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특허 분쟁으로 배우는
공학자의 윤리적 자세

글. 건설환경공학부 2 조한기 편집. 화학생물공학부 2 이정환
그림1 애플워치
'Apple Watch Series 9 and Ultra 2 no longer include the blood oxygen feature.' 이것은 2024년 1월 18일부터 애플워치 홈페이지 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구입니다. 애플워치에 혈중 산소 농도1) 측정 기능이 더 이상 탑재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헬스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마시모는 지난 2020년, 애플워치에 탑재된 혈중 산소 농도 측정 센서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10월 국제무역위원회는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며 해당 기기의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합니다. 이후 애플은 곧바로 항소했으나, 2024년 1월 17일 항소가 최종적으로 기각되며 결국 애플워치에서 해당 기능이 제거된 것입니다.

애플은 관련 기능을 제품에서 제거하며 판매 중단은 면할 수 있었지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판매 중단 판결이 내려졌을 때, JP모건은 해당 판결이 애플 매출에 50억 달러(약 6조 4천970억 원) 수준의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입니다. 제품 속 작은 부품 하나에 제기된 특허 시비로 기업에 큰 손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술 발전이 가속되고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특허 분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학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번 호 특집 기사에서는 대표적인 특허 분쟁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 이들이 공학자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함께 살펴보시죠!

1.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

그림2 애플 대 삼성

2011년 4월,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애플의 주장은 삼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삼성이 자신들의 '핀치 투 줌' 기능2), '바운스 백' 효과3), 그리고 검정 전면 유리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스마트폰에서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능과 디자인이 사실은 애플의 특허였던 것이죠. 이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법정에서 수많은 재판과 항소가 진행됩니다.

이 분쟁은 2012년 미국에서 내려진 판결로 결말이 났습니다. 2012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여러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애플에 10억 달러 이상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배상금은 삼성의 항소와 합의를 거쳐 5억 4천만 달러로 조정되는데요, 이것은 한화로 약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디자인 특허권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2. Intel과 VLSI Technology의 특허 분쟁

그림3 인텔

2021년에 발생한 Intel과 VLSI Technology의 특허 분쟁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특허 침해 배상금 판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텍사스주 지방법원에서 인텔은 VLSI에 21억 8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특허 침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이것은 두 개의 특허 침해에 대한 것인데요. 하나는 클럭 주파수 관리와 관련된 특허4)이고, 다른 하나는 메모리 전압 감소와 관련된 특허5)입니다. 그러나 이후 인텔은 특허심판원(PTAB)의 개입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갔고 결국 2022년 12월, VLSI와 특허 소송 취하에 합의하며 양사 사이에 배상금이나 합의금이 오가는 일 없이 마무리됩니다. 이 사건은 특허 소유권 및 침해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분쟁의 규모와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상금이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텍사스주 지방법원의 판결은 특허 침해로 인한 배상금이 3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이 사건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VLSI가 특허를 활용해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법적 분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회사를 '특허 트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허 트롤'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존재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지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두 특허 분쟁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허 분쟁이 우리 공학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바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재산권은 창작물, 발명품, 상표 등 지적 창작물에 대한 법적 권리를 말합니다. 지식재산권은 창작물을 보호함으로써 창작자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핀치 투 줌', '바운스 효과', 심지어는 검정 전면 유리 디자인까지 자신들의 특허로 주장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모두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능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편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까지 모두 지식재산권이 주장될 수 있는 창작물입니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윤리적 자세라고 한다면,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학교 과제를 할 때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는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당장은 사소해 보여도, 지금부터 출처를 밝혀 적는 습관을 들여 놓는다면 미래에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훌륭한 공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교에 와서 가장 처음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출처를 올바르게 적는 방법일 정도로 출처를 적는 것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공대 상상 독자 여러분 모두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멋진 공학자로 성장하길 바라며,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주석
  • 1) 혈중 산소 농도 또는 산소 포화도는 혈액 속 적혈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체 헤모글로빈 중 산소와 결합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혈액이 운반하는 산소의 양인 것이죠. 혈중 산소 농도의 정상 범위는 95%에서 100% 사이이며, 이 범위보다 낮으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 2) 화면을 엄지와 검지를 활용해 확대·축소하는 기능.

  • 3)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길 때 맨 마지막 사진의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효과.

  • 4)클럭 주파수(연산장치에서 구성 요소의 동작을 동기화하는 클럭 펄스의 발생 주기)를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기술. US 7,725,759

  • 5)데이터 처리 부하에 따라 메모리의 전압을 조절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 US 7,52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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