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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팽압을 구동력으로 전환하는 기기,
소프트 액추에이터

글. 건설환경공학부 1 안승민 편집. 기계공학부 2 박민석
최근 과학기술 연구의 트렌드는 ‘융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융합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한다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에, 서울대학교 또한 다양한 연합전공, 연계전공을 신설하고 협동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융합 학문의 시대에 발맞추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료공학부 선정윤 교수 연구팀과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연구팀에서 기존의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갖는 문제점을 개선하여 다양한 공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해당 논문은 지난 해 4월 15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되기도 하였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두 교수님의 인터뷰도 담아보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하이드로젤 기반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단점을 보완하는 연구입니다. 먼저, 하이드로젤은 수용성 고분자들이 3차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물질로, pH, 온도, 용매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하이드로젤은 물을 흡수하면 삼투 현상에 의해 변형이 자유롭기 때문에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그림 1. 하이드로젤 표본의 구조도
  • 그림 2. 하이드로젤 팽창 조절 요인
그렇다면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무엇일까요?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재료로 만든 액추에이터이고, 액추에이터는 신축성 있는 재료의 부피가 변하면서 만들어지는 압력을 구동력으로 전환하는 기기입니다. 이러한 액추에이터를 활용하는 예시로는 주방 조리대 높낮이 조절 장치, 모터 등이 있습니다.
그림 3. 소프트 액추에이터
그림 4. 하이드로젤의 구조
그러나, 하이드로젤을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재료로 사용할 때는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구동력이 약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동 속도가 느리다는 거죠.
우선, 동력이 약한 이유는 하이드로젤의 과도한 팽윤 때문입니다. 하이드로젤 팽윤1 의 동력인 삼투압은 그 크기가 매우 크지만, 하이드로젤을 구성하는 분자들을 잇는 사슬은 탄성 응력 물체2가 외부의 힘에 저항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약합니다. 사슬의 탄성 응력이 약하기 때문에 하이드로젤은 과도하게 팽윤하게 되고 용질의 농도가 줄어들면 삼투압은 감소하게 되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동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1 고분자 화합물이 용매를 흡수하여 부피가 늘어나는 일

2 물체가 외부의 힘에 저항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

그림 5. 식물세포의 구조
선정윤, 김호영 교수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의 과도한 팽윤을 막기 위한 방법을 식물 세포에서 찾아냈습니다. 식물 세포의 세포벽은 셀룰로오스로 구성된 단단한 벽으로 세포의 크기를 유지하고 세포 내의 높은 삼투압을 팽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착안하여, 연구팀은 질긴 막에 하이드로젤을 가둔 구조로 액추에이터를 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하이드로젤이 팽윤하는 크기를 제한함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하며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삼투압을 온전히 구동력으로 전달하여 외부 동력 없이 재료 자체만으로 큰 크기의 구동력을 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음으로, 하이드로젤 액추에이터의 구동 속도가 느린 이유는 물 분자의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의 확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연구팀에서는 전기 삼투 현상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이드로젤 양쪽에 전압을 걸어주면, 하이드로젤에 존재하는 전하를 띤 입자들이 물 분자를 둘러싸게 됩니다. 전하를 띤 입자들이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물 분자도 빠르게 하이드로젤 내부로 이동하며 액추에이터의 구동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지요.
그림 6. 전기 삼투 현상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기존의 하이드로젤 기반 액추에이터가 가지고 있던 2가지 문제점을 모두 해결함으로써, 액추에이터를 수중 환경에서의 구조체 건설, 인공 근육 등 공학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연구의 주역이신 선정윤 교수님과 김호영 교수님을 만나 뵈러 갈까요?
교수님 인터뷰
그림 7. (좌) 선정윤 교수님, (우) 김호영 교수님
Q1.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1. 선정윤 교수님: 하이드로젤은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재료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구동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액추에이터로서의 활용성을 크게 제한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 세포가 삼투압을 팽압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이에 더해 하이드로젤에 전압을 걸어서 전기적 삼투가 발생하도록 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김호영 교수님: 원래 계면활성제, 액정, 콜로이드 같은 소프트 물질에 관심이 많고, 그러한 사물의 운동과 변형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선정윤 교수님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소프트젤을 이용한 액추에이터라는 재밌는 주제를 발견하여 연구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Q2. 연구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으셨을 텐데, 그럴 때 연구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교수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2. 선정윤 교수님: 저는 제가 흥미를 갖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연구 주제로 합니다. 연구자는 본인이 본인의 연구에 대해 느끼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팀 연구원들과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눔으로써 연구 주제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호영 교수님: 연구 주제는 제가 좋아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선정합니다. 이렇게 주제를 선정하면 새롭고 신선한 문제를 계속해서 풀기 때문에 연구가 질리지 않습니다. 즉, 내가 좋아하면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실험에 계속 실패한다면 이 연구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지 다시 점검합니다. 내 가정이 옳다는 확신이 들면 난관에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갑니다.
Q3. 연구 협업에서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A3. 선정윤 교수님: 저희 연구팀에서는 팽압과 전기삼투를 활용한 하이드로젤 액추에이터를 위한 아이디어를 고안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료를 선정하고 액추에이터를 실제로 개발했습니다. 나아가 이 액추에이터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얻어내기 위한 실험을 고안하고 이를 측정했습니다.

