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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기술과 푸드테크

글. 에너지자원공학과 3 곽정원 편집. 기계공학부 4 정윤종
정말 찜통 같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날씨입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요,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는 이러한 기후위기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림 1.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중 기후위기 패러디 장면
애니메이션에서 바트 심슨은 “올해는 내 인생 최고로 더운 여름이야.”라고 말하는데요, 이를 들은 아버지인 호머 심슨이 “올해는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앞으로 남은 여름이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보다 더 힘겨워질 것을 경고하는 장면으로 보여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장면입니다. 물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웃음과 재치의 요소를 첨가한 장면이었지만, 현재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발간한 6차 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 영향에 의해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합니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올랐으며, 만약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어선다면 50년 빈도의 극한 폭염이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애니메이션 속 농담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듯 최근 들어 환경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떠오르면서 여러 종류의 친환경 기술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공학 미래를 IT다] 코너에서는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또 여러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공학 기술 연구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만큼 미래 세대를 위해서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지속가능성’이란

지속 가능한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지속가능성’이란 특정한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태계 유지, 환경 용량 유지, 생물 다양성 유지 등을 의미하는 ‘환경적 지속가능성’, 소비 및 생산 등 경제활동 유지, 고용 창출, 삶의 질 증대 등을 의미하는 ‘경제적 지속가능성’, 계층 간 형평성, 자원의 공평한 분배, 불이익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의미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3E라고도 불리는 Ecology(생태), Economy(경제), Equity(평등)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속가능성 다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이어져 나오게 됩니다. 먼저, ‘발전’이란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합니다. 1992년 UN에서 채택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서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요구를 공평하게 충족시키면서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는 선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렇게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점차 중요해지자 UN은 2015년 9월, 2030년까지의 목표를 담은 SDGs(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새롭게 발표합니다. 총 17개의 주요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통해 기존 개발 목표였던 MDGs(밀레니엄 개발 목표)보다 더 포괄적으로 국제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설정했어요. 17개의 주요 목표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까지 목표의 대상으로 포함하였으며, 분야 또한 MDGs가 빈곤과 의료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만 다뤘던 것과 달리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의 지구환경 문제, 경제성장과 사회구조 등의 경제사회 문제까지 훨씬 더 포괄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가 당장의 편리함만을 위해 환경을 해치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공존할 수 있게끔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림 2.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지속 가능한 기술’이란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한 ‘지속 가능’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여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기술이라면 모두 지속 가능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속 가능’의 개념에 있어 환경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나 사회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요. 환경,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촉진시키는 기술을 지속 가능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친환경 및 저탄소 기술은 물론이고, 대체에너지, 푸드테크,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등의 기술을 모두 포함해요.

지속 가능한 기술에는 세 가지 주요 특징이 있는데요, 바로 ‘대체’, ‘예방’, ‘효율’입니다. 먼저, 지속 가능한 기술은 비생분해성 물질을 생분해성 물질로 대체하거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대체합니다. 새로운 생분해성 재료를 개발하거나 기존 사물들의 재료를 바꾸려는 기술이 이에 해당하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대체에너지 기술과 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룰 푸드테크 기술도 여기에 해당하겠네요. 두 번째로, 지속 가능한 기술은 환경, 경제, 사회적 문제들의 발생을 예방합니다. 부정적인 환경 영향 발생을 예방하는 친환경 기술들이 대표적이겠지만, 장애인 혹은 환자들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기술과 해당 지역사회의 인프라 수준을 고려하여 만드는 적정기술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기술은 에너지와 자원 사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입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여 달리는 전기차 기술이나 훨씬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친환경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이 이에 해당하며, 도시 혹은 가정 단위에서 전기, 물 등의 에너지와 자원 사용량을 체크하고 과소비를 방지하는 스마트시티 및 스마트홈 기술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속 가능한 푸드테크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지속 가능’의 개념이 워낙 넓다 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지속 가능한 기술들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식품산업에 신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푸드테크 분야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려고 해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 축산업은 가축 도살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육식 위주의 식사 증가로 인한 성인병, 고지혈증, 암 등의 각종 질병 발생 문제, 다량의 가축 사료 제조로 인한 인간 식량 부족 문제와 목초지를 위한 산림 파괴 문제 등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 축산업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푸드테크 기술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그림 3. 대체육(좌), 배양육(우)
먼저, 육류를 대체하는 기술에는 대체육과 배양육,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체육 기술이란 식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실제 고기와 유사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콩, 밀과 버섯 등으로부터 식물성 단백질을 얻어 압출성형1등의 공정을 활용하여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인데요, 아직까지는 실제 고기의 풍미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식물성 재료로도 실제 고기의 맛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는 비밀은 바로 ‘헴 (heme)’ 성분을 이용하는 것에 있습니다. 헴은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성분으로, 철분과 아미노산이 결합한 분자입니다.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인 헴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고기 맛이 나도록 만드는 성분이지요. 식물의 헴 분자는 육류에서 발견되는 헴 분자와 동일한데요, 이를 이용해 미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나 콩 식물의 뿌리로부터 헴을 추출하여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대체육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1 압출성형: 원료를 압출기에 공급하고 금형에서 밀어내어 일정한 모양의 단면을 가진 연속체로 변환하는 성형법. (두산백과)

