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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공 태양, KSTAR와 핵융합 발전

글. 전기정보공학부 1 장준혁 편집. 건설환경공학부 2 안승민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죠. 갈수록 심화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람들은 다양한 친환경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발전 방식을 바꾸는 것 역시 이 중 하나입니다. 석유, 석탄 등의 화석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의 방식은 대기 중 온실 기체의 양이 증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이는 기후변화의 주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안으로 원자력,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이 제시되었지만, 발전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기도 하고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이 존재하는데요, ‘이 방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방식’을 활용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맑은 낮, 고개를 돌려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 상당한 눈부심에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이것’이 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중심부 온도가 1,500만℃에 달하는 뜨거운 천체, 태양입니다. 이 항성은 지구로부터 무려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죠. 태양이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까닭은 내부에서 핵융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방식’은 바로 ‘핵융합’입니다!
그림 1.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전경
핵융합 발전은 발전 원료를 쉽게 조달할 수 있고 폐기물도 거의 생성하지 않는 발전 방식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억℃에 달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1 가 필요한데요.

태양의 경우 중심부 온도가 매우 높아 플라즈마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지구에서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초고온 상태의 플라즈마를 만들고, 담을 수 있는 ‘인공 태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국가에서 인공 태양을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발한 인공 태양 ‘KSTAR’는 2021년, 세계 최초로 1억℃ 플라즈마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을 정도로 선도적인 핵융합 발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차세대 발전원으로 여겨지는 핵융합 발전이 어떠한 원리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핵융합 발전 연구 장치인 KSTAR 속에 적용되어 있는 공학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플라즈마(plasma):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높은 전기전도도를 갖는 상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물질의 제4 상태라고도 불리며 높은 온도나 강력한 전기장을 통한 에너지 공급으로 형성된다.

핵융합 발전, 상대성 이론을 이용했다고?

핵융합 발전은 사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그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05년 발표한 이 역학 이론은 시간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상대적인 시간에서 오는 차이는 질량의 변화를 만들게 되는데, 이 질량의 변화로부터 물체가 갖는 에너지를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 있습니다.

$E=mc^2$
($E$: (정지) 에너지, $m$: 질량, $c$: 빛의 속도)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책에서 한 번쯤 보았을, 바로 그 식이 유도됩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질량 자체가 에너지가 될 수 있으며 그 크기는 초속 30만 km에 달하는 빛의 속도의 제곱이 곱해질 만큼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등식으로 표현된 질량과 에너지가 본질적으로 서로 같으며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질량-에너지 동등성’이라 하며 이것이 바로 핵융합 발전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태양, 그리고 KSTAR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질까요? 사실 두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반응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태양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심부에서 4개의 수소 원자핵이 크게 3단계에 걸쳐 1개의 헬륨 원자핵이 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반응과 질량 손실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MeV=1.60 × 10^{-13}J$, $eV$ : 전자볼트 2)

(1단계) – 두 개의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으로 중수소 원자핵 생성 (2회)

$_1^1H+ _1^1H→ _1^2H+e^++ ν   (E=0.42 MeV)$

$e^++e^-→ γ+γ (E=1.02 MeV)$

($ν$ : 중성미자,  $γ$ : 감마선,  $e^+$ : 양전자)

(2단계) – 중수소 원자핵과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으로 헬륨-3 원자핵 생성 (2회)

$_1^2H+ _1^1H→ _2^3He+ γ (E=5.49 MeV)$

(3단계) – 두 개의 헬륨-3 원자핵의 핵융합으로 안정된 헬륨 원자핵 생성

$_2^3He+ _2^3He→ _2^4He+_1^1H+ _1^1H (E=12.86 MeV)$

2 전자볼트[$eV$]: 전자 하나가 1 볼트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하는 일. $1  eV = 1.60×10^{-19}J$

