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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다
서울대 큐브위성 SNUGLITE 팀 취재기

글. 항공우주공학과 3 전병진 편집. 기계공학부 4 정윤종
지난 6월 21일, 누리호 발사가 마침내 성공하였습니다. 굉음과 불꽃을 내며 발사되는 로켓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압도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전공자인 필자는 누리호 발사가 꼭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에 발사 장면을 초조하게 바라봤죠.

하지만 로켓은 꼭대기에 얹은 탑재체를 우주 공간에 올려놓는 것 뿐입니다. 실제로 임무를 수행하며 우리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것은 위성이에요. 이번에 발사된 누리호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1단부터 3단 로켓까지 전부가 목표한 바를 이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성능검증위성과 함께, 4개 대학에서 각각 제작한 큐브위성이 탑재되었습니다. 발사 일주일 후부터 이틀의 간격으로 큐브위성들이 차례로 사출되었고, 지금도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연구실에서는 SNUGLITE-II를 개발·제작하여 누리호에 탑재하였고, 궤도에 안착하여 지상에 있는 연구실과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호 특집기사에서는 큐브위성 SNUGLITE-Ⅱ를 조명하며 개발 과정과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다루고, 나아가 발사체와 위성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로켓을 빌미로 무기를 개발하려는 것 아니냐, 맨날 실패만 하는데 돈만 버리는 것이다’ 등의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 시장은 향후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고, 먼저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강력한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큐브위성이란?

먼저, ‘큐브위성’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인공위성은 소형 위성이 100kg, 중형위성이 500kg 이상의 질량을 가지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형 위성인 천리안2호 위성의 경우 그 질량이 3,500kg에 이릅니다. 이와 달리 중량이 1~10kg인 작은 위성을 CUBESAT, 큐브위성이라고 합니다. 10×10×10(cm)의 1U라는 기본 단위를 기준으로, 이를 여러 개 묶어 2U, 3U, 6U 등 다양한 크기로 제작해요. 큐브위성은 이러한 규격화를 통해 제작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임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우주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1. 큐브위성의 구조 확장
큐브위성의 임무

위성은 고도1 에 따라 공전 주기도 다르고, 사용되는 목적도 다른데요. 고도 400~700km의 저궤도는 위성이 하루에 지구를 14.6바퀴 정도 공전할 수 있는 궤도로, 큐브위성들은 주로 이러한 저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개발 목적에 따라 여러 기기들을 부착하여 구체화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SNUGLITE-Ⅱ는 기존 기상관측위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기상관측이 육지나 해상의 장비에 의존하고, 기상관측위성도 우주 상에서 지구를 찍은 평면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어요. SNUGLITE-Ⅱ는 저궤도에 있는 여러 GPS 위성이 보내는 GPS 전자기파 신호가 지구 대기에 의해 굴절되는 GPS RO(Radio Occultation, 전파 엄폐) 현상을 이용하여 대기 상태를 수집합니다. 대기의 대류층과 전리층의 밀도 차이에 의해 GPS 신호의 굴절이 발생하고, 이로부터 대기의 온도, 습도, 압력 등의 정보를 추출할 수 있어요. 또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진동이 대기로 전달되는데, 그것을 감지하여 지진해일을 조기에 탐지할 수도 있습니다.

1 위성이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

그림 2. GPS 전파 엄폐를 이용한 대기 상태 측정
SNUGLITE-Ⅱ 핵심 부품

앞서 말했듯 저궤도 위성은 하루에 14.6번 지구를 공전합니다.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상에서 사용하는 GPS 수신기로는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우주용 수신기를 따로 개발해야 하고, -20℃와 50℃를 넘나드는 온도와 태양풍 입자들이 존재하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해야 하죠. SNUGLITE 팀에서는 핵심부품 2개를 자체 제작하고 관측용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여 탑재체를 구성했어요.

첫 번째 핵심 부품은 초정밀 mm급 GPS 수신기입니다. 기존 m급 우주용 GPS 수신기는 외국 부품에 의존했는데, 전략물자2 로 분류되면서 국내 도입이 매우 어려웠다고 해요. SNUGLITE 팀에서는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하여 mm급의 정밀도를 보이면서 상용 GPS 수신기 전력의 1/3 수준으로도 작동하는 수신기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두 번째 부품은 실시간 GPS 자세 제어 모듈입니다. 위성은 궤도를 돌며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중력이나 저항에 의해 자세가 바뀌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자세를 수정해주어야 해요. 기존에는 별자리들과의 상대적인 위치를 이용하거나 태양빛, 지구 자기장 등을 활용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부품이 고가이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어요. 연구팀은 앞서 말한 GPS 수신기 3대에서 받은 데이터로 자세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요, 성능검증위성에서 큐브위성이 사출될 때 스프링을 이용해 큐브위성이 튀어나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회전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성공시키면서 알고리즘의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2 재래식무기 또는 대량파괴무기와 이의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제조, 개발, 사용 또는 보관 등에 이용 가능한 물품, 소프트웨어 및 기술로서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위해 수출입에 제한을 받음.