그림 4. 헴(Heme)
특히 푸드테크 분야의 대표 브랜드인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는 콩 뿌리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의 효모를 배양해 이러한 헴 분자를 대량 생산했는데요, 레그헤모글로빈은 육류의 ‘미오글로빈’이라는 성분과 유사한 3차원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고기의 독특한 향과 맛을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헴 성분을 추출한 후에는 감자 단백질, 코코넛 지방, 간 밀 등을 혼합하여 실제 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을 냈고, 육즙 대신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여 육즙까지도 재현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헴 분자 종류, 헴 분자 추출 방법, 추출 후 혼합하는 재료 및 비율에 따라 다양한 제조 방법들이 있으며, 해조류로부터 헴을 추출한 후 생선 연육과 섞어 만드는 대체육, 콩과 호박 등으로부터 헴을 추출한 후 비트 주스를 섞어 만드는 대체육 등 다양한 회사에서 자체적인 방법으로 대체육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배양육 기술인데요, 가축으로부터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고 이를 3D프린팅을 통해 모양을 만들어 사람들이 먹는 육류 제품과 흡사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먼저,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를 떼낸 다음 줄기세포2를 추출합니다. 이후 추출된 줄기세포를 혈청이 든 용기에 투입하면, 줄기세포는 혈청을 영양소로 삼아 근육세포로 분화하게 돼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게 되면 국수 가닥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를 3D프린팅으로 성형하여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입니다. 기존 축산업보다 생산 주기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포 증식 한계가 존재하고, 초기 배양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로부터의 채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물론 이론적으로 무한히 증식하는 불멸화세포3 나 세포 증식 한계가 높은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동물에서 추출하는 세포 수를 줄일 수 있지만, 일종의 암세포로도 볼 수 있는 무한 증식 세포가 식품으로 허가받을 수 있을지, 허가받는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뒤따릅니다. 또 실제 고기는 근육과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배양육 제조 기업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근육이나 지방 중 한 가지로만 배양육을 생산하고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에요. 최근에는 더 비슷한 식감을 내기 위한 첨가물 연구와 3D프린팅 대신 배양 과정에서부터 두껍게 3차원 형상으로 배양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줄기세포: 원시단계의 세포로 어떤 기관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만능세포. (분자·세포생물학백과)

3 불멸화세포: 특정 조건 하에서 높은 증식 능력을 보유하여 장기간 동안 증식을 하며, 반영구적인 증식 활성을 보이는 세포. 일종의 암세포. (두산백과)

그림 5. 배양육의 원리 및 제조방법
육류 외에 우유를 대체하려는 대체우유 기술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대체우유 기술은 대체육의 원리처럼 두유, 아몬드 우유, 귀리 우유, 코코넛 우유, 감자 우유 등 식물성 재료로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를 제조하는 것입니다. 최근 스타벅스 콜롬비아에서 새롭게 추가한 비건 우유인 ‘낫밀크(NotMilk)’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낫밀크는 칠레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낫코(NotCo)’에서 AI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대체우유입니다. 낫코는 ‘진짜 우유’스러운 맛과 질감을 재현해내기 위한 AI를 구축하고, 우유와 유제품 성분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한 후 30만여 개 이상의 식물 특성을 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유 및 유제품 성분을 모방할 수 있는 조합을 찾았고, 유명 셰프들로 구성된 팀이 해당 조합을 직접 요리해 맛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평가 결과는 인공신경망의 한 종류인 생성적 신경망(Generative Neural Network)에 기입했고, 신경망에 연결된 AI는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을 거듭해 최적화된 조합을 내놓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최종 결과가 바로 파인애플과 양배추를 소량 사용하고, 치커리 뿌리와 코코넛으로 질감을 구현한 ‘낫밀크’였다고 해요. 이들은 기존의 대체우유에는 사용된 적이 없는 원료였지만,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통해 나온 결과물인 만큼 우유와 맛도 흡사하면서 거품도 나고, 홀짝이거나 후루룩 마실 때의 질감까지 완벽하게 모사한 대체우유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 6. 낫밀크
이렇게 이번 기사에서는 지속 가능한 기술과 푸드테크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요즘에는 모든 분야에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린 푸드테크 기술들 외에도 지속 가능한 기술들은 정말 많으니 관심을 두고 더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점차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지속 가능한 기술과 푸드테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참고 문헌
사진 출처
그림 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6199
그림 2. https://www.unesco.or.kr/data/unesco_news/view/764/1094/page/0
그림 3.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25 , https://www.sciencetimes.co.kr/news/대체육-vs-배양육-새-단백질-먹거리의-승자는/
그림 4. https://www.scienceall.com/%ED%97%B4heme-2/
그림 5. https://www.sciencetimes.co.kr/news/대체육-vs-배양육-새-단백질-먹거리의-승자는//
그림 4. https://greenium.kr/비즈니스-테크-ai-대체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