그림 2.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즉 1~3단계를 거쳐 하나의 헬륨 원자가 생성되었을 때, 질량 손실에 의하여 약 26.7$MeV$에 달하는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원자 1$mol$이 $6.02×10^{23}$개이니, 수 g의 재료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KSTAR에서의 핵융합도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안정된 헬륨 원자핵이 생성되는 반응이지만, 초기 재료로 양성자 1개의 수소 원자핵을 사용했던 태양과 달리 양성자에 각각 중성자 1개, 2개가 더해진 중수소 원자핵과 삼중수소 원자핵이 사용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다음의 식처럼 융합하게 되고, 그 결과 약 17.6$MeV$의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태양에 비해선 조금 적지만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_1^2H+ _1^3H→ _2^4He+_0^1n (E≈17.6 MeV)$
그림 3. KSTAR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핵융합 반응은 작은 원자번호의 원소들이 반응하여 큰 원자번호의 더욱 안정한 원소가 되는 과정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연계에서 가장 안정한 원자핵을 가진 원자번호 26번의 철로 변화하려 하죠. 반대로 철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일 경우 방사성 붕괴를 통해 작은 원자번호의 원소로 변화하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날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원자번호 92번, 우라늄의 핵분열입니다. 핵분열 발전의 원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번 호의 ‘전공 수업 소개’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핵융합 발전은 이러한 핵분열 발전 방식에 비해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7배 이상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12.3년으로 짧고 방사성 준위3 도 낮으며, 재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각각 바닷물과 리튬으로부터 손쉽게 얻을 수 있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소는 운전의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해 기존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집니다.

3 방사성 준위: 물질이 방출하는 방사선의 강도. 특히 사용 후 핵연료의 농축 폐액이나 플루토늄 등 방사선의 방출 강도가 높은 방사능 폐기물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 부른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보관하는 토카막

하지만 소위 ‘꿈의 에너지’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핵융합 에너지를 인공적으로 이용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었던 까닭은 태양의 엄청난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인해 1,500만℃에 달하는 고온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지구에서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1억℃까지 가열된 플라즈마가 필요합니다. 이에 KSTAR가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우선 장치의 기본 구조에 대해 알아봅시다. 핵융합 발전 장치의 구조는 크게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 기반 방식’으로 나뉘며, KSTAR의 경우 둘 중 더욱 각광받고 있는 구조인 토카막 방식을 사용합니다. 전자석을 이용한 토러스형 용기라는 의미를 가진 토카막(Tokamak)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도넛 모양의 용기 주위를 연직 방향과 수평 방향의 고리형 코일이 감싸는 구조를4 갖고 있습니다. 전자석은 코일에 전류가 흐를 때 자성을 갖게 되는 자석으로,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대하여 코일을 감싸는 반시계 방향의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연직 방향의 고리형 코일은 수평 방향의 토로이달 자기장을, 수평 방향의 고리형 코일은 연직 방향의 폴로이달 자기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두 강력한 자기장은 플라즈마를 용기 내에 안정적으로 밀폐하여 핵융합 반응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합니다.

4 각각 토로이달 방향, 폴로이달 방향

그림 4. 토카막 내부의 자기장
이때 사용되는 전자석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구리로 된 전자석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전자석은 강한 자기장 속에서 매우 큰 전기 저항을 갖게 되고, 결국 다량의 열이 발생하며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핵융합 장치에는 초전도체로 이루어진 전자석을 사용합니다. 초전도란 특정 온도 이하에서 도체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말 그대로 저항이 ‘0’이 되기에 많은 전류가 흘러도 열에너지로 소실되는 전력이 거의 없습니다. 토카막 내에서는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초전도 전자석은 발전 효율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죠. KSTAR는 초전도체인 나이오븀-주석($Nb_3 Sn$) 합금을 사용한 전자석 30개로 주 장치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1억℃ 플라즈마를 만드는 방법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담을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플라즈마를 만들어야겠죠? 사실 플라즈마를 보관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하며, ‘얼마나 높은 온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핵융합 발전 장치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인공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시키기 위해서는 재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로 가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KSTAR에는 이를 위해 3가지의 플라즈마 가열 장치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변압기-마그넷, 전자공명 가열장치(ECH), 중성입자빔 가열장치(NBI)가 바로 그것입니다.
1. 변압기-마그넷

변압기-마그넷은 KSTAR 구동 초기에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입니다. ‘변압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차측5 에 해당하는 이 장치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통해 2차측인 토러스에 전압을 인가합니다. 변압기-마그넷에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크기와 방향이 변하는 교류 전류가 흐르면 토러스의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력선속이6 변화하며, 이 변화를 방해하려는 방향으로 코일에 전압이 유도되는 것입니다. 이후 유도된 전압으로 핵융합 연료 기체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며 플라즈마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이 장치는 ‘저항가열(ohmic heating)’을 통해 생성된 플라즈마를 일정 온도까지 가열하는데요. 저항에서는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고, 이 열에너지를 받은 입자가 주변 입자와 마찰하면서 에너지를 전달하여 열평형 상태에 이르는 원리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마찰 효과는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감소하기 때문에 약 3천만℃ 이상의 고온에서는 저항가열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플라즈마가 더 이상 변압기-마그넷으로 가열되지 못하는 온도에 이르면 ECH와 NBI의 구동이 이루어집니다.

