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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품 시장을 이끌어갈, CJ 바이오 연구소 ‘김슬하 선배님’

글. 건축학과 2학년 권나경, 건설환경공학부 2학년 엄태현 편집. 건설환경공학부 2 안승민
비비고, 햇반, 고메.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분이 위 제품 중 하나 이상을 알거나, 드셔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CJ 제일제당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먹거리들을 만드는 친숙한 회사죠. CJ 바이오 연구소에서는 소비자에게 건강, 즐거움, 편리함을 안겨주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미래 환경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하고 CJ제일제당 FNT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김슬하 선배님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림 1. CJ 제일제당 비비고 제품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화학생물공학부 11학번 학부생으로 입학해 박태현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수료한 후 22년 8월에 졸업하였고, 현재 CJ제일제당 FNT 기술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김슬하입니다.
Q. CJ제일제당 FNT 기술연구소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림 2. CJ 제일제당 사업구조

A. FNT 기술연구소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연구소와 식품 연구소가 합쳐진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연구소는 균주를 개발하고 이를 발효시키는 등 생명 공학적인 연구를 하는 곳이고, 식품 연구소는 비비고, 햇반과 같이 CJ제일제당에서 출시되는 식품들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즉, FNT 기술연구소는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올라갈 음식들을 건강에 좋으면서 향미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등 더 좋은 방향으로 개발할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명 공학 기술을 이용해 특정 균주를 만들고, 식품 공정을 개선하고, 오늘날 이슈가 되고 있는 대체 단백과 배양 단백 등 미래 식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CJ제일제당 FNT 기술연구소에서 동물세포에 대해 연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A.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식품 말고도, CJ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해 사료, 건강보조제, 화장품 등에 첨가되는 아미노산이나 유용한 물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공정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에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와 연결된 협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약이나 배양육 제조 분야 등에서 동물세포에 공급하는 배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 배지 속 미지의 성분들을 CJ 내에서 만드는 아미노산 및 고부가가치 소재의 성분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FNT”란 Food & Nutrition Tech로 CJ제일제당에서 미래 식품 소재, Nutrition Solution, 대체 단백, 배양 단백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최근 신설된 사업 부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FNT 기술연구소는 2023년에 조직 개편이 되며 신설된, ‘미래 지향적인’ 연구소입니다. 먼저, 미래 식품 소재와 Nutrition Solution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혹시 핵산이 조미료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희는 이렇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몸에 해롭지 않고 안정성이 검증된 물질을 사용하면서 식품의 풍미와 영양성분을 끌어올리는 것을 초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품 이외에도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성분들을 청정한 공정을 거쳐 높은 순도의 제품을 뽑아내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또, 식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던 부분들을 재발효를 거치거나 추가 가공함으로써 대체 단백원으로 쓰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기술연구소(R&D)에서 근무할 때 필요한 역량이 있을까요?
A. 저는 처음엔 연구만 진행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대학원처럼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능력은 필수적이고, 생각보다 다른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더군요. 자기 PR 능력 또한 필요해요. 연구원과 과학자를 생각하면 개인 연구를 잘하는 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팀워크와 책임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저는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과장이라는 직급으로 들어갔기에, 제가 맡은 과제에 대해 연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실험의 방향성을 끌어 나가기 위해 논리력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추가로, 어떤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든 회사에서 지원받아야 하는 만큼, 이 주제가 사업적으로 가치가 있을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중요해요. 학교에서는 학술적, 사회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보지만 회사에 들어오면 경쟁사 대비 이점이 무엇인지, 상품성이 있는지, 수율 또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프로젝트 마감 기한을 당길 수 있는지 등을 예측하고 수치상으로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Q. 그동안 근무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지, 업무를 하시면서 만족도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A. 만족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학술적으로 새로운 걸 계속해서 배우고 들이파는 걸 좋아하는데, 회사에 들어가면 너무 수동적인 일만 하게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했어요. 그러나, 회사도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새로운 주제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더군요.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는 팀이나 사업부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고, 회의할 때도 의견이 잘 받아들여져서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재밌게 연구하고 있어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꼽자면 대학원 때처럼 연구소 전체에서 처음 수행되는 실험인데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나,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 내가 세운 가설로 트러블슈팅(trouble shooting)1 에 성공하는 것과 같이 연구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성취들에 보람을 느껴요. 대학원 때와는 색다른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어요. 팀원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공동체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때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뿌듯합니다.

1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처리한다는 뜻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의 원인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찾는 일이며 제품이나 프로세스의 운영을 재개할 수 있게 한다.

Q. 학부 졸업 후, 다양한 진로 중에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제 MBTI가 ENTJ인데, ENTJ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직장이 ‘어딘가 잘못 굴러가고 있는데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의 영향력이 충분하지 못해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곳 말이죠. 학부생으로 취직하면 초반에는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권한이나 결정권이 부족하겠다고 생각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높은 직업적 포지션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또, 학부 이후로 학문을 깊게 공부하지 못할 것 같은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대학원에 먼저 간 친구들이 추천하기도 했죠. 처음엔 석사 과정까지만 생각하고 입학했는데,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적성에 맞고 줄기세포라는 주제도 애착이 생겨서 박사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 세포 및 미생물 공학 연구실을 박사 학위로 졸업하셨는데, 많은 연구실 중에서 이 연구실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학부생 때 바이오 프린팅2 에 꽂혔어요.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줄기세포를 원하는 형태로 스스로 성장시키는 방식이고 둘째는 특정한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종류별로 분석해 따로 키워서 필요한 위치로 잘 쌓는 방식이에요. 제가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기가 바이오 프린팅이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되던 시기였고 그 주제로 연구를 해보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세포 및 미생물 공학 연구실에서는 후각 바이오 센서, 그리고 서브 주제로 자성 박테리아에서 생성된 자성 나노 입자를 이용한 세포 컨트롤을 연구 중이었어요. 여기에 바이오 프린팅을 접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서울대학교 세포 및 미생물 공학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실제로는 물리적으로 세포를 컨트롤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입학 후에 실제로 바이오 프린팅을 연구해 보지는 못했네요. 많이들 그런 것 같아요. 학부생 때는 ‘대학원은 이럴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교수님이 원하시는 연구 분야나 장비 부족 등의 이유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연구를 하게 될 수 있는 거죠. 처음 생각했던 것과 방향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재밌는 연구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2 실제 살아있는 세포를 비롯한 여러 생체 조직 및 기관을 3D 프린팅하는 걸 바이오 프린팅이라고 한다.

