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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를 더욱더 유연하고 부드럽게,
소프트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글. 화학생물공학부 2학년 이정환 편집.전기정보공학부 2학년 김채원
여러분은 “화학생물공학부에서의 연구”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화학생물공학부는 화학공학분야와 생물공학분야를 모두 다루는 학부인 만큼, 연구실에서 볼 수 있는 모습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화학생물공학부의 교수님들께서도 여러 분야의 기술을 접목시켜 더욱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고 계십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해드릴 연구실은 바로 김대형 교수님의 연구실입니다. 김대형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는 나노 구조의 단결정 무기 반도체 물질 및 프린팅 기법을 응용한 제조 공정을 기초로 하여 휘어지거나(flexible) 늘어나는(stretchable) 전자 소자 및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휘거나 늘릴 수 있는 전기 회로, 바이오 메디컬 센서 및 광전자 소자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변형이 가능한 바이오 일렉트로닉 디바이스를 제조함으로써 헬스케어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림 1. 소프트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기술 순환
그렇다면 디바이스를 변형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뇌, 심장, 피부를 비롯한 모든 장기들은 모두 부드럽고 굴곡진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장기는 유동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죠. 이러한 사람의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딱딱하고 경직된 형태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예를 들어, 심장에 디바이스가 붙어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심장은 기본적으로 둥근 형태를 띄고 있으며,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기 위한 펌프 운동을 죽을 때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심장 기능을 보조해주는 디바이스 또한 심장 모양에 맞게 변형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심장박동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심장이 멈췄을 때와 같은 비정상적인 운동을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또한 디바이스와 지속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부작용으로 심장 표면에 염증이 생기거나 심장박동의 주기가 불규칙해져서 부정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신체의 기능 및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시켜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유연한 소재가 필요합니다.
그림 2. 이식 가능 심장 장치
이제 디바이스의 소재에 집중해봅시다. 디바이스를 구성하고 있는 반도체의 핵심적인 소재는 실리콘입니다. 실리콘은 다른 물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동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사용할 만큼 정교하진 못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실리콘을 나노 단위로 줄이는 것입니다. 실리콘은 보통 밀리미터(10-4)m) 단위인데, 나노미터(10-9)m) 단위로 바꿔주면 훨씬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성질로 변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유연한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효율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림 3. 전도성 폴리머를 이용한 나노복합체 (연구 중 일부)
앞선 내용을 통해 유연한 기기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나노 기술과 무기 소재, 반도체 디바이스, 그리고 바이오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들이 하나의 연구에 잘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교수님 인터뷰
그림 4. 김대형 교수님
Q1. 해당 분야의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1. 대학교 박사 과정 때 EBS <명의>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슴 아픈 환자들과 가족들의 사연을 접하고 우리가 공학자로서 엔지니어링을 해서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의사는 진료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적인 반면에, 기술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2. 연구 주제를 찾으시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A2. 저희가 살면서 느낀 불편했던 것들이 있잖아요? 주제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들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일이에요. 이때 ‘문제’는 프라블럼(problem)이라고 인식하기보다, 챌린지(challenge)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특정 연구 분야마다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그동안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그랜드 챌린지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비전인 것이고, 그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연구인 거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구 주제를 찾게 돼요.
Q3.연구의 힘든 점과 극복 방법이 있다면요?
A3. 전세계의 똑똑한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서 몇 십 년 동안 노력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았던 문제를 푸는 일이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웃음) 그래도 해결하려고 계속 연구를 합니다. 그런 다음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또 연구를 하고, 또 실패를 하고, 계속 반복합니다. 연구를 영어로 하면 리서치(‘re’ +’search’)죠. 단어에 이미 실패를 반복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어요. 얼마나 절망스럽겠어요.

이걸 어떻게 이겨내면 될까요? 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구 계기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 “내가 의료 기기를 만들어서 뇌종양, 심부전, 심근경색, 뇌전증 등 이런 질병들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혹은 “인공 망막 기술이나 인공 피부로 발전해서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또 “새로운 로보틱스 기술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의 삶이 훨씬 나아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등등 국가와 사회, 경제에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 의미를 찾아보는 거죠.
Q4.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을까요?
A4. 그랜드 챌린지를 해결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당연히 할 수도 없습니다. 최소한 10년, 20년을 바라보아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년, 20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향해서 가는 거죠.
Q5. 교수님께서는 연구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A5. 사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니까 그 성향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일상 속에서, 가족이랑 산책을 할 때도 보면 땅에서 싹이 나고, 동물이 있고, 번데기도 있고 이런 것들이 되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생태계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도 잘 살고 있잖아요? 나무의 경우에는 나무끼리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가 가까우면 서로 빛을 막기 때문에 잘 자라지를 못하니까 거리 유지라는 개념이 있는데, 어떤 나무들은 화학 물질을 방출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아니면 뿌리에서부터 물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거리를 유지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신기하죠? 근데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우리 아이한테 신기하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별로 안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자연 현상에서 신기함을 느끼고, 여기에서 호기심을 가질 줄 아는 것이 적성이라고 생각해요.
Q6. 미래의 연구원들을 위해 하고 싶으신 말씀 있을까요?
A6. 우리 학교, 특히 우리 학부생들을 보면 요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똑똑하고 잘생기고, 또 요즘은 다리가 다들 길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갈고 닦아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림출처
그림 1, 2, 3. Soft Bioelectronics Based on Nanomaterials, 2022-03, American Chemical Society, Chemical Reviews, Vol.122 No.5, pp.5068-5143
그림 4. 김대형 교수님 연구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