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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땅단속

글. 기계공학부 1 이준서 편집. 건설환경공학부 2 안승민
그림 1.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최근 <너의 이름은>을 제작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판타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다들 보셨나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재난을 부르는 존재인 ‘미미즈’가 등장합니다.

미미즈는 정해진 장소에 있는 문을 통해 땅 위와 아래를 넘나드는데요, 이 작품은 미미즈가 나오는 문을 닫기 위해 주인공 스즈메가 동분서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진도 미미즈처럼 나오는 문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 공대생의 눈으로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입니다.

그림 2. 맨틀 대류
1.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
영화에서 주인공 스즈메는 계속해서 열리는 문으로 나오는 미미즈가 도시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씁니다. 여기서 ‘문’은 지구에서의 ‘판의 경계’와 비슷합니다. 지구의 내부는 지각, 맨틀, 그리고 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각판이 이동하면서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이 판의 이동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맨틀대류설입니다. 맨틀대류설은 맨틀 상부와 하부의 온도차 때문에 일부 용융* 된맨틀에서 대류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판이 이동한다는 가설입니다. 판이 이동하는 속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판끼리는 결국 충돌하게 됩니다. 이때 판과 판이 충돌하는 바로 그 부분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판은 아주 느린 속도로 대개 1년에 수 센티미터 정도 이동합니다. 그래서 판의 경계가 바뀔 때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구역은 잘 바뀌지 않는데요,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태평양 지진대입니다. 이 지역은 지각 변동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고 하여 ‘불의 고리’라는 별명 또한 갖고 있습니다.
그림3. 환태평양 지진대
2. 지진 발생 전 예측
그렇다면 스즈메처럼 지진의 문이 열릴 곳을 미리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판과 판이 부딪히는 것은 지각의 운동이 불안정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이상 징후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판끼리는 갑자기 부딪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작은 이상 징후들을 이용해 큰 지진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지진계 패턴이 있습니다. 지진계는 무거운 추의 관성을 이용해 지반의 흔들림을 측정하는 기구로,
P파와 S파의 진동 방향이 서로 수직이기 때문에 수평, 수직 방향을 모두 측정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곳에서 지진계에 비정상적인 패턴이 자주 기록되면 곧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의 충돌이 일어나면 충돌하는 부분에서 용융 이 일어나기 때문에 마그마가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화산 활동도 일부 일어납니다. 따라서 화학적인 방법으로도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데, 지하수의 농도 변화를 이용한 예측이 많이 쓰입니다.
그림4. 이론상의 PGV 식(빨간 실선)과 경보를 울리는 데 쓰이는 PGV식(파란 점선)
최근에는 지진파의 P파 성분으로 PGV(Peak Ground Velocity; 최대 지상 속도)를 예측하기 위한 예측식을 도출하고, 이를 이용하여 지진현장경보를 울리게끔 하는 방법도 등장했습니다. PGV식 예측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우선 단일 지진관측기로부터 P파 변위, 속도 및 가속도의 최대 진폭을 추출합니다. 이를 통해 PGV를 추정하고, 지표에서 일어나는 PGV 증폭을 제거합니다. 이후 기반암에서의 기록으로 보정하여 오차가 줄어든 PGV 식을 추정하면 예측식이 얻어집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경보 대상 구간에서 ±1 정도의 오차 범위 이내에서 80%의 성공률을 보여주어 신뢰도가 높은 예측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5. 내진설계의 종류
3. 지진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
그러나 아무리 예측 기술이 발달하여도 자연 현상을 인간이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여 지진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땅이 갈라지는 것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높은 건축물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건물의 붕괴 또한 주된 피해 요소입니다. 건축물 피해를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내진설계’가 있습니다. 내진설계란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이 진동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진설계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바로 내진 구조, 제진 구조, 면진 구조입니다
내진구조는 건물을 ‘T’자, ‘ㄴ’자로 설계하고 철근 콘크리트로 벽을 단단하게 지어 지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내구력을 강화한 방식이기 때문에 값은 저렴하지만, 그만큼 건축물 내부가 손상될 위험이 커서 현재는 잘 이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제진 구조는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을 감지하고, 그 진동의 반대 방향 힘을 건물에 주어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효율적이고 안정성이 뛰어나 많은 고층 건물들이 채택하는 방법이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타이베이 101 또한 이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방법이 지진력을 버티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면진 구조는 지진력을 감소시키는 데에 중점이 맞춰진 방법입니다. 지면에 바로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특수한 바닥재를 깔고 그 위에 공사를 진행합니다. 탄성이 있는 소재를 바닥재로 많이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건물에 직접 전달되는 지진력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방법은 건축물이 속한 환경보다는 건축물 자체가 받는 지진력에 의한 에너지를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하중기반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말에는 ‘성능기반설계’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는데요, 단순한 내진 구조가 아닌 건축물이 지어질 곳의 지반 환경에 따라 외력을 설정하고 그 외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여 건축물을 짓는 방법입니다. 설계자는 사용자의 요구성능에 따른 건축물의 성능수준을 설정하여 구조물의 사용성, 해당 구조물이 수행하는 기능의 중요성, 구조물의 보수나 업무 정지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 등에 의해 분류하여 구조 시스템 선정, 배치 계획 등을 결정합니다. 이는 하중기반설계보다 훨씬 복잡하여 한동안 설계자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엔지니어들의 내공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변수를 자동화하여 쉽고 빠른 예측이 가능해지는 등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근현대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철근을 넣어 강도를 높인 구조)에도 성능기반설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너무 딱딱하게 설계하면 휘어지게끔 하는 힘을 흡수하지 못하고 건축물이 그대로 파괴될 우려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연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철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구조 해석에 사용되는 강성*의 크기에 따라 힘의 분배가 달라지므로 이 또한 고려해야 할 점입니다. 이것들을 변수로 설정한 후 모델링을 통해 성능기반설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림6. 성능기반설계의 진행 절차
스즈메가 요석을 꽂아 모든 문을 닫아버리는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미미즈가 나오는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미미즈들이 문을 열고 나와 많은 사람들의 목숨, 소중한 일상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간들은 지진에 맞서는 방법을 점차 터득해 나갔고 그 방법들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독자 여러분이 스즈메가 되어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스즈메처럼 여러분이 직접 지진에 맞서 또 다른 꿈나무들을 지키는 것, 정말 멋진 일이지 않나요?