김호영 교수님: 저희 연구팀에서는 액추에이터의 구동 힘과 속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세우고 실험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나아가 전기 삼투에 의해 하이드로젤 내부로의 물의 이동이 빠르게 되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액추에이터를 향후 소프트 로봇에 활용하기 위한 최적설계의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Q4. 연구 협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4. 선정윤 교수님: 연구 협업을 하면 상호보완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엑추에이터가 빠르게 힘을 낼 수 있어 활용성이 높았으나, 로봇에 사용된 이후의 제어 구동을 예측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분석 모델이 제어 구동을 잘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김호영 교수님: 많은 연구 추세가 ‘융합’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융합 없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줄어들고 있고, 한 분야로만 파고들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면 기존의 연구들도 새로운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고, 각자 학과에서 배운 개별 학문의 지식이 모여 깊고 넓은 연구주제 및 분야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이후 어떠한 연구분야 및 연구를 희망하시나요?
A5. 선정윤 교수님: 이번 연구가 소프트 재료를 이용한 액추에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고, 향후 인공 근육, 생체 모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액추에이터 외의 센서나 파워 소스 등에도 원리를 적용하여 활용성을 넓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김호영 교수님: 소프트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여 이를 기계공학 분야에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소프트 물질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계들을 개발하여 ‘소프트 기계’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Q6. 연구직을 희망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A6. 선정윤 교수님: 연구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게 우선이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다면,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호영 교수님: 연구는 ‘업무’의 측면과 ‘예술’의 측면이 있는데요, 독자 여러분들은 창조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자유로운 창작 의지를 가진 연구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동안의 국내 연구가 한글설명 패스트 팔로워3 로서의 연구였다면, 이제부터는 퍼스트 무버4 를 향한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의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창의성이 뛰어나야 하고, 창의성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연구를 할 때 나타납니다.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역사 등 다양한 기본 소양들을 갖춰야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 영역에만 빠지지 말고 두루 공부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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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1] 한국연구재단 보도자료, 2022.04.12.
  • [2]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 2018.08.13.
  • [3] 선정윤 교수님 제공자료
  • [4]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선정윤-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연구팀,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낼 수 있는 소프트젤 액추에이터 개발”, https://eng.snu.ac.kr/node/21037. Accessed 04 November 2022
  • [5] Enas M.Ahmed, Hydeogel: Preparation, characterization, and applications: A review, ScienceDirect, 2015, p.105~121
그림출처
그림 1. Enas M.Ahmed, Hydeogel: Preparation, characterization, and applications: A review, ScienceDirect, 2015
그림 2. 선정윤 교수님 제공자료
그림 3. Evan Ackerman, Soft Actuators Go From Squishy to Stiff, https://spectrum.ieee.org/soft-actuators-go-from-squishy-to-stiff-and-back-again, IEEE Spectrum, 02 June 2015, Accessed 18 November 2022
그림 4. 손창모, 전영실, 김지홍, “아미노산 곁사슬 치환 폴리아스팔트산계 생분해성 고흡수성 젤의 제조와 물성”,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고분자기술연구소(2011), p.559
그림 5. 선정윤 교수님 제공자료
그림 6. 선정윤 교수님 제공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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