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데에는 식품을 살균하는 과정이 한몫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식품의 살균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세균이 잔뜩 묻어있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식품의 세균들을 제거하는 것일까요? 이번 자라나라 요리요리 코너에서는 식품을 살균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식품 살균은 우리의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공정입니다. 우리가 손 소독제로 손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것처럼, 우리가 음식을 먹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으려면 식품에도 살균 공정이 필요합니다. 살균은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으로 인체에 이로운 균은 남기고 해로운 균만 물리, 화학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제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오늘은 식품을 살균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세균을 사멸시키는 방법이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다수는 열을 가해서 온도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처리를 통해서 세균을 제거하는 살균법인 가열 살균법은 가장 전통적인 살균법입니다. 이 방법은 효과가 매우 강력해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가열살균법은 살균하는 온도에 따라 고온 살균법과 저온 살균법으로 나눕니다. 고온 살균법은 100℃ 이상에서 식품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을 완전히 사멸시켜버립니다.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만 노출해도 세포가 사멸되기 때문에 편리하고, 그 효과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식품 내에 있는 다른 영양소까지 파괴할 수도 있고 맛이 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저온 살균법은 100도 이하의 낮은 온도로 가열하는 방법으로, 열에 민감한 미생물만 부분적으로 사멸시킵니다. 이 방법은 해로운 미생물의 숫자를 줄이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고온 살균법과는 목적이 약간 다릅니다. 저온 살균을 통해 해로운 미생물의 영양세포를 사멸시킬 수는 있지만, 세포 자체를 완전히 살균하기에는 온도가 매우 높지 못하기 때문에 상온에서 내버려 두게 되면 다시 미생물이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온 살균법을 거친 식품의 경우에는 영양소 파괴가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미생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식품의 맛과 영양소를 유지하면서, 세균만 제거할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했고, 그래서 온도를 높이는 방법 이외에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가열살균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활용하여 미생물이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변형시키는 방법인데요, 그 중에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자외선 살균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뜨거운 햇볕에 오래 서 있으면 피부가 타고, 하얗게 벗겨지는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것은 자외선이 피부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인데요, 자외선은 파장 10nm~400nm의 빛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아서 더 큰 에너지를 갖습니다. 이렇게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을 미생물에 쪼이게 되면, 미생물의 DNA 구조가 파괴되어 살균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제 자외선이 어떻게 DNA를 파괴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DNA의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겠죠? DNA는 인산, 당, 그리고 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염기에는 4종류가 있는데, 바로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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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DNA를 이루는 4종류 염기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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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DNA의 구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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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DNA의 구조 2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염기들은 공통적으로 탄소와 질소로 이루어진 고리 구조를 가집니다. 그림과 같이(그림 2, 3) 인산과 당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여기에 염기가 결합해서 한 가닥이 완성됩니다. DNA는 이러한 가닥 두 개가 나선 모양을 이루는데, 두 가닥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각 가닥에 결합한 염기끼리 서로 수소결합1) 을 해야 합니다. 이때 수소결합을 하는 염기쌍이 정해져 있는데, 아데닌 염기는 구아닌 염기와, 티민 염기는 사이토신 염기와 상보적인 결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가닥이었던 DNA가 풀린 후, 각 가닥에 상보적인 염기가 수소결합을 하게 되면 DNA가 복제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자외선이 DNA에 조사되면 염기 사이의 수소결합이 끊어지면서 DNA의 염기 중에 티민의 분자 구조가 집중적으로 파괴됩니다. 자외선을 흡수한 티민은 그림과 같이 고리의 탄소-탄소 이중 결합을 끊고, 이웃한 티민과 결합하여 이합체를 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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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자외선에 의한 DNA 구조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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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자외선에 의한 티민 구조의 변화
DNA가 복제될 때 염기를 인식하여 그와 상보적인 염기를 결합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염기의 구조가 변하게 되면 복제과정에서 염기가 인식되지 못하겠죠? 결국, 염기가 파괴되어 DNA의 복제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되고, 분열기능이 정지된 세균은 증식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DNA 속 티민에 따라 그 세포의 자외선에 대한 민감성이 결정됩니다. 더 나아가, 자외선은 세포 내의 DNA 혹은 RNA의 구조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세포막의 단백질과 인지질을 산화시켜 세포가 생명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아무래도 세포의 DNA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살균과정에서 식품의 변화가 최소화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균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가 먹는 다양한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기 전에 엄격한 살균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음식을 먹을 때 한 번쯤 이 음식이 어떤 방법으로 살균되었을지 떠올려보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나요!
1)수소결합은 전기 음성도가 큰 N(질소), O(산소), F(플루오린) 원자에 결합한 H 원자가 이웃한분자의 N, O, F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정전기적 인력을 말합니다.
-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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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katr.re.kr/%EC%82%B4%EA%B7%A0-%EB%B0%A9%EB%B2%95-%EC%A0%95%EB%A6%AC%ED%95%98%EA%B8%B0-%EA%B0%80%EC%97%B4%EC%82%B4%EA%B7%A0%EB%B2%95/
-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529
- 그림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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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https://janghoa.tistory.com/m/142
그림 2. http://jjy0501.blogspot.com/2012/04/2_28.html
그림 3.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isung8410&logNo=22097793540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그림 4.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omeyo1013&logNo=22011333338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