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호에서 소개할 학과는 조선해양공학과입니다.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의 역사가 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알고 계신가요? 무려 1946년, 서울대학교 출범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설립되면서 시작된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 조선과 관련된 어떠한 기반도, 배경도 없었기 때문에 작은 어선 한 척조차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7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한국에서는 세계 조선업계 최강이라는 칭호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공학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선해양공학의 불모지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조선과 해양공학의 발전을 위해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거듭해온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조선업을 이끌어 나가는 조선해양공학자의 요람,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함께 알아봅시다!
그림 1. 조선과 해양공학
1. 조선해양공학과는 어떤 곳인가요?
조선해양공학과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배와 바다를 다루는 학과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배를 만드는 ‘조선’과 바다를 다루는 ‘해양공학’으로 구성되죠. 보통은 조선해양공학과를 생각했을 때 거대한 유람선을 비롯한 다양한 선박을 설계하고 만드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바다의 자원이나 에너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해저에서 발견된 석유나 천연가스를 시추하기 위해서 안전한 해양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해양공학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그렇게 얻어 낸 자원을 더 많이 싣고, 더 안전하게 육지까지 수송하기 위한 선박을 설계하는 것은 조선공학의 역할입니다. 이처럼 조선과 해양공학은 완전히 분리된 두 영역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상호 발전해 나아가는 분야입니다.
2. 주요 분야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크게 유체역학, 구조역학, 생산·설계, 그리고 해양공학의 네 가지 분야를 배웁니다.
그림 2. Short- and long term fatigue damage assessment
2-1. 유체역학
선박 및 해양플랜트와 같이 조선해양공학과에서 다루는 설비들은 물에 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체, 특히 물의 운동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유체역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해양구조물에 가해지는 파도와 조류 등의 다양한 영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체역학은 선박이 받는 저항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의 기본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유체역학을 바탕으로, 그림 2에서와 같이 유체의 지속적인 흐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1 가 누적되는 정도를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의 빨간 부분처럼, 피로가 많이 누적되는 부분은 파괴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우리가 미적분을 하기 위해서는 사칙연산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유체역학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연구의 학문적인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1 피로. 배의 선체와 같은 단단한 물체에 작은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것.
그림 3. Isogeometric optimal design
2-2. 구조공학
선박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두껍고 튼튼하게만 짓다 보면 배가 무거워져서 오히려 쉽게 가라앉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구조공학에서는 선박을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역학을 배우게 됩니다. 더 나아가, 선박에 더 많은 짐을 싣기 위한 방법이나, 선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computational system design
2-3. 생산·설계
앞서 살펴본 유체역학과 구조역학이 조선해양공학의 기본적인 도구라면, 생산·설계는 이를 바탕으로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실제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선박을 설계하는 방법은 물론,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생산 관리를 자동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림 4는 컴퓨터로 선박을 설계할 때, 파이프의 구조를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의 예시입니다. 왼쪽 방법을 이용할 경우, 설계자가 파이프의 모든 통과 지점을 하나하나 입력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설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디자인 수정에 매우 취약해진다는 문제점이 있지요. 하지만 오른쪽 방법은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입력해주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파이프 구조가 자동으로 완성됩니다. 왼쪽의 수작업 결과물과 비교했을 때, 자동으로 생성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사하지 않나요? 이처럼 생산 및 설계에 대한 공부를 바탕으로,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림 5. 해양플랜트 전경
2-4. 해양공학
바닷속 광물 채취부터 조력 발전, 이산화탄소 저장, 인공 수중도시 건설까지, 바다를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중에서도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은 주로 해양 플랜트와 관련해 석유나 가스 등의 해저자원을 탐사하고 시추·생산·수송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해양장비와 안전’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해저에서 수면 위까지 이르는 해양 플랫폼의 각 모듈을 하나씩 설계해봅니다. 압력 용기부터 해저 파이프라인, 밸브와 같은 기본적인 단위들을 직접 설계하면서 학생들은 안전한 해양 플랜트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공학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로부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지난 13년간의 기록을 경신하고,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각광받는 LNG운반선의 경우 전 세계 수주량2 의 100%를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3하는 등 명실상부 국제 조선업을 선도하는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를 통한 운송 비용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수주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국내 조선업계의 활약이 더더욱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도 배와 바다를 보고 품었던 낭만을 마음껏 펼치며,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와 함께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공학도가 되길 바랍니다!
2 수주량. 주문 받은 수량.
3 수주. 생산업자가 주문을 받는 것으로, 여기서는 국내 조선업체가 선박 생산에 대한 주문을 받는 것을 의미.
- 참고문헌
- [1] 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조선업계 상반기 수주량 13년만에 최대…267억 달러: 전세계 발주량의 44% 수주…고부가가치 선박은 61% 따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12 Jul. 2021,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9987 Accessed 24 Oct 2021.
- [2]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https://ship.snu.ac.kr/ Accessed 24 Oct 2021.
- Reference
- [1] 미래 해양플랜트 핵심기술 개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https://www.kriso.re.kr Accessed 25 Oct 2021.
- [2] Short- and long-term fatigue damage assessment. 해양유체역학연구실, https://mhl.snu.ac.kr/sub.php?code=9S627MMR&category=10 Accessed 23 Oct 2021.
- [3] Isogeometric optimal design. 전산구조연구실, https://csml.snu.ac.kr/research/researches.php Accessed 23 Oct 2021.
- [4] Computational system design. 시스템설계연구실, https://sydlab.snu.ac.kr/xe/page_UDcZ19Accessed 23 Oct 2021
- [5] 해양플랜트 전경, 해양뉴스레터 Jul 2018, https://www.ilovesea.or.kr/newsletter/201807/person.do/ Accessed 25 Oc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