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공대상상 ‘사회 속의 공대생’에서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시고 정유 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 재직하고 계신 신동욱 선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A.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현대오일뱅크에 다니고 있는 신동욱이라고 합니다. 공상 독자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 Q. 현대오일뱅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 A. 현대오일뱅크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유 회사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유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오는데요. 수입해 온 원유를 국내 공장에서 끓는점 차이로 분리하고 정제해 순도를 높여 항공유, 휘발유, 납사1 등을 생산하고, 이를 판매하는 일련의 업무를 하는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림 1. 현대오일뱅크 사업요약(출처_ 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1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
- Q. 현대오일뱅크에서 선배님이 담당하고 계신 직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A. 제가 속한 팀은 ‘공정자동화’팀으로, 주 직무는 APC의 개선과 유지 보수 및 관리입니다. APC는 ‘Advanced Process Control’의 약자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고급 공정 제어를 의미하며, 공정 내의 주요 변수를 설정하고 공정을 목표 운전 방향에 맞게 제어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시황에 따라 이윤이 가장 높은 특정 제품을 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연료나 증기의 사용량과 같은 해당 제품 생산량과 관련이 있는 일련의 변수 묶음을 제어합니다. 즉, 제품의 생산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맞게 변수들을 조절하여, 제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업무를 합니다.
- Q. 담당 직무만이 가지는 매력,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A. 보통 공정 엔지니어의 경우 한 두 개의 공정에 대해 자세하고 깊게 알아야 하는데, 제 직무는 특성상 APC가 적용된 여러 공정 전반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공정들에 대해 다소 얕지만 폭 넓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 출장이 힘들지만, APC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교류할 일이 많아 국내외 출장을 갈 일이 생각보다 잦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 Q. 화학생물공학부의 여러 분야 중 원유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해당 담당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A. 일단 전공 지식을 살려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공 과목 중 ‘분리공정과 반응공학’ 등의 과목을 인상깊게 들어서 자연스레 해당 지식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정유 산업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제가 지금 맡은 직무는 사실 처음 생각하던 직무는 아니었습니다. 회사 채용 절차상 먼저 엔지니어 직군으로 채용을 확정한 뒤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갈 때 각 직무에 배치를 받았는데, 저는 당시에는 공정 엔지니어 업무를 희망했습니다. 팀별로 인원이 필요한 상황에 따라 희망과는 다른 부서로 배치되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직무의 장점과 매력에 현재는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 Q. 학부에서 배운 전공과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는 지식의 연관성 또는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A. 처음 업무를 배울 때는 모든 게 새롭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이론적인 내용은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분리공정 등의 배경 지식이 있다면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이렇게 전공 지식이 실제 업무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차이점은 실제 현장에서는 항상 이론과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 같아요. 이론을 배울 때는 단순화를 위한 가정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실제 공정을 돌리다 보면 이론에서 고려하지 않은 복잡한 변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 촉매 수명이 3개월이라고 알고있었지만, 실제 운전 조건하에서는 그보다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론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촉매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다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과 같이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Q. 담당 직무를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을 뽑자면 무엇이 있나요?
- A. 전공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당연한 이야기일 테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협업 및 소통 능력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업무를 하다 보면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하기 힘든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 관련 타 부서에 연락하여 협조 요청을 해야 하고 반대로 타 부서에서도 자주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소통의 과정에서 마찰과 오해가 생기기 쉬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엔 모르는 것이 많아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배우려 노력했는데요. 현장 부서와 연락할 때는 메일보다 전화가 답변을 받기 수월하다는 점도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되었죠. 물론 전화로 미리 이야기를 한 사항에 대해 확인 및 기록을 위한 메일을 작성하는 등 나름의 요령도 생겼습니다. 이때 한 번 질문한 내용은 잘 정리하여 다시 물어보는 일은 없도록 노력은 해야겠죠(웃음). 제가 말한 역량을 미리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린 마음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임한다면 협업과 소통 능력은 자연스레 길러질테니까요.
- Q. 근무를 하시면서 겪었던 보람차던 일 또는 어려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A. 제 업무인 APC의 개선을 통해 연간 얼마만큼의 수익을 추가로 낼 수 있는지를 확인했을 때가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실제 잘 하고 있는지,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수치로 ‘내가 한 일이 큰 가치가 있는 일이었구나.’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려웠던 일은 외부 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업무였습니다. APC 작업을 하는 공정의 운전 부서와 외부 업체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양 측이 원하는 방향이 크게 다를 때 의견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협업 및 소통 능력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고 느꼈던 계기 중 하나였죠.
