용량), 얼마나 쉽게 주입할 수 있는지(주입성), 그리고 활용을 위해 다시 추출하기 쉬운지, 다른 곳으로 쉽게 확산되지 않는지(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지역을 선정하게 됩니다.
지중 저장은 현재 가장 상용화된 방법으로 특히 이산화탄소 활용에서 잠시 소개했던 석유 회수 증진 기술과 접목되기도 합니다. 캐나다 Weyburn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요. 이는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과 석유 회수 증진 기술을 사업적으로 접목한 첫 번째 프로젝트로 200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는 하루에 3,000~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수송하고 저장하며, 연간 3백만 톤, 총 2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지역의 경우 총 963개의 유정이 개발되었을 정도로 석유를 이미 오래전부터 생산하여 저장 용량이 충분하고 지질학적으로도 공극률과 투과성이 좋은 다량의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주입성과 폐쇄성이 뛰어납니다.
해양 저장 기술은 해저 3,000m 이하에 이산화탄소를 분사하여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저장할 경우 향후 500년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저장할 수 있을 만큼 저장 용량이 방대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산화탄소를 해양 저장하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해양 생태계 파괴와 해양의 산성화 같은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기로 전 세계적으로 협의된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탄소 중립을 위한 필수적인 발판 중 하나인 CCUS 기술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이 예상했던 부분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CCUS를 처음 들었을 때는 공기청정기와 같이 어떤 공장을 설치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주는 기술 같았지만, 사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공장들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DAC(Direct Air Capture) 기술도 현재 연구 중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대기 중에 0.04%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어쩌면 미래의 공학자들인 여러분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OECD 소속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 환경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지속 가능 개발 시나리오에서도 감축 예정 CO2의 무려 15%, 약 10.4Gt을 CCUS를 통해 달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CCUS는 탄소 중립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이산화탄소 포집부터 사용, 저장까지 CCUS에 대해 폭넓게 알아봤는데요, 탄소 중립을 위한 강력한 무기 CCUS! 흥미롭지 않은가요?
'공대생의 논문 읽기: CCUS 알아보기'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주석
1)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공정에는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소에서의 연소 과정, 또는 시멘트 생산, 강철 제조 과정 등이 있습니다.
2) 유정(油井)은 지표면을 뚫어 석유를 채취하는 구멍입니다.
3) 석유 시추는 지표면과 지하의 압력 차이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함으로써 지하의 압력을 높여 석유 시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4) 소금 동굴 (Salt Cavern)
5) 물을 충분히 함유, 방출하는,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암석층
참고 문헌
Lee, Sanghyeok, Mugung Lee, Woong Jeon, Minseok Son, and Sokhee P. Jung. "Current Status and Perspectives of Carbon Capture and Storag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Environmental Engineering 44, no. 12 (2022): 652-664.
전예리. "CCU(이산화탄소 활용)." 기술 동향 브리프. KISTEP 거대공공사업센터. 여준석 부연구위원, 김태영 연구원. 2022.8.16
International Energy Agency. "CCUS in the Transition to Net-Zero Emissions - CCUS in Clean Energy Transitions - Analysis." Accessed February 6, 2024. https://www.iea.org/reports/ccus-in-clean-energy-transitions/ccus-in-the-transition-to-net-zero-emissions.
Net Zero Climate. 'What is Net Zero?' Net Zero Climate. Accessed February 6, 2024. https://netzeroclimate.org/what-is-net-zero-2/.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 Accessed February 6, 2024. https://www.2050cnc.go.kr/base/contents/view?contentsNo=58&menuLevel=2&menuN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