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앗, 마찰 전기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글. 전기정보공학부 1 김채원 편집. 항공우주공학과 4 김현수
옷을 입고 벗을 때 정전기 때문에 찌릿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특히 요즘처럼 건조한 가을과 겨울에는 공기 중에 정전기를 운반할 수증기가 적어서 마찰 전기가 더 잘 발생하죠.

평소처럼 머리카락에 빗질을 하던 괴짜 공대생은 문득 “이 마찰 전기를 이용해서 실제로 발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기술이 있는데, 괴짜 공대생의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수집하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발전기를 설치하여 도로를 밟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도 하고, 주변의 소음, 진동을 모으는 파동 하베스팅 기술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마찰 전기에서도 에너지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우리 주변의 물건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 저, 괴짜 공대생이 서울대학교 시설을 이용해 직접 마찰 전기 발전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마찰 전기란 무엇일까요? 마찰 전기란 두 물체가 서로 전자를 주고받으면서 발생하며, 우리가 흔히 정전기라고 부르는 현상의 일종입니다. 마찰 전기가 생기는 이유는 ‘마찰’ 때문입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는 전자가 존재하는데요.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전자들은 마찰을 통해 다른 물체로 쉽게 이동하기도 합니다. 마찰로 인해 전자들이 이동하면서 일정 한도 이상 전하가 쌓였을 때, 주변에 있는 유도체1 로 전자들이 불꽃을 튀기면서 방전되는 현상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정전기의 방전이랍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통에 넣고 흔들어 마찰 전기 현상을 일으키며 전압 발생을 살펴볼까요? 먼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통을 제작하고, 마찰 전기를 발생시킬 물건을 선정한 뒤, 오실로스코프를 통해 전압 발생을 확인해보아요. 오실로스코프는 교류 전압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장치입니다. 통 속의 물건들이 서로 마찰하면 (+)전하와 (-)전하를 번갈아 띠는데, 이 현상을 오실로스코프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1 정전기 유도가 발생하는 대상

그림 1. (좌) 오실로스코프 화면, (우) 오실로스코프 모습
그림 2. 3D 모델링 화면 캡처
그럼 이제 마찰 전기를 발생시킬 통을 제작해볼까요?

3D프린터를 이용해 내용물을 볼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으로 마찰을 발생시키기 위해 뚜껑이 열린 입체도형을 제작해보겠습니다. 필라멘트 적층 구조를 고려하면, 뒤집어진 모양으로 프린팅을 해야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3cm인 토기 모양의 모델링을 완성했습니다.
그림 3. 3DWOX 화면 캡처
그림3과 같이 모델링한 결과물을 stl 형식으로 저장하고, 3D 프린팅 프로그램인 3DWOX에서 프린팅 노즐의 경로를 지정하는 G-code를 생성하면 완성입니다.
이제 ‘해동 아이디어 팩토리’에서 미리 예약한 프린터에 USB를 연결하여 파일을 불러와 출력했습니다. 그림 4의 우측 상단에 나와 있듯 총 13시간 32분이나 걸렸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림 4. (좌) 3D 프린터 출력 모습, (우) 출력 완료
다음으로 통의 내부에 구리 테이프를 붙여 전극을 설치해볼까요? 구리는 도체이기 때문에 구리테이프로 통 벽면을 채우면, 물건들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전기를 오실로스코프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구리테이프가 연결되지 않도록 사이를 띄우고 각각 집게전선을 연결하면, 한 면은 (+)극, 다른 한 면은 (-)극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림 5. 전극 제작 모습
동아리방을 살펴보니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재질을 가진 물건 여섯 종류가 눈에 띕니다.
그림 6. (왼쪽부터) 분필, 실리콘(냄비받침), 젤리, 라면사리, 섬유, 종이
표면적이 클수록 구리 테이프와의 접촉 면적이 늘어나 전압이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두 작게 조각 냈고, 통에 물건들을 넣고 흔들면서 마찰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럼 실험 결과를 같이 확인해봅시다.
그림 7. (좌) 분필 (우) 분필 오실로스코프 화면
먼저, 분필은 124mV으로 가장 진폭이 큰 전압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잘게 조각 낼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림 8. (좌) 실리콘 (우) 실리콘 오실로스코프 화면
실리콘(Silicone)은 가장 사인 함수에 가까운 그래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9. (좌) 젤리 (우) 젤리 오실로스코프 화면
젤리는 주파수가 2857Hz로 가장 큰, 즉 파장이 매우 짧은 전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노이즈라고 볼 수 있으며, 마찰 전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림 10. (좌) 라면사리 (우) 라면사리 오실로스코프 화면
라면사리는 한 조각의 크기가 커서 분필만큼의 진폭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균일한 크기와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정적인 그래프 모양을 나타냈습니다.
그림 11. (좌) 섬유 (우) 섬유 오실로스코프 화면
섬유가 가장 흐릿한 형태의 그래프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섬유 조각이 단단하지 않고 조각 크기가 커서 마찰이 잘 일어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큰 전압을 발생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림 12. (좌) 종이 (우) 종이 오실로스코프 화면
종이는 그래프의 모양이 섬유 조각의 그래프와 유사했지만, 부피가 조금 더 커서 전압이 생기는 시간 간격 또한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실제로 마찰 전기 현상으로 전압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직 마찰 전기의 더 발전시킨다면 축전기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모으거나, 더 정교한 형태의 전극을 제작해서 마찰 전기 발전기를 만들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지난 2020년, 마찰 전기 현상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소재가 개발되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수연, 최영민 연구팀은 형태가 변해도 전도성을 유지하는 소재를 제작하고, 이를 폴리우레탄폼과 섞어서 유연한 마찰 전기 발생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이 소재를 늘리거나 구부리는 등 마찰을 시키면 전기가 발생합니다. 또 폴리우레탄 폼을 올록볼록한 돌기 형태로 만들어 작은 움직임에도 많은 양의 에너지가 생성되도록 했습니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도 활용될 여지가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충전기 없이도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마트 워치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림 13. 폴리우레탄 폼 정전기
자, 이번 시간에는 친숙한 마찰 전기 현상을 활용하여 직접 전기를 생산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여러분도 내면의 괴짜를 깨워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시기를 응원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참고문헌
  • [1] 장광엽, 이동건, <열-마찰전기 에너지하베스팅>, ≪대한기계학회≫ 춘추학술대회, 2015, 269-270
  • [2] 이수연, 최영민,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의 원리 및 소재>, ≪고분자 과학과 기술≫ 31(6), 2020, 484-489
그림출처
그림 13. ACS Energy Lett. 2020, 5, 11, 3507–3513, Publication Date:October 21,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