* 용융: 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가 되는 현상

* 연성: 재료를 길게 늘일 수 있는 성질

* 강성: 재료에 외부에서 힘을 가할 때 그 힘에 저항하는 정도를 수치화한 값

참고 문헌
  • 1. 이호준, 전인찬, 서정범, 이진수. “국내 지진관측기록의 P파를 이용한 지진현장경보기술 적용”(2020): p.133-143.
  • 2. 이리형, 김재승, 이진호, 이문성. “국내 내진 성능기반설계 최근 동향과 전망” Apr.2022: p.59-64. Print.
  • 3. 김창수, 박홍근. ”철근콘크리트 기둥의 성능기반설계를 위한 주철근비” 2010.04: p.187-197.
그림출처
그림 1. Pinterest
그림 2. https://if-blog.tistory.com/5354
그림 3. https://m.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1905192125005#c2b
그림 4. 참고문헌1과 동일
그림 5. https://newsroom.posco.com/kr/%ED%8F%AC%EC%8A%A4%EC%BD%94%EC%9D%98-%EB%82%B4%EC%A7%84-%EC%A0%84%EC%9A%A9-%EA%B0%95%EC%9E%AC%EC%99%80-%EB%82%B4%EC%A7%84-%EA%B0%95%EA%B1%B4%EC%9E%AC-%EC%86%94%EB%A3%A8%EC%85%98/
그림 6. http://www.hsgj.co.kr/biz_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