- Q. 근무를 하시면서 겪었던 보람차던 일 또는 어려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A. 제 업무인 APC의 개선을 통해 연간 얼마만큼의 수익을 추가로 낼 수 있는지를 확인했을 때가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실제 잘 하고 있는지,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수치로 ‘내가 한 일이 큰 가치가 있는 일이었구나.’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려웠던 일은 외부 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업무였습니다. APC 작업을 하는 공정의 운전 부서와 외부 업체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양 측이 원하는 방향이 크게 다를 때 의견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협업 및 소통 능력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고 느꼈던 계기 중 하나였죠.
- Q. 입사 전 생각하던 업무와 실제 업무 간의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A. 대학 시절 상상했던 회사 모습은 제가 주도적으로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 배운 지식을 토대로 이것저것 적용해보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입사를 해보니 업무에 대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장의 공장에도 다양한 장치가 있는데 하나하나 어떠한 원리로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고, APC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공부가 필요하더라고요. 어느정도 익히면 본격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겠죠. 물론 상상과는 다르지만 상상했던 모습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Q. 졸업 후 다양한 진로 중 취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A. 저는 전공 수업을 들을 때 배운 이론을 활용하여 실제 산업에 적용한 사례에 더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어요. 내가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는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업무를 통해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제 성격이 다른 진로 대신 취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공정 제어 및 설계’ 과목을 수강했던 경험을 살려 업무에 적용하는 중이죠.
- Q. 취업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A.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전공 관련 지식과 역량에 있어서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저는 ‘내가 지원한 회사에 이만큼 관심이 있고 많이 알아보고 지원하였다’ 라는 점을 어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회사 이름을 검색하여 나오는 약 6개월치 뉴스 기사들을 쭉 읽어보고 회사가 미래 나아갈 방향 및 핵심 사업에 대한 내용을 스크랩해두고 틈틈이 읽어보았어요. 실제 면접장에서도 회사가 현재 어떠한 상황이며 내 전공과 성격을 고려하여 잘 맞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언급한 점이 평가에 있어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확신합니다.
- Q. 취업을 준비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A.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압박이었습니다. 지원자는 1차 서류 평가부터 시작해서 2차 면접, 3차 면접 및 임원 면접까지 일련의 채용 과정을 거치면서 매번 합격/불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합격하여 다음 절차로 나아가면 다행이지만, 불합격을 하는 경우 왜 불합격인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요. 면접을 복기하면서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기도 하고 ‘다음 면접에서는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준비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답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고 심리적 압박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마치 면접이 아니라 소개팅을 나간 사람처럼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나 같은 인재를 몰라보고 회사만 손해지 뭐’라는 식으로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가짐이 취업 준비 기간 동안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 Q. 공과대학에 재학중인 후배들, 그리고 공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 A. 이미 재학중인 후배들은 어떤 활동이든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봉사활동도 좋고, 여행도 좋고, 취미를 살린 동아리 활동도 좋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좋아하는구나.’라며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제 스스로에 대해 정말 몰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취준 기간에는 나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공상 독자 여러분들은 저처럼 늦게 헤매지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공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도 물론 좋지만 대학교에 들어와서 배울 내용이 많기에 미리 기초 학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수학과 과학 공부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 Q. 선배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A. 3~4년 안에 현재 맡은 업무에 있어서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할 정도의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금전적인 또는 다른 이유로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하듯이 회사도 저를 필요로 하는 점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은 결과물로 보여주어야 하기에 내 실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요즘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아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도 또 다른 목표인데,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결국 첫 번째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느끼고 제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 Q. 마지막으로 공대상상 독자분들께 간단하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A. 고등학생 독자분들을 생각하니, 제가 고등학생으로 공대상상 캠프에 참여했던 예전이 떠오르네요. 그때는 대학생 형 누나들이 정말 멋져 보였었는데 벌써 졸업을 하고 인터뷰를 요청 받는 입장에서 어린 나이의 여러분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부럽기도 합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학업도 쉽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대학 입시를 위해 노력한 경험은 앞으로도 있을 인생의 허들을 뛰어넘는 데 충분한 원동력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몸의 근육이 기억할테니까요. 여러분과 저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며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