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이 부드러운 이유는 바로 아이스크림 속의 ‘공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아이스크림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스펀지처럼 미세한 얼음 알갱이들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솜이 폭신폭신한 질감을 가진 것처럼, 아이스크림 안에 분산되어 있는 공기는 아이스크림의 속을 마치 솜처럼 만들어 그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스크림과 관련해 ‘오버런 (Over-run)’ 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오버런은 아이스크림 원액에 대한 공기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0%의 오버런을 가진 아이스크림은 원액과 공기가 같은 양으로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떠한 방법으로 아이스크림 속에 공기를 집어넣을 수 있을까요?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①재료 혼합 ②저온 살균 ③균질화 ④숙성 ⑤냉각 ⑥경화]의 순서로 이뤄집니다. 이 중 ‘⑤냉각’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스크림 원액에 공기를 집어넣는데요, 이 과정은 ‘Batch Freezer’라고 불리는 냉동장치 안에서 이뤄집니다. 그럼 먼저 냉동장치의 구조를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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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냉동장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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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냉동장치 내부
냉동장치는 긴 원통형 모양을 갖고 있으며 위의 그림과 같이 원통 내부에는 대셔(dasher)가, 외부에는 냉각기가 있습니다. 대셔에는 원통 안에서 회전하며 원통의 벽에 딱 들어맞는 칼날들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원통 밖의 냉각기에는 냉매가 흘러서 원통의 표면 온도를 영하 40도로 낮춰주고, 아이스크림 원액이 벽에 닿는 즉시 얼어붙도록 해줍니다. 냉동장치 내부에 아이스크림 원액과 공기를 집어넣으면, 대셔가 회전하면서 아이스크림 원액이 원통 벽에 닿도록 합니다. 그럼 원액은 그 즉시 얼게 되는데요, 이때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원통 벽에서 얼어붙은 원액이 얼음층이 되어 단열을 일으킵니다. 즉, 단열층이 생겨 벽에 붙지 않은 원액들에겐 냉매의 차가운 열을 전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대셔의 칼날이 회전하면서 아이스크림 원액이 얼자마자 이것을 바로 긁어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아이스크림 결정들 사이에는 회전으로 인해 공기 거품이 갇히게 되는 것이죠! 한편 대부분의 유체 속 공기 거품은 깨지기 쉬워 유지하기가 어려운데요, 아이스크림 속의 공기 거품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바로 냉각장치의 ‘온도’입니다.
한 식품공학 저널에 소개된 실험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을 0℃에서 섞는 것과 영하의 온도를 가진 냉각기에서 섞는 것을 비교했을 때 더 작은 공기 거품을 오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후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20분간 계속 냉각기에서 섞은 원액, 10분 동안은 냉각기에서 섞은 후 남은 10분은 냉각기의 전원을 끈 채로 섞은 원액, 그리고 20분간 계속 0℃에서 섞은 원액들을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 오버런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기 거품은 낮은 온도에서 더 잘 유지됨을 도출하고, Batch Freezer의 급속 동결 기술이 아이스크림 속 공기 거품의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냉동장치가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차가운 상태에서 크림을 계속 휘저어줄 수 없으니,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또,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다시 얼렸을 때 이전처럼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것도 아이스크림 속 공기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의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주는 또 다른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⑤냉각’ 다음 단계인 ‘⑥경화’ 과정의 ‘저온 압출’ 기술입니다. 여기서 경화는, 아이스크림을 더 얼려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냉동장치에서 만들어져 나온 아이스크림은 약 40~50%만 얼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약 -40℃의 경화 장치에서 동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이 얼면서 얼음 결정의 크기는 점점 커지게 되는데요, 이 결정의 크기가 작을수록 아이스크림의 식감이 더 쫀득해지게 됩니다.
그림 4와 같이 저온 압출 기술은 이중 나사 시스템을 이용해 좁은 길로 아이스크림이 이동하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은 높은 압력을 받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속 지방 알갱이들이 서로 더 뭉쳐져 아이스크림의 점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얼음 결정의 성장을 막고 공기 거품의 크기도 작게 유지시켜줍니다. 따라서 저온 압출 기술은 일반적인 경화 과정에 비해 얼음 결정 크기를 2배 이상 감소시켜 아이스크림의 쫀득한 식감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이처럼 식품 공학에서는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냉동장치와 경화 기술들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오늘 알아본 것이 그 중 두 가지인 Batch freezer와 저온 압출 기술인데요, 그 속엔 아이스크림 안에 공기를 넣고 유지하는 원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회전과 온도 그리고 압력이 중요한 요소였는데, 모두 잘 이해하셨나요? 앞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여러분은 크림 반 공기 반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만드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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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 Chang, R.W Hartel, Development of air cells in a batch ice cream freezer, Journal of Food Engineering, Volume 55, Issue 1, 2002, Pages 71-78.
- [2] Goswami TK, Low Temperature Extrusion of Ice Cream : A Review, Journal of Food, Nutrition and Population Health, Volume 1, no.2:11, 2017, Pages 1-4.
- [3] Clarke, Chris. The Science of Ice Cream. Cambridge: NBN International, 2007. RSC Paperbacks. 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