5 1차측(primary circuit): 통상 변압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전력이 들어오는 쪽(입력)을 일컫는 용어. 전력을 사용하는 쪽을 2차측(secondary circuit)이라 한다.


6 자기력선속: 특정 단면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자기력선의 총수. 자기장과 면적의 내적으로 구한다.($ø=B·S$).

2. 전자공명 가열장치(ECH)

ECH는 ‘공명가열(resonance heating)’을 통해 토카막에 형성된 플라즈마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고주파를 토카막 내에 넣어 플라즈마를 가열하는 것입니다. 공명이란 물체가 특정 진동수의 외력을 받으면 큰 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인데요. 이때 물체가 큰 폭으로 진동하게 되는 특정 진동수를 고유 진동수라고 합니다. 가열하고자 하는 물체의 고유 진동수에 맞는 파동을 전달하면, 물체는 파동을 흡수하여 격렬하게 운동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 입자와 충돌하여 열을 전달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ECH와 작동 방식이 유사한 전자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바로 전자레인지입니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여 음식을 데울 때, 수분이 없는 음식은 데워지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전자레인지가 일반적으로 발생시키는 진동수 $2.45GHz$의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들만 선택적으로 가열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물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하는 특성을 활용합니다7. ECH의 경우 공명을 일으키는 대상이 플라즈마 내에서 회전운동하고 있는 전자인데, 전자는 물보다 더 높은 주파수에서 공명합니다. 실제로 KSTAR에서는 토카막 내에 입사되는 파의 주파수로 $84, 110, 170 GHz$를 조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요. 전자기파가 갖는 에너지는 파동의 진동수에 비례하므로, ECH에서 사용하는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보다 수십 배 이상 강력한 것입니다.

이러한 파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이로트론 발진기’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발진기는 필요한 주파수의 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로, 자이로트론 발진기는 전자가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전자기파로 변환해 줍니다. 전자에 에너지를 가하기 위해서는 전자총을 활용하는데, 강한 전기장을 걸어주면 고체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와 전기력을 받고 가속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설비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주장치인 토카막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플라즈마 가열이라는 주목적 외에도 ECH는 전자석 코일이 소모하는 전력을 절감하거나 코일들의 전류 분포를 균일하게 제어해 주는 등 KSTAR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도움을 제공합니다.

7 실제 물의 고유 진동수는 $9GHz$인데, 이 경우 바깥쪽 수분이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여 음식의 겉만 타버린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음식 내부의 수분까지 에너지가 고르게 전달되도록 진동수를 낮추어 사용한다.

그림 5. KSTAR 전자공명 가열장치(ECH).
3. 중성입자빔 가열장치(NBI)

NBI는 세 가열 장치 중 가장 최근에 도입된 장치입니다. 그만큼 향후 핵심 가열 장치로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지금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죠. NBI가 플라즈마를 가열하는 원리는 외부에서 가속한 고에너지 중수소 입자가 플라즈마 속으로 입사하여 이온화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ECH가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만 전달하는 것과 달리 직접 플라즈마 속으로 입자가 들어가는 것이죠. 파동이 아닌 입자를 쏘게 되면 플라즈마 온도와 성능을 즉각적으로 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 강하게 플라즈마를 가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NBI가 초기에 도입되지 못한 이유는 구체적인 작동 과정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파동을 입사시키는 방식에 비해 거쳐야 할 과정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중성 가스 투입 → 이온화 및 가속 → 중성화 → 토카막 입사 → 이온화


중성화와 이온화가 반복되는 복잡한 과정에 의아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데요. 고에너지 입자를 쏘려면 우선 입자에 많은 에너지를 가해 주어야 합니다. 여기엔 앞서 ECH의 자이로트론 발진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전기장 영역을 만들어 전기력을 가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양성자는 음극, 전자는 양극 쪽으로 전기력을 받는 것에 반해 중성 입자는 전기적 에너지를 가하기 상당히 어렵고, 이 때문에 입자가 극을 띠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NBI의 이온원에서는 유도 결합8 방식을 통해 중성 입자(중수소 가스)가 양이온과 전자로 이온화되고, 이온화된 입자는 강한 전기장이 걸린 영역을 통과하며 힘을 받고 가속하여 $100 keV$에 달하는 큰 운동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가속된 양이온과 전자는 일정한 궤도에서 다시 만나 전하를 상쇄하고 중성 입자가 되는 과정을 겪는데, 이를 ‘중성화’라고 합니다. 이온화된 입자를 직접 토카막 내로 주입하지 않고 중성화를 거치는 까닭은, 이온화된 입자의 경우 토카막 내부에 걸려 있는 강한 자기장에 휩쓸려 목표하는 곳으로 원활하게 입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후 중성 입자는 목표한 지점에서 자기장에 의해 이온화되면서 내부에 갇혀 플라즈마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됩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KSTAR는 2개의 중성입자빔 가열 장치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2010년 설치된 NBI-1은 플라즈마 중심부에 입자를 발사하여 플라즈마를 가열하고, 2020년 새롭게 설치된 NBI-2는 플라즈마 위아래에 입자를 주입하여 가열이 한 부분에 집중되지 않도록 합니다. 이로써 플라즈마의 안정성을 높여 플라즈마 유지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8 유도 결합(Inductive Coupling): 한 도체를 통한 전류 변화가 전자기 유도에 의해 다른 도체 양단에 전압을 유도하도록 두 도체를 배열하는 것.

