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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의 A부터 Z까지 파헤치기

암은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질병일 정도로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질병입니다.
이에 맞서서 인류는 ‘항암제’라는 무기를 가지고 이전부터 꾸준히 암과 싸워왔고,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해왔죠. ‘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제를 의미합니다.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그 원리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 항암제로 구분하곤 합니다.
오늘은 항암제의 변천사와 함께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연구 주제였던 3세대 항암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 화학생물공학부 1 권주영 편집. 에너지자원공학과 2 정영근
그림 1. 암세포의 모습
먼저, 1세대 항암제는 화학항암제입니다. 이는 암세포가 일반적인 세포에 비해서 분열이 빠르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분열이 빠른 세포들을 골라서 공격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세포 중에는 분열 속도가 빠른 정상 세포들도 있어 이러한 세포들도 함께 손상을 입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우리 몸의 모낭세포1 나 소화 장기 내벽 세포2 , 혈액 전구체 세포3 등은 분열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그러므로 1세대 항암제를 투여 받은 환자는 소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빠지고, 면역력도 약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확실히 죽일 수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이 항암제를 단독, 또는 다른 항암제와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2. 2_2018노벨생리의학상 개요
그러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투여한 항암제가 정상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부작용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정상 세포의 손상을 막으며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없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정상 세포에는 없지만, 암세포만 가지고 있는 특성을 연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암세포는 성장할 때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해 특정한 생체 신호를 만들어내고, 빠른 성장 속도를 위해 암세포만의 고유한 신호들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의 고유한 신호를 선별하고 공격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고, 암세포가 영양분을 얻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1 모낭은 우리 몸의 털을 만드는 피부 기관이고 모낭 세포는 모낭을 구성하는 세포를 말합니다.
2 위, 장 등 우리 몸에서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들의 안쪽 벽을 이루는 세포를 말합니다.
3 분화란 어떠한 세포가 다른 특징을 갖는 세포를 말하는데, 혈액 전구체 세포는 혈액 세포로 분화하는 세포를 의미합니다.
특정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신호를 바탕으로 선택적으로 공격하지만, 그 세기가 약하거나 효과가 미미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암 덩어리에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는 암세포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른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치료 효과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지만, 효과가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이 역시 자주 사용되는 항암제입니다.
그림 3. 1세대 화학항암제의 원리
그림 4. 2세대 화학항암제의 원리
이제 사람들은 ‘면역’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방식으로 암 치료에 접근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면역의 특성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 봅시다. 우리 몸의 면역이 가지는 첫 번째 특성은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공격하지 않되 남은 공격하는 성질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성은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항체들은 각기 다른 구조로 되어 있어, 하나의 항원에는 하나의 항체만 대응됩니다.
그림 5. T세포 표면 단백질과 결합하는 단백질

우리 몸에서의 면역은 주로 T 세포가 다른 세포를 ‘비자기’로 인식하면 공격하여 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T 세포의 기능은 세포 표면의 단백질에 항체가 결합함으로써 자극과 억제 신호가 나타나고, 활성화 정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세포로부터 비롯되기는 했지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에 정상 세포와는 달리 특이적인 항원이 발현됩니다. 따라서, 원래라면 T 세포가 이를 감지하여 암세포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서 T 세포의 억제 면역체크포인트를 활성화시킵니다. 쉽게 얘기하면, T 세포가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죠. 예를 들면, 암세포에 PD-L1이라는 특정한 세포표면 단백질은 T 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하여 T 세포의 기능을 억제합니다.

그림 6. 면역항암제의 원리
암세포와 T 세포 사이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있었던 제임스 P.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암제를 만들게 됩니다. 앨리슨 교수는 이러한 브레이크를 제거한다면, T 세포가 제 역할을 하여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브레이크를 제거해주는 물질을 ‘면역관문억제제’ 라고 합니다. 앨리슨 교수는 T 세포에 붙어있는 ‘CTLA-4’라는 단백질이 T 세포의 활성을 조절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CTLA-4를 억제하는 ‘안티 CTLA-4’ 성분의 항암제를 개발하였습니다. ‘안티 CTLA-4’가 CTLA-4와 결합하게 되면, 암세포가 ‘CTLA-4’와 결합할 수 없게 되어 T 세포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원리로, 혼조 다스쿠 교수는 ‘PD-1’를 억제하는 ‘안티 PD-1’를 억제하는 ‘안티 PD-1’ 성분의 항암제를 개발하여 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이러한 공로로 두 교수는 노벨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면역항암제에 대해 더 보완해야할 점이 있지만, 이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를 이어 나간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최대화하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항암제의 발전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보다 많은 연구로 인류가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날이 빨리 와 더 이상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그림출처
  • https://news.joins.com/article/22516089 (그림 1)
  • https://m.blog.naver.com/hyouncho2/221369430524 (그림 2)
  • https://m.blog.naver.com/e-jadamin/221551020980 (그림 3,4)
  • 면역항암제-약학정보원 학술자문위원 최병철 (그림 5)
  •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2018/summary/ (그림 6)
참고자료
  •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2018/summary/
각주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B%AA%A8%EB%82%AD (모낭세포)
  • https://ko.wikipedia.org/wiki/%EC%84%B8%ED%8F%AC_%EB%B6%84%ED%99%94 (혈액 전구체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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