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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사회를 위한 비접촉식 생체 인증 기술,
정맥인식

글. 에너지자원공학과 2 정영근 편집. 기계공학부 4 정윤종
요즘 스마트폰의 잠금을 설정하고 해제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비밀번호, 패턴과 같이 고전적인 방법과 더불어 지문인식 혹은 얼굴인식과 같은 생체 인증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이러한 생체인증기술은 우리 스마트폰을 여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앱에서 송금 기능을 이용할 때, 혹은 더 철저한 인증이 필요한 자동 출입국 심사에서까지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우리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지문인식과 얼굴 인식 외에도 생체 인증 기술에는 홍채의 패턴을 이용한 홍채인식, 망막의 모세혈관을 이용한 망막인식, 개인별 목소리 패턴을 분석하는 음성인식 등 많은 분야가 존재합니다. 그 중 이번 기사에서는 ‘정맥인식 기술’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그림 1. 사용자가 아마존 원을 이용하는 모습
정맥인식 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하려고 노력 중인 곳 중 하나는 바로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아마존(Amazon)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9월 29일, 손바닥의 정맥 패턴을 이용하여 사용자를 인식, 무인 매장에서의 결제수단으로 활용한 기술인 ‘아마존 원(Amazon One)’을 공개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원을 시애틀에 있는 무인 아마존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 두 곳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죠.

기존 지문인식 방식에 준하는 정확성을 가지면서도, 장치와 사용자의 접촉이 강제되는 지문인식 방식과 달리 장치와 10cm 이상 거리를 둔 채로 인증을 진행하는 모습은 정맥인증 기술의 장점을 어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로는 비접촉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엘리베이터 버튼마다 항균필름을 붙일 정도로 접촉에 예민해진 사회에서 이러한 정맥인식 기술은 꼭 필요한 인증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기계와 접촉하지 않고도 지문인식 수준의 정확도를 구현해 낼 수 있었을까요?


정맥인식 장치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장치로 구성됩니다.

1. 근적외선 광원
2. 고화질 CCD1 카메라
3. 정맥 사진으로부터 정맥 패턴을 추출해 내고 이를 기존 데이터와 비교할 소프트웨어
4. 등록된 사용자들의 정맥 패턴을 안전하게 관리할 데이터베이스

1 Charged-Coupled Device, CCD 센서는 빛을 전하로 변환시켜 이미지를 얻어내는 센서이다.

지문인식 장치 또한 사용자의 지문패턴을 추출해내야 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비교하기 때문에 3번과 4번은 동일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지문인식 장치와 다른점은 1번과 2번인데, 정맥인식 장치는 어떻게 근적외선 광원과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정맥 패턴을 추출하는 것일까요? 정맥인식 장치는 우리 몸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 헤모글로빈이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성질, 즉 흡광 성질을 이용합니다. 흡광 성질은 물질별로 잘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른 것으로, 헤모글로빈은 [그림 2]와 같이 적외선 영역의 빛을 잘 흡수합니다. 따라서 손바닥에 적외선 빛을 비추면 정맥 속 헤모글로빈이 다른 부분보다 적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그림 3(b)]처럼 검게 나타납니다.
그림 2. 헤모글로빈의 파장별 흡광
그림 3. 근적외선을 이용한 손바닥의 정맥 사진
물질별로 고유한 흡광 성질이 나타나는 이유는 물질마다 전자가 존재하는 전자궤도의 배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낮은 에너지 준위의 전자궤도에 있던 전자들은 특정 파장의 빛 혹은 특정한 에너지를 받으면 그것을 흡수하며 높은 에너지 준위의 전자궤도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때 전자 에너지 준위의 차이에 의해 물질들이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물질마다 흡수하는 파장의 영역이 달라지며, 이를 우리는 흡광 성질이라고 합니다. 흡광 성질이 정맥인식 기술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예시로 응급실에서 사용되는 산소포화도 측정 장치를 들 수 있습니다. 산소를 포함한 헤모글로빈과 산소를 포함하지 않은 헤모글로빈의 흡광도 차이로부터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사례이지요. 넓게는 물질의 흡광도와 용액의 농도 사이의 비례관계를 나타내는 비어-람베르트 법칙을 이용하면 흡광도로부터 다양한 용액의 농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림 4. 비어-람베르트 수식
그림 5. 산소포화 헤모글로빈(HbO2)과 헤모글로빈(Hb)의
흡광 차이를 이용한 산소포화도 측정기
이렇게 근적외선을 통해 손에 나타난 정맥 패턴을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하면 인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사용자의 정맥 패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하여 더욱더 컴퓨터가 사용자의 패턴을 찾아내기 쉽도록 정맥 패턴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한 후, 최종적으로 완성된 정맥 사진에서 사용자의 정맥 패턴을 추출해 이를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사용자를 인증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맥인식 장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또 어떤 원리로 접촉 없이 사용자의 인증 정보를 획득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정맥인식 기술은 비접촉식으로 위생에 유리할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의 흡광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부의 이물질, 상처, 땀과 같은 노이즈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인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헤모글로빈이 있지 않고서야 고유한 흡광 패턴을 위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보안성을 보이지요. 또한 정맥 패턴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가락, 손바닥 등 여러 신체 부위를 인증에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아울러 음성인식, 얼굴인식과는 다르게 정맥 패턴으로는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치 운영자의 데이터베이스에 사용자의 정보를 저장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지요.

그러나 이렇게 장점이 많은 정맥인식 장치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정맥 사진은 사용자의 피부 두께에 영향을 받아 피부가 두꺼운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며, 카메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주변의 빛 간섭으로 인하여 인식률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평생에 걸쳐 개인의 정맥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주기적인 재등록이 필요한 것 또한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난점을 해결하는 것은 미래 공학인인 독자 여러분들의 몫이겠죠? 정맥인식 기술이 우리 생활 곁으로 올 때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림 출처
그림 1. amazon news, https://www.aboutamazon.com/news/innovation-at-amazon/introducing-amazon-one-a-new-innovation-to-make-everyday-activities-effortless
그림 2. Optical Obsorption of Hemoglobin, https://omlc.org/spectra/hemoglobin/
그림 3. fujitsu whitepaper, https://www.fujitsu.com/downloads/COMP/ffna/palm-vein/palmsecure_wp.pdf ,
그림 4. https://www.edinst.com/blog/the-beer-lambert-law/
그림 5. https://mdmorenews.com/news/view.php?bIdx=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