그림 3. 덮개가 열리면서 큐브위성이 성능검증위성으로부터 사출되는 모습. 덮개마다 위성을 제작한 제작한 학교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볼 수 있음.
마지막으로 대기 관측을 위해 우리가 흔히 ‘고프로’라고 부르는 액션캠이 장착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 대기와 GPS 신호로 얻은 데이터를 비교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저렴한 상용 카메라가 우주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이면서 우주 진입 장벽을 한층 낮추었다는 의미도 있죠.
그림 4. 자체 개발한 초정밀 GPS 수신기(왼쪽)와 자세 제어 모듈(오른쪽)
위성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

SNUGLITE 팀은 2015년부터 SNUGLITE-Ⅰ을 시작으로 큐브위성을 제작해왔어요. 항공우주공학과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연구실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과 동일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협력하여 팀을 구성하였고, 오랜 시간동안 노하우를 축적하며 프로젝트를 이어나갔습니다. 2015년에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여 시행된 국내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SNUGLITE-Ⅰ가 최종 발사 위성으로 최종 선정되어 발사할 수 있었고, 2019년에는 SNUGLITE-Ⅱ가 선정되면서 올해 누리호에 위성을 실어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은 교신 성공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국내에서 발사가 이루어진 덕분에 수출 허가서를 받고 외국까지 위성을 이송하는 수고가 덜어졌다”며, “직접 개발한 위성을 국내에서 우리 기술로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하여 쏘아 올리는 장면을 직접 참관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했어요. 또한,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부품이 많이 없고, 소프트웨어도 제로(0)부터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으나, 기업과 학계에 계신 분들의 도움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우주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대학-기업-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고, 누리호 발사로 많은 학생이 꿈을 키워 관련 산업에 진출해주길 바란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죠.
그림 5. 무게 측정시험을 준비하는 SNUGLITE-Ⅱ
그림 6. 큐브위성의 최종 SW 시험을 진행한 박재욱 박사과정
그림 7. 성능검증위성 탑재 전 검수작업을 하는 배영환(왼쪽) ∙ 심한준(가운데) 박사과정
이번에 발사된 SNUGLITE-Ⅱ는 두 달간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기능이 안정되면 1년간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수집한 정보는 서울대학교 302동 신공학관에 위치한 지상국에서 수신하여 기상과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데 쓰일 계획이에요. 위성 데이터는 연구팀 웹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며,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 접속하여 직접 위성 데이터를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https://snuglitecubesat.wixsite.com/website

연구팀은 이번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2022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SNUGLITE-Ⅲ를 출품하여 GPS RO 활용 기술을 개선해 더 정밀한 기상 관측을 실시하고, SNUGLITE-Ⅱ에서 개발한 GPS 수신기를 더 폭넓게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SNUGLITE-Ⅲ 위성이 대회에서 최종 선정된다면 향후 국내 발사체 개발 계획에 따라 차세대 발사체에 탑재되어 궤도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우주 시장은 얼마나 커질까?

기존의 우주 산업은 정부가 주도해왔지만, 앞으로는 민간이 주도하여 산업을 이끌 전망이며, 이를 ‘뉴 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릅니다. 지구 궤도에는 많은 위성이 빽빽하게 존재하고 있고, 충돌을 피해 위성을 발사하려면 최소 수 년 전에 국제기구에 신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신고된 계획을 보면 향후 위성 발사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예정이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림 8. 큐브위성을 발사하는 기관들의 분포
큐브위성을 통해 위성 제작이 쉬워지고, 잘 알려진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습니다. 또한, 위성과 발사체를 플랫폼화하여 임무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많죠.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지 않은 우주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OECD는 ‘우주 경제’라는 독립적인 경제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2040년까지 우주 경제는 최대 27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발사체와 위성 제작은 초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적인 기술이고, 국방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또한, 위성으로부터 받는 데이터를 적절하게 가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는 민간이 위성을 쏘아 올리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기도 해요.
그림 9. 우주 분야 투자가 경제적 효과를 미치는 분야
누리호 발사는 우리나라 과학 및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주 기술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었고, 이번에 성공한 경험은 앞으로 다른 발사체를 개발하는 노하우가 될 거예요. 더 무거운 물체를 올릴 수 있는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지구와 달에 위성과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차츰 실현되고 있죠. 하지만 누리호의 성공은 단순한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SNUGLITE 팀의 인터뷰를 자세히 보면 아직도 외국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요. 관련 제도와 기술 표준이 부족하고, 이 분야에 진출하는 인력도 적습니다.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폴로 달 탐사를 보고 꿈을 키운 학생들이 성장하여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토대를 만들고 국방 분야에서 활약했습니다. 나로호 발사를 본 학생들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 인력이 되었어요. 이번 누리호 발사를 본 여러분들은 앞으로 우주 산업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까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노력하는 여러분과 같은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우주 산업은 빠르게 발전할 거예요. 필자도 전공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을 것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을 로켓 발사 현장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참고문헌
  • [1]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SNUGLITE팀(담당교수 기창돈). “SNUGLITE-Ⅱ 큐브위성 보도자료”. 2022. 7. 4.
  • [2] Nanosatellites by organisations . (2022). Retrieved from https://www.nanosats.eu/img/fig/ Nanosats_organisations_2022-06-01_large.png.
  • [3] 정영진. “2040년 세계 우주경제 규모 27조 달러까지 성장 전망”. KDI 경제정보센터 나라경제 2021년 Vol. 373. p.28.
  • [4] OECD (2019), The Space Economy in Figures: How Space Contributes to the Global Economy, OECD Publishing, Paris, https://doi.org/10.1787/c5996201-en.
그림출처
그림 1. Radius space, www.radiusspace.com
그림 2. A New View of Water Vapor and Precipitation, https://scienceandtechnology.jpl.nasa.gov/new-view-water-vapor-and-precipitation
그림 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성능검증위성 큐브위성 사출 CG”에서 발췌
그림 4. 그림 5. 그림 6. SNUGLITE 팀 보도자료
그림 7.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림 8. www.nanosat.eu
그림 9. The Space Economy in Figures, O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