Q.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는 지식의 연관성과 차이점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박사 학위를 따고 취직하면 전공 분야랑 실제 업무랑 60퍼센트 정도 맞는 것 같아요. 반도체, 정밀 가공, AI, 촉매, 공정 개발 등을 연구하는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는 대학원에서 하던 것과 완전히 유사한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실제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기보다는 시행착오를 하며 다져진 연구 능력, 즉 논리력과 추론 능력 자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요. 박사의 직관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죠. 또, 회사에서는 실제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당장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가 중요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한 대학원에 비해 더 실무적이고, 속도를 내는 것이 우선이죠. 대학원은 속도와 지식 탐구의 비율이 2:8정도인 데 반해, 회사의 경우 그 비율이 6:4 정도로 판단을 내리고 진행하게 돼요. 또, 대학원 때는 현실적인 한계로 한 땀 한 땀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회사에서는 필요한 실험이라고 하면 자본을 충분히 지원해 줘서 최첨단 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실험을 훨씬 본격적으로, 스케일 크게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지는 점 중 하나입니다.
Q. 학부 시절 혹은 석∙박사 시절 중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A. 학부 시절에는 전공 공부 말고 다른 것도 해보길 바라요. 동아리나 복수전공 같은 것들이요.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긴 했지만 사실 아직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아주 아쉬워요. ‘이런 것도 좀 배워볼까?’ 싶었는데 많은 기회들을 다 살리진 못 한 것 같아 아깝기도 하네요. 서울대만큼 학술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곳은 드물다고 생각해요. 학술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있다면 신원이 보장된 사람들과 학생의 신분을 가진 상태로 최대한 도전해 보길 추천해요. 커리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좋아요.

석박사 시절 중에 인상 깊었던 것에 관해 얘기하자면, 제가 소속되어 있던 연구실은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할 수 있는 연구실이었어요. 그 연구실에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고,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졸업했어요. 아무도 해보지 않았으니, 장비나 동료들의 도움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죠. 대신, 그렇게 개척해 가며 연구하다보니 어려운 연구에 대한 내성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때 연구자로서의 직감을 체득해, 그 경험이 회사에 와서도 잘 쓰이는 것 같아요. 조건 최적화를 한다든가, 셋업을 어떻게 해야 한다든가, 왜 결과가 잘못 나왔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죠. 결론적으로, 다 지나고 나서 보면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 경험과 지식은 없더라고요. 저는 여러분이 도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이신가요?
A.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회사에서 큰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잘한 목표들이 많아요. 올해 안에 프로젝트를 제대로 끝내보자, 팀이 잘 연구할 수 있도록 우리 연구실 셋업을 완성해보자 하는 목표들 말이죠. 내년부터는 우리 회사에서 연구직, 관리직 중 최종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은 어딜지, 제 향후 진로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대학원을 다니면 갑자기 모든 것을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을 다닐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어떤 형태의 문제해결에 강한지 미리 알기 위해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정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들을 마주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거든요. 만약 자기가 그런 타입이라면 굳이 연구직을 고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또, 화학생물공학부에 들어와서 화학과 생물을 두루 배우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생명과학의 비중이 너무 낮아서 방황하는 학생이 항상 있어요. 학부 과정 자체는 생물의 비중이 상당히 작고 나머지는 물리, 화학, 공정설계를 다루고 있어서 학부만 졸업하고 나서는 바이오 생물 쪽으로 가기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화학생물공학부를 지원하고자 하다면 입학 원서를 쓰기 전에 이 과가 어떤 과인지 제대로 알고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공대상상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고등학생분들께는, 본인이 문제 푸는 것이나 논리 전개, 가설 검정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라면 공대를 추천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대가 장점이 있다지만, 지루하고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졸업 후 진로 선택의 범위가 넓기에 공대에 들어온 후에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공대를 졸업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더 많아요. 공학 전공자만 뽑는 곳도 있지만 공학 전공자가 선택할 수 있는 루트가 너무 다양하거든요. 예를 들면 저희 연구소에는 인사팀, 기획팀 분들도 모두 공대 연구원 출신들이에요. 공학이 참 범용성이 크고 장점이 많은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공과대학 재학 중인 후배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마 많이들 학부 졸업 직후 취업하는 것이 맞을지 대학원에 가는 게 맞을지 고민할 텐데 저는 대학원에 다니거나 다른 선택을 해 보느라 취업이 1~2년 늦어진다고 해도 별일 아니라고 느꼈어요. 반대로 회사에 다니다가 대학원 진학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 부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대학원을 지망하는 학생에게 팁을 주자면, 박사까지 하는 것을 추천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의 보상을 주는 게 박사학위인 것 같아요.
그림출처
그림 1. CJ 제일제당, 비비고 사진 https://www.cj.co.kr/kr/brands/bibigo2023년 4월 28일 접속
그림 2. CJ 제일제당, 사업 구조https://www.cj.net/cj_now/view.asp?bs_seq=15208 2023년 4월 28일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