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문화탐방 공대생의 문화탐방

영화 <마녀>

유전자 조작, 실제로 가능할까?

글. 화학생물공학부 1 채민규 편집. 원자핵공학과 4 이지현
그림 1. <마녀> 포스터
공상 독자 여러분들은 영화 <마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마녀>는 흥미로운 설정과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최근에는 <마녀2>가 개봉하였습니다!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은 엄청난 괴력과 속도, 물질 조작능력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어 태어났습니다. 벽을 맨손으로 부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놀라운 능력들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전자를 조작하여 주인공이 갖고 있는 능력들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번 공대생의 눈으로 영화보기 코너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현실에서 가능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림 2. 원하는 유전적 성질만을 가지는 맞춤형 아기
1. 유전자 조작 아기(Designer baby)
유전자 조작 아기(Designer baby), 맞춤 아기는 유전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유전적 성질이나 성격, 재능, 수명 등이 원하는 대로 맞춰진 아기를 의미합니다. 영화에서는 더 강하고 민첩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유전자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 주인공처럼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는 아이가 탄생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아기가 있을까요? 중국 선전 난팡과학기술대학교의 허젠쿠이 교수는 유전자 가위기술에 의해 유전자가 편집된 쌍둥이 여아가 태어났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어떠한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전자를 편집한 것이 아니라 쌍둥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밝혔죠. 쌍둥이의 부모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해주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학계에 논란을 일으켰고, 심지어 허젠쿠이 교수가 학계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분명 아이의 병을 고치는 좋은 일을 했는데 왜 다른 과학자들은 허젠쿠이 교수를 비난했을까요?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윤리적인 문제입니다. 만약에 맞춤형 아기 기술이 계속 연구되어 상업화된다면 미래의 부모들은 자기의 아기가 더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록 조작을 할 것이고,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아기는 버리는 반인륜적인 행위도 발생할 수 있겠죠. 또한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서 유전병이 있는 아기가 태어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맞춤형 아기를 연구하는 데에는 여러 윤리적, 도덕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미국에서 열린 ‘유전자 교정을 논하는 국제회의’에서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배아단계까지만 실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학계에서 인간의 유전자 편집 시도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만큼 원하는 형질1 을 갖는 아이가 태어나도록 교정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양 또는 성질

그림 3. BCI 기술을 테스트중인 라오 교수(좌)와 스토코 교수(우)의 모습
2.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과 같은 초능력자들은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여 스스로에게 총을 쏘게 하는 장면이나 칼을 휘두르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정신 조종은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걸까요?

당연히 현재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정신조종은 불가능하지만, 이와 비슷한 기술로는 바로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to Computer Interface, BCI)가 있습니다. BCI란 뇌파를 이용하여 로봇이나 BCI와 연결된 신체를 생각대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입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물을 떠오기 귀찮거나 불을 끄기 귀찮을 때, 내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 대신 일을 해주는 로봇 등을 떠올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BCI 기술이 바로 우리가 상상했던 로봇에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워싱턴대의 연구진은 한 사람의 뇌파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 원격으로 손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라제시 라오 교수는 뇌활동을 기록하는 장치를 쓰고, 동료 교수인 안드레아 스토코는 뇌에 자극을 전달하는 기기를 장착한 뒤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하던 라오 교수는 목표물에 총을 쏘는 상상을 하고, 실제로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공간에 있던 스토코 교수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른쪽 검지를 움직여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된 것이지요!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일상생활부터 긴급한 상황까지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의 뇌파만으로도 기기가 작동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 조종사들이 공중에서 정신을 잃었을 때에도 BCI 기술을 이용하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재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한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읽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신호에 반응하여 움찔하는 증상을 나타낸 것이지요. 또한 사진에서 보는것과 같이 뇌파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특별한 장치를 써서 뇌파를 분석해야 합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무런 장치 없이 다른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3.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발현, 암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벽은 부수는 괴력을 보여주는데요. 과연 작은 체구에서 저렇게 큰 힘이 나오는 현상은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을까요? 바로 유전자의 수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림 4. 근육세포의 모습
근육세포를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비정상적으로 발현시켜서 근육세포의 수가 순간적으로 증가된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육세포의 수가 순간적으로 많아지면 실처럼 생긴 근육세포가 더 큰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처럼 유전자를 아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epigenetic)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DNA에는 22,000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세포마다 필요한 유전자만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고 필요하지 않은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게 함으로써 기능을 수행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포 메커니즘이 고장나면 암을 유발할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p53 유전자인데요. 이 유전자의 여러 역할 중 하나는 세포 주기를 멈추게 하여 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유전자가 세포 성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세포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분열을 진행하므로 더 많은 돌연변이를 낳게 되어 결국 암으로 진행됩니다.
아직까지는 유전자의 수를 늘리는 연구보다 억제해서 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로 알려진 EZH2로 유전자의 수를 억제하여 전립선암 림프종을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유전자 발현에 대한 연구가 더 발전하여 순간적으로 근육세포를 형성하는 유전자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는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공대생의 눈으로 <마녀>라는 영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현재의 기술로는 주인공 같은 유전자 아기를 만들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요. 역시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사람을 만나볼 날이 오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들도 공학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참고 문헌
그림출처
그림 1. 네이버영화 https://movie.naver.com/
그림 2. 한겨레 기사 https://www.hani.co.kr/
그림 3. 더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
그림 4. Keystagewiki https://en.wikipedia.org/wiki/Muscle_c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