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슬기로운 대학생활

공대생의 방학 갓생 도전기: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학회 Growth Hackers

글. 산업공학과 3 이재혁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4 백지원
안녕하세요,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
시험 기간에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내가 이 내용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직접 나서기로 한 학생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는 것, 아시나요? 오늘 [공대생의 슬기로운 대학생활] 코너에서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직접 세상에 펼쳐 보고 싶은 학생들이 가득한, 그리고 제가 지난 1년간 몸담았던 서울대학교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학회 'Growth Hackers'를 소개합니다!

학회란 무엇일까?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학회'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도 '댄스 동아리', '수학 동아리', '독서 동아리' 등의 단체가 있을 텐데요, '학회'는 동아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체입니다. '학회'에서는 주로 학술적인 내용을 친구들과 함께 더 깊게 공부하고 논의합니다. 또 학회에 따라 특정 학문 분야를 깊게 공부하고 논문을 내거나 세미나를 통해 발표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활용해서 기업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해요. 오늘 소개 드릴 'Growth Hackers'는 후자에 해당됩니다.

그림1 'Growth Hackers' 홈페이지 전면

'Growth Hackers'에는 이런 학생들이 모여 있어요

먼저 'Growth Hackers'라는 이름을 하나하나 뜯어볼까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은 '성장을 위한 모든 수단'이라는 뜻으로, 타겟의 빈틈을 찾아 해킹하듯이 고객에게 접근하여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마케팅 방법론을 의미해요. 'Growth Hackers'에는 이런 목적 및 방향성을 가지고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으며, 기업 내부에서 쌓아 둔 데이터 혹은 외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데이터 분석이란?

데이터 분석(Data Analysis)은 데이터 속 유용한 정보들을 발굴하고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로 변환해서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활동을 말해요.

데이터 분석이 어떤 활동인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예시를 한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A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에 다니고 있는 데이터 분석가라고 생각하고,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게요. 저는 A 영화관의 직원으로서 어떻게 A 영화관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현재 A 영화관의 매출의 상당 부분은 식음료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그리고 영화 티켓의 가격은 대부분 영화관이 통일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함부로 바꾸기 힘든 상황이죠.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식음료의 가격을 조절해 기업의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잡아 볼 수 있겠죠! 데이터 분석가는 이런 상황에서 타사의 식음료 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서로 다른 식품별 고객 판매량 등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최적의 가격을 제안할 수 있어요. 3가지 맛 팝콘을 한정판으로 판매했는데 그중 한 가지만 유독 높은 판매량과 선호도를 보였다면, 왜 그 팝콘이 인기가 있었는지 이것을 한정판으로 끝내지 않고 향후에도 계속 판매한다면 어떨지 데이터에 기반해서 분석하여 유용한 전략을 낼 수도 있겠죠. 또한 신상품을 낼 때 이것의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그림2 프로젝트 최종 발표 자료

대학생이 만드는 대기업의 추천 시스템!

이번에는 저번 여름방학 때 제가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살짝 들려 드릴게요. 현대그룹 계열사의 멤버십을 통합 관리하는 현대백화점 H.point 팀과 협업하여 추천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오프라인 매장, 홈쇼핑, 면세점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모든 매장에서 구매하고 적립한 적립금은 H.point 어플을 거칩니다. 결과적으로, H.point 어플에는 각자 다른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고객이 모이게 됩니다. 이때 고객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또 앞으로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 예측한다면 고객들이 관심을 보일 알림을 보내서 구매를 유도할 수 있지요.

지난 방학 동안 저와 팀원들은 여러 가지 알림 중에서도 특정 상품을 추천해서 홍보하는 알림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로 한 것은 각 상품을 적합한 추천 키워드에 따라 잘 분류하는 것이었어요. 머신 러닝 학습의 기본은 데이터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형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추천이 '좋은 추천'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기준을 정하고, '좋은 추천'을 더욱 많이 하도록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20대', '남성'으로 분류된 사람들에게 이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겨울', '외투', '검은색'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좋은 추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20대 남성에게 '겨울 옷'으로 분류된 모든 옷을 추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겨울 옷' 중에서도 필요한 옷의 종류와 색, 취향을 세세하게 파악하여 활용하지 못하고 엉뚱한 상품을 추천하게 되어서 결국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B브랜드 20대 검은색 겨울 아우터'라는 세부적인 분류에 따라 추천 시스템을 만들면, 해당 분류를 좋아하는 고객의 수도, 이 분류에 따라 추천할 수 있는 상품의 가짓수도 적을 것입니다. 결국 특정 카테고리를 설명하는 데이터가 적어져서 각 카테고리에 관심 있는 고객을 잘 찾아내는 좋은 성능의 추천 시스템을 만들기 힘들어집니다.

저희는 이런 고민을 거듭하며 두 달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수시로 담당자 분들과 연락하며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며 내가 기업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프로젝트 마지막에는 저희가 만든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서 실제로 고객들에게 알림을 보내는 A/B 테스트1)를 진행했는데, 테스트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전해 듣고 느꼈던 뿌듯함이 지금도 잊히지 않네요.

이제는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중!

지금 저는 1년간 학회를 통해 배우고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겨울방학 동안 '로드컴플릿'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 직무로 인턴십 활동을 하고 있어요.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행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저가 게임을 그만두기 전에 예측해주는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한답니다. 이제 막 3학년을 마친 상태라 졸업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기업의 일원이 되어 정말 필요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컸거든요. 학회와 학교 수업을 통해 배웠던 많은 것이 양분이 되어 지금 일에 녹아 들어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업 듣고 과제하고 시험 보는 일반적인 사이클을 벗어나 진짜 기업의 일원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가 공부했던 것들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경험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대학교에서의 1년간 하게 될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대학교에 오게 된다면 이처럼 수업, 동아리뿐 아니라 다양한 단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중 어떤 단체에 들어갈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이번 공대생의 슬기로운 대학생활 코너에서는 '학회'를 중심으로 갓생 살기에 도전해 본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았어요.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즐거웠고, 이 글이 여러분의 상상 속 대학 생활의 스케치북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 봅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주석
  • 1) 2가지 버전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의 반응을 추적, 비교하여 고객이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버전을 확인, 콘텐츠 개선 방향에 반영하는 테스트 방법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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