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문화탐방 공대생의 문화탐방

2022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전 ‘살과 돌’ 취재기

건축의 시작을 맛보다

글. 재료공학부 1 정서연 편집. 전기정보공학부 4 배선열
그림 1.‘살과 돌’ 포스터
도시와 인체, 이 둘을 관련 지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몸을 하나의 도시라고 가정하면, 심장은 발전소, 혈관은 도로, 세포는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다른 기관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도시에서의 경험들에 의해 매 순간 변화를 겪죠. 그리고 이러한 도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건축’입니다.

올해 여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전 ‘살과 돌’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졸업을 앞둔 건축학과 학생들(건축학전공 및 건축공학전공)의 작품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전시하였는데요, 제가 관람한 서울대학교 건축전, 같이 리뷰해 볼까요?

질서에 사로잡힌 세상을 조금은 불규칙하게

건축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공간을 더 멋지게 바꾸는 과정도 포함하죠. 그래서 이번 건축전에서 여의도 공원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작품인 <가리워진 길>을 먼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림 2. 이건휘, <가리워진 길>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공원의 엔트로피1 를 높인다’라는 제작 목적 때문이었어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편의를 위해 많은 질서에 묶여 살아갑니다. 공원에서도 나무와 건축물들이 대칭적이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죠. 그래서 가끔은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체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의도 공원의 무질서함을 되찾아 줌으로써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포장도로를 모두 지우고 나무와 바닥, 시설들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바라본 모습 뿐만 아니라 걸어가면서 보게 될 시야의 무질서함도 고려하면서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1 '무질서한 정도', 또는 '규칙적이지 않은 정도'를 나타내는 양으로 주로 열역학적 상황에서 사용되지만, 무질서함을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대형 조형물에 가려진 공간을 더 유용하게

다음으로는 쉼터가 되는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최근 ‘여유’, ‘힐링’을 키워드로 하는 주거지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그림 3. 김선형, 신승찬, 장수성, <금나래 중앙공원 개축을 통한 신규 복합 문화공간 조성>
위의 작품은 대형 조형물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못한 금나래 중앙 공원을 새롭게 설계한 작품입니다. 공원의 용도가 건축물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건축물이 공원에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도록 지하로 들어가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건축물을 공연장처럼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상에 위치한 건축물에 익숙한 요즈음 지하 공간 활용이 얼마나 요긴한지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예스러운 길목을 밝고 산뜻하게
그림 4. 권익현, 김지훈, 안정호, <을지로 세운 5-1구역 재건축>
을지로 세운 5-1구역은 을지로 3가역과 을지로 4가역 사이에 청계천과 맞닿아 있는 공구거리 일대입니다. 많은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는 공간이지만 벽식 구조2 의 낡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열악하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기존 상권은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내부에 기둥이 없도록 건축물을 설계해 흥미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을지로의 상징적인 쉼터를 제공하고자 했다는데요, 직접 작품을 보니 얼마나 체계적으로 설계했는지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2 수직인 벽체와 수평인 바닥 판, 즉 위아래 바닥 판 2개와 전후좌우 벽체 4개로만 구성된 구조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을 직접 새롭게

이번 전시회에서 또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바로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자주 이용하는 공간을 설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림 5. 김도형, 서창현, 조경식, <재회: 학생회관 재건축 프로젝트>
서울대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이용하는 주 목적은 식사를 하거나 책을 사는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재회>는 이렇듯 모임, 즉 ‘회(會)’의 기능을 잃어버린 학생회관에서 다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도록 공간을 재설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학생회관이라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학생회관의 모습을 목적에 맞게 새롭게 구상했다는 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건축의 시작점을 맛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개해 드린 작품들 외에도 새롭고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는데요, 건축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면서도 그 패턴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다양한 건축전이나 건축물을 직접 관람해 보면서 이런 건축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그림 출처
  • 그림 1, 그림 2, 그림 3, 그림 4, 그림 5. 2022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전 ‘살과 돌’ 오프라인 및 온라인 전시 https://architecture.snu.ac.kr/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9동 239호 /
팩스 : 02-876-7602 / E-mail : eng.magazine@snu.ac.kr
Copyright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SSN : 2799-5062
지난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