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문화탐방 공대생의 문화탐방

뇌파만 있으면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다고?

글. 화학생물공학부 2 이준상 편집. 화학생물공학부 3 정석우
그림 1. 영화 <아바타> 포스터
30년 뒤 지구의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요?
과학의 발전으로 이루어낸 기술력, 그에 따라오는 자원고갈 문제 등, 어느 방향으로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미래 사회에 대해 색다른 상황을 상상했는데요, 외계 행성의 자원을 두고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는 내용의 영화 <아바타>를 감독하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흥행 1위의 기록을 지키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속편 개봉에 앞서 1편의 내용을 확장해 재개봉했던 <아바타: 리마스터링>, 오늘 공대생의 눈으로 소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림 2. 영화 <아바타> 스틸컷
영화의 배경은 2150년, 인류는 외계 행성 '판도라'에 묻혀 있는 값비싼 자원 '언옵타늄'을 채취하기 위해 대규모 부대를 파견합니다.
다만 채취를 위해서는 원주민들인 '나비족'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고, 그들과의 교류를 위해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섞어 인공 육체를 제작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가 인공 육체를 원격 조종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기술로 인공 육체의 원격 조종이 가능한지 알아볼까요?
그림 3. 로봇 다리의 구조
1. 뇌파를 이용한 로봇의 원격 조종
영화에서는 인공 육체와 조종수를 연결해주는 링크 장치에 주인공이 들어가 나비족의 몸을 생각만으로 조종합니다. 심지어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이, 나비족의 몸을 통해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이죠. 이를 위해서는 뇌파의 전달만으로 나비족의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요,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재의 기술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장애 환자의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인 사례인데요, 프랑스의 그르노블대 연구진은 사지 마비 환자에게 로봇 팔과 다리를 장착하고, 이를 뇌와 연결해 움직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올해 10월 카이스트-서울대 의대 합동 연구진들은 뇌에서 나오는 신호만을 통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운동 신호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에서 나온 뇌파를 측정하여 인공 지능으로 분석한 결과, 최대 80%의 정확도로 팔을 움직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기술들과 함께라면, 영화에서처럼 장치에 누워 상상만으로 나비족의 몸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이러한 기술들의 원리가 되는 것을 뇌 - 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Brain Computer Interface)라 하는데요, BCI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2.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Brain Computer Interface)
이전 호 웹진 중 '공대생의 눈으로 영화보기' 코너1에서도 소개해 드렸듯이, BCI는 뇌와 컴퓨터 장치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합니다. 즉, <아바타>에서 나타나는, 뇌파를 이용해 인공 육체를 조종하거나 뇌가 다른 장치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는 등의 원리가 되는 인터페이스이죠. 1970년부터 연구가 시작된 BCI 기술은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를 넘어, 현재는 재활 환자나 가전 제품의 동작을 비롯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1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공대상상 웹진 Vol.41 "영화 <마녀>: 유전자 조작, 실제로 가능할까?"를 읽어보세요.

그림 4. BCI의 기본 구조
BCI의 기본 구조는 뇌파의 측정을 위해 잡음을 제거하고 주파수를 조정하는 전처리 과정,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 이를 분석하는 분류 과정으로 나뉩니다. 이러한 추출 과정 방식에 따라 BCI의 종류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두피를 뚫고 직접 뇌 안에서 신호를 측정하는 침습식 BCI와, 외부에서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비침습식 BCI가 존재합니다.

BCI는 뇌질환 치료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침습식 BCI를 통해 뇌에 자극을 주는 기술을 이용하여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죠. 치료를 위해 뇌에 자극을 주고, 자극에 의한 반응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입력합니다. 알고리즘은 다시 이를 반영하여 치료를 위한 새로운 자극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뇌질환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현재는 간단한 자극을 통해 수정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미래에는 뇌 속의 인공 신경망을 재구축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3. 정보의 업로드 문제
물론 상상을 통해 인공 육체의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로 영화 속의 연출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아주 큰 공백이 존재합니다. 바로 정보 전달인데요,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가 장치 속에 들어가게 되면 원래의 육체는 잠들고 의식이 완전히 옮겨진 채 아바타로 깨어나게 됩니다. 원래 육체와 인공 육체 사이에 감정과 생각이 모두 실시간으로 전송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죠. 뇌파를 원격으로 전달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 가능하지만, 인간의 생각 전체와 느끼는 감정을 전송하고 받기에는 무리일 것입니다. 이것이 많은 과학자들이 영화 <아바타>가 현실화되기에는 무리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랍니다.

결국 영화 <아바타>의 링크 장치 속에서 BCI를 통해 아바타를 조종하고, 아바타인 상태로도 생생하게 감정을 느끼는 것은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다만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비슷한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과거와 비교해서는 믿을 수 없는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10 년 전에는 상상으로 끝나던 영화 속 연출들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비슷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상상력이 곧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상과학영화의 장점입니다. 일어날 것만 같은 일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바꾸어 주는 상상력,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참고 문헌
그림출처
그림 1. 네이버 영화 <아바타>
그림 2. 네이버 영화 <아바타>
그림 3. [IF] 움직임 없이 생각만으로 작동… 한 몸이 된 인간과 로봇. (2019).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0/2019101000060.html
그림 4. 안민규, 전성찬. (2011).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원리 및 기술 동향. 정보과학회지, 29(4), 4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