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스마트 스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떼를 지어 다니는 곤충들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개미, 메뚜기, 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며 곤충들의 쉬지 않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신기해 했어요. 그런데 이런 곤충의 움직임 속에 어떤 체계가 숨어 있을지 상상해본 적 있나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곤충이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오랫동안 발전해온 집단지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으로 불리는 스마트 스웜을 소개합니다!
『스마트 스웜』의 저자 피터 밀러는 스마트 스웜을 ‘리더나 지휘자가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라고 정의해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마트 스웜을 곤충 ‘개체’가 아니라 곤충 ‘무리’ 또는 ‘집단’으로 정의한다는 것이에요. 곤충 집단은 개체 각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지성을 발휘한답니다. 그러면, 개체가 모여 집단 지성을 만들어내는 스마트 스웜의 행동 원리와, 이를 응용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한 사례까지 알아봅시다.
개미 한 마리는 영리하다고 할 수 없지만, 개미가 모여 개미 군체가 되면 놀랍도록 영리해집니다. 개미는 정찰자와 먹이 담당자로 나뉘는데, 먹이 담당자의 수를 조절하는 특유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정찰자가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집에 돌아오면, 먹이 담당자는 씨앗을 찾으러 나가라.’라는 단순한 법칙입니다. 약 10초의 시간 간격이 필요한데, 이는 개미가 발생한 사건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예측할 수 있어요. 또한, 먹이 담당자 개미가 빠르게 돌아올수록 다른 개미도 빨리 먹이를 찾으러 나갑니다. 개미 군체는 이러한 법칙을 따르며 먹이를 찾을 가능성에 따라 노동력을 조절합니다. 이 과정은 지도자의 지휘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이렇게 지도자 없이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을 ‘자기 조직화’라고 합니다. 자기 조직화에는 일부 반딧불이 종의 발광 동조 현상이나 새와 물고기 무리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본능적으로 행동을 조정하는 것 등도 포함됩니다.
개미의 자기조직화는 개미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이자 강력한 신호인 페로몬 때문에 가능합니다. 벨기에 대학교의 연구진은 개미가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방법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더 짧은 경로로 더 많은 개미가 이동하기 때문에 경로의 길이가 짧을수록 페로몬 자취가 강해지고, 결국 대부분의 개미가 가장 짧은 경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의 연구진은 컴퓨터 프로그램상에서 가상의 개미와 페로몬을 설정하여, 이전에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큰 규모의 외판원 문제(TSP)를 해결했습니다. 외판원 문제는 여러 도시의 위치와 도시 간 이동 비용을 주어졌을 때, 모든 도시를 한 번씩만 방문하고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경로 중에서 드는 비용이 최소화되는 이동 경로를 구하는 문제입니다. 이 연구에서 가상 개미는 30개, 50개, 심지어 100개와 같이 많은 도시를 순회해야 할 때도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냈어요. 복잡한 계산 대신 단순한 경험 법칙에 의존하는 자기 조직화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물류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꿀벌은 지식의 다양성을 이용하여 탁월한 결정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집으로 적절한 장소를 찾으러 나간 정찰벌은 각자 다른 정보를 얻게 되고, 이 정보를 춤을 통해 무리에 전달합니다. 수많은 정찰벌들의 세심한 춤이 강력한 긍정 피드백(positive feedback)을 일으켜 꿀벌 집단이 최적의 장소를 찾아 이주할 수 있답니다. 이처럼 꿀벌 집단은 여럿이 모이면 가장 영리한 한 마리의 꿀벌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즉, 다양성이 향상된 능력의 의사결정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전문가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거나 방청객의 투표 결과를 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의 정답률을 더 높일 수 있을까요? 이는 실제로 미국의 퀴즈쇼 <백만장자 되기>에서 진행한 실험입니다. 선택의 결과 전문가인 친구들의 65퍼센트가 정답을 내놓았지만, 방청객의 투표 결과를 따르는 것은 91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꿀벌의 의사결정 방법을 우리 사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리한 무리의 원칙으로는 이 외에도 흰개미가 주변 환경과 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둥지를 건설하는 과정인 간접 협동이 있습니다. 개미의 페로몬이 다른 일개미를 자극해서 둥지를 짓도록 끌어들이는 것이 간접 협동의 사례에 해당합니다. 간접 협동은 위키피디아와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에서 초기 개념을 중심으로 내용을 쌓고 수정함으로써 정교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볼 수 있어요. 또 다른 원칙으로는 새 떼 혹은 물고기 떼가 군체를 이루어서 포식자를 피하는 과정인 적응 모방이 있습니다. 적응 모방은 한 집단의 개체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통신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주변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새들은 자기와 가장 가까운 6~7마리에만 주의를 기울이며 군집 비행을 하여 포식자를 피합니다.
하나의 곤충 개체는 약하고 보잘것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개체가 모인 집단은 지휘자 없이도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또,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둥지를 짓기도 하고 떼를 지어서 포식자를 속이고 피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영리한 동물 무리로부터 교훈을 얻어 우리들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는데요. 자연으로부터 의외로 놀라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