그림 6. KSTAR 중성입자빔 가열장치(NBI)
더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하라!

이렇게 KSTAR에는 다양한 플라즈마 가열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 1억℃의 높은 온도도 문제없이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이 실제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오랜 시간 동안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플라즈마 유지에 있어 가장 큰 저해 요소가 불순물인데요. 토카막 내부에 불순물이 존재할 경우 플라즈마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이미 발생한 플라즈마도 소멸시켜 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카막 내부, 토카막과 가열 장치를 잇는 관들은 항상 고도의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KSTAR에는 기체 분자 각각에 힘을 가해 밖으로 밀어내는 정밀한 진공 배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초전도 전자석이 원활히 냉각되지 않는다면 저항이 발생하며 발전 효율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KSTAR 냉각 시스템은 초순수9 를 활용한 냉각수 설비와 헬륨을 활용한 저온 헬륨 냉동장치를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카막 내부 초전도 전자석의 냉각에는 저온 헬륨 냉동장치를 사용하는데, 현재 사용 중인 전자석의 초전도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석을 -268℃라는 엄청나게 낮은 온도로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1억℃와 -268℃라는, 상상할 수 없는 양극단의 온도가 한 공간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때 냉각제로 헬륨을 사용하는 까닭은, 헬륨은 지구상의 원소 중 가장 끓는점이 낮은 원소라는 데 있습니다. 무려 $4.2K$(-269℃)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저온을 자랑하죠. 초전도 전자석의 임계온도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이 온도에서는 헬륨이 액체와 기체의 상이 공존하는 ‘초임계 헬륨’이 되기 때문에, 자석의 구석구석을 채우며 빠르고 안정적으로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KSTAR에는 시간당 $3,000L$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헬륨을 생성할 수 있는 냉동 장치 및 분배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에 이어 규모로도 아시아에서 2번째라는 놀라운 명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세대 발전 방식으로 각광받는 핵융합 발전의 원리와 각종 선도 기술들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차세대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 속에 숨어있는 공학 요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KSTAR는 현재 2030년까지 실증로 운영을 위한 연구개발 및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50년 이후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운전 단계의 필수적인 기술을 검증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죠.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발전 방식이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는 핵융합 발전. 우리와 후손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욱 많은 관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야 할 공학 기술이 아닐까요?

9 초순수(Ultrapure Water): 전기 전도도, 생균 수, 고형의 미립자 수 등을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한 물. 원자력 발전이나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사용된다.

참고문헌
김광표, 김현석, KSTAR 토카막 장치 진공 기술 현황, 진공이야기 4(1), 한국진공학회, 2017, 16-23면.
나병근, 중성입자빔 연구의 현황, 진공이야기 7(3), 한국진공학회, 2020, 4-9면.
양형렬, KSTAR 가열장치에 적용된 특수전원 기술, 전력전자학회지 17(4), 전력전자학회, 2012, 39-43면.
우인식 외, KSTAR 전류전송계통 진공배기계 구축 및 시운전, 한국진공학회지 16(6), 한국진공학회, 2007, 483-488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https://www.kfe.re.kr/ 2023.07.30.
그림출처
그림 1.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누리집, https://www.kfe.re.kr/menu.es;jsessionid=EE73ED4422CEC1BE20CA98F81322F55E?mid=a10202040000
그림 2,3. 김성진 et al, 동아출판 하이탑 고등학교 물리학 1, 2022.
그림 4.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Tokamak
그림 5.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160622000366
그림 6. 나병근, 중성입자빔 연구의 현황, 진공이야기 7(3), 한국진공학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