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지음, 어크로스, 2018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혐오표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공존의 조건을 파괴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혐오표현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 역시 큰 문제이지요.
'말이 칼이 될 때'는 바로 이러한 혐오표현의 의미와 확산 과정,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문제 등을 조명해 우리가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혐오표현은 이유 없이 생겨난 사회 현상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사회집단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터져나온 불만의 증거라고 분석합니다. 한편 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사회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지만, 그것을 규제하고 처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불충분합니다. 혐오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자칫하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때문에 저자는 혐오표현을 '파고들수록 새로운 쟁점과 고민거리가 끝도 없이 나오는 사회적 논쟁의 소재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또한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해외 및 국내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특히 ‘혐오표현금지법’이나 ‘증오범죄법’로 간략히 통칭되는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고자 하는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한다, 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함께 분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표현은 물론이고 우리가 사회적 갈등을 마주했을 때 어떤 입장을 지녀야 하는지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더불어 사회적 혐오표현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당장 몇 달 전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특정 계층, 민족, 종교, 지역의 사람들이 전파 원인으로 지목되며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떠올려볼 수 있는데요. 혐오표현은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건설적인 논의를 막고 합리적인 대처를 늦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를 선동하여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피해는 결국 우리 주변과 사회 전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지요.
특정 집단을 부정적인 존재로 낙인 찍고,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혐오표현! 이 책의 제목인 '말이 칼이 될 때'와 같이,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말이 사실은 혐오표현으로써 칼이 되어 누군가를 찌를 수도, 또 나와 내 가족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공상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혐오표현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사회적 갈등에 혐오표현이 아닌 소통과 공감으로 대응하며 현명하게 해결해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혼마 히데오 지음, 김윤경 옮김, 다산사이언스, 2016
하늘을 나는 비행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한 조각의 DNA를 증폭시켜 질병의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PCR 기술. 이 모든 게 신기하고 궁금한, 호기심 넘치는 수많은 학생 분들이 공학도를 꿈꾸며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여러분이 정작 실제로 연구를 하게 되면 앉아서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끼며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내 적성에 맞지 않나?’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해결책과 위로를 줄 만한 책 ‘공학자의 사고법’을 소개합니다.
‘공학자의 사고법’은 공학의 거장 혼마 히데오 교수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는 책인데요. 공학적 발상으로 보는 관점과 사고방식, 이상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 발상, 발상력 있는 학생을 육성하는 법부터 추구해야 할 기술의 방향성에 이르기까지 총 7개의 주제를 다루며 각각에 대한 작가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50년 동안 공학에 헌신하며 연구해온 혼마 교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만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죠. 연구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완성되는지 등 이공계 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보았을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진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을 공상 독자분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장의 제목인 관점과 사고방식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첫머리에 공학적 발상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혼마 교수는 공학도로서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특히 공학적 발상이란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빠르게 꿰뚫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므로, 결정은 빠르게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핵심을 바로잡으면 문제의 80%가 해결된다는 파레토의 법칙처럼, 혼마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며 무의미하게 고민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혼마 교수는 이런 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고 과감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연구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5장에서는 발상력 있는 학생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혼마 교수의 고민과 해결책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끈기 있고 능동적인 인재는 자기주도적 탐구 과정 속에서 탄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주입식 교육을 통해 지식만 많은 사람이 되는 것과, 스스로 생각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학문을 익히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학문을 익히는 동안 구체적인 방향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 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탐구하도록 한다면,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학생들은 당장은 부담감에 시달리겠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이 쌓이고 밑거름이 되어 훗날 끈기 있는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혼마 교수는 압박과 시련 속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조금 어렵더라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것은 실패가 아니며, 실패라는 것은 없으니 하고 싶은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면 된다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혼마 히데오 교수의 글은 한 번에 술술 읽히진 않습니다. 정독하려면 다른 책들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리지요. 하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혼마 교수의 생각에 공감해보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읽는다면 느끼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공학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 특히 공부해온 과학과 실제 공학 연구의 차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과 위안을 담고 있습니다. 공학도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이번 가을, 이 책과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