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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글. 기계공학부 1 이준서 편집. 전기정보공학부 2 김채원
그림1. 여행의 이유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 한 번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나요?
여행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고, 우리의 영혼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소한 계기, 한 줌의 용기와 대담함으로부터 시작되지요.
이번 호에서는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책에 등장하는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들과 함께 읽어드리려 합니다.
공감 글귀 1. 인생과 제로섬 게임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김영하 작가는 비자가 없어서 중국 공항에서 추방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고 난 후 즉흥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쉽사리 평정을 되찾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작가는 “난생처음으로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라 말하며 오히려 그 속에서 여유를 찾고 평소와는 다르게 사고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경제학에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모든 참가자의 점수를 합하면 0이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생도 이런 제로섬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계획에 없던 중국에서의 추방이 잃은 것이라면, 책을 쓰기 위한 이야깃거리는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여 실패한 것 같아도 다른 것을 얻었을 수 있고,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며 긍정적인 요소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기에 인생을 제로섬 게임에 비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감 글귀 2. 무계획의 미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여행과 인생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작가는 아내와 함께한 여행 도중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몸살을 얻어 이틀 동안 앓아누웠고, 오토바이 배기통에 아내가 종아리를 데어 화상을 입기도 하였답니다. 이런 계획하지 않은, 또 부정적인 사건들을 작가는 좋은 이야기 소재로 씁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늘 계획을 세우고,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합니다. 하지만 계획이 치밀할수록 계획을 방해하는 변수도 많아지고, 모든 일이 항상 순조롭게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과 도전, 실패와 좌절도 함께하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이러한 우여곡절이 우리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항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는 그러한 갈등을 극복하며 처음과는 달라진 모습의 주인공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린 후에야 무지개로 하늘이 아름다워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도 눈을 맞고 나서야 푸른 잎사귀들을 세상에 드러냅니다. 마찬가지로 희열과 성취감은 예상치 못한 도전과 역경을 극복하고 나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쓸 말이 없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도 너무 순조로우면 얻을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공감 글귀 3. 미지와의 조우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은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능케 합니다. 이 책에는 여행하면서 작가가 겪은 일도 많이 있지만,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하나의 축이 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여행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항상 출연진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식사를 대접하며 이야기도 같이 나누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늘 처음 본 타지에서 온 사람들인데도 말이죠. 여행을 통해 우리는 다른 생활 방식, 문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러한 환대는 우리가 모두 인류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서로를 도우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 말이죠. 여행을 통해 우리는 신뢰를 경험합니다. 모르는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쌓은 신뢰는 세상이 더 크고 다양하며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타지를 여행해야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다른 순간에서도 우리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연이 있습니다. 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여기서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평생 다른 사람들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으며, 그들과의 소통 없이는 인생에서 우리가 해왔던 경험 또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소통은 모두 첫 번째 만남으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환대하려 하는 현지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여행의 이유』의 저자 김영하 작가님은 이 책 속에 자신이 경험한 여러 번의 여행 이야기들을 녹여 내셨습니다. 여행과 인생의 비슷한 점을 찾고,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을 인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여유와 긍정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고, 계획에서 벗어난 일들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서로 다른 존재들과 함께 공존하며 번영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인 여행입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여행처럼, 삶 또한 즐겁게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림 출처
  • 그림 1. 여행의 이유 : 네이버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