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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 어째서 침몰했던 걸까?

글. 건설환경공학부 2 엄태현 편집. 항공우주공학과 3 이지훈
그림 1. 영화 <타이타닉> 포스터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영화 <타이타닉>은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 일명 ‘불침함(不沈艦)’이라는 별명을 가진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건을 바탕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타이타닉 관광 잠수정인 ‘타이탄호’가 불의의 사고를 겪으면서 영화 <타이타닉>은 다시금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비극적인 영화의 소재가 된 타이타닉호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로를 불타듯이 사랑했던 남녀에게 비극을 선사한 타이타닉호의 침몰, 공대생의 눈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그림 2. 부력
타이타닉호가 뜨는 원리, 부력
타이타닉호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앞서, 배가 뜨는 원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배가 물에 뜨는 원리는 배가 물보다 가볍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배가 물보다 가볍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배가 물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공간까지 모두 고려할 때 배의 밀도가 물의 밀도보다 작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부력과 밀도에 대해 이해해 봅시다. 밀도는 단위 부피당 질량을 의미하고, 부력은 중력이 작용할 때 유체 속에 있는 물체가 유체로부터 받는 중력과 반대 방향의 힘을 의미합니다.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의해 물체가 받는 부력의 크기는, 물체가 밀어낸 부피만큼의 유체가 가지는 무게와 같습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F_b=ρ_f V_f g$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F_b$는 부력, $ρ_f$는 유체의 밀도(배가 물에 뜨는 상황에선 물의 밀도라고 할 수 있겠죠?), $V_f$는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부피, $g$는 중력 가속도입니다. 최종적으로 물체가 받는 알짜힘은 중력과 부력의 차이가 되며,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F=(ρ_f V_f-ρ_s V_s)g (ρ_s$는 물체의 밀도, $V_s$는 물체의 부피)로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이 식을 통해 물체가 유체보다 밀도가 크면 즉, $(ρ_f<ρ_s)$이면 물체가 받는 알짜힘은 (-)가 되어서 아래 방향으로 가라앉고, 물체가 유체보다 밀도가 작으면 즉, $(ρ_f>ρ_s)$이면 물체가 받는 알짜힘이 (+)가 되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배는 부력에 의해 바다 위를 항해할 수 있습니다.
구조역학의 측면에서 살펴본 타이타닉호
그렇다면 이제 타이타닉호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비극은 북대서양으로 향하던 첫 항해 중에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에는 수많은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고 북대서양을 순항하고 있었습니다. 출항 오전부터 타이타닉호는 다른 배들로부터 빙산이 떠다닌다는 보고를 산발적으로 받았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렇게 1912년 4월 14일 오후 11시 30분쯤, 갑판 선원이 전방의 희미한 안개 속에서 드러난 빙산을 발견하여 종을 울리고 선교에 급히 연락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엔진을 전속 후진으로 빠르게 바꾸고 키를 최대한 돌렸지만, 빙산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고 회전반경이 너무 컸던 탓에 선박의 오른쪽 뱃머리 부위가 빙산에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그림 3. 빙산에 충돌하는 타이타닉호
유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기에 선박에 파손이 생기게 되면 물은 틈을 통해 배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선박에 물이 계속 차오르면 원활한 운행에 영향을 미치고, 장비 파손과 같은 여러 문제가 생기며, 결국에는 선체가 가라앉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밀 격벽이 중요합니다.

수밀 격벽은 배의 외부가 파괴되어 침수될 경우 일부분만 침수되도록 배의 내부를 여러 방향으로 갈라 막은 구획용 벽체로 한 구획이 침수되어도 인접하는 구획으로 침수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침수된 칸에 의해 무게가 증가하고, 중력이 커져 배가 가라앉게 되면 배가 가라앉은 만큼 유체를 더 밀어내게 되어 부력이 증가하긴 합니다. 그러나, 물이 계속 차게 된다면 침수된 물에 의해 증가한 중력을 결국 부력이 상쇄할 수 없게 되어 배는 가라앉게 됩니다. 수밀 격벽은 침수된 물이 선박 전체로 자유롭게 퍼지지 않게 하여 전체 부력이 국부적으로 증가한 무게만큼의 중력까지도 초과하는 한, 선박이 가라앉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수밀 격벽은 침수된 구획에 있는 물의 무게로 선박의 무게 중심을 낮추어 선박이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도 도움을 주어 추가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기도 하며 침수된 물에 의한 부가적인 사고를 막아 주기도 합니다.
그림 4. 타이타닉호 수밀 격벽 구조
그러나 수밀 격벽이 있다고 해서 배가 절대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침수가 극심해 여러 구획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박이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 구조가 변형 및 파괴되어 배의 안정성 한계를 넘기게 된다면 수밀 격벽이 존재함에도 선박이 부력을 잃고 가라앉게 될 수 있습니다.

타이타닉호의 경우 배 전체에 15개의 수밀 격벽이 존재하며 최대 4개의 구획이 침수되어도 견딜 수 있게 제작된 배였습니다. 그러나, 빙산을 옆으로 비켜나가다 충돌하며 외판이 찢어지고, 총 5구획에 걸쳐 6개의 틈이 생겨 배에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타이타닉호는 구획이 침수되면서 선체에 작용하는 부력이 중력을 이겨내지 못해 앞으로 기울어졌으며 해수는 계속 격벽을 넘어 차례차례로 다른 구획까지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만약 당시에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정면으로 충돌했더라면 침수된 구획이 뱃머리 앞쪽 일부의 좁은 범위로 그쳐 침몰은 면했을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기에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겠네요.
재료역학의 측면에서 살펴본 타이타닉호
재료 역학적인 측면에서도 침몰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재료의 성질로는 연성과 취성이 존재합니다. 연성은 재료가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았을 때 부서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이며, 취성은 늘어나는 현상이 거의 없이 쉽게 파단되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이때, 온도에 따라 재료의 성질이 바뀌기도 합니다. 금속 재료는 온도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충격에너지1 의 양이 변하게 되는데 충격에너지가 급격히 저하하는 현상이 나타날 때 재료의 성질은 연성에서 취성으로 급격히 변화하며, 그때의 온도를 연성-취성 천이온도 (DBTT, Ductile to Brittle Transition Temperature)라 합니다. DBTT는 재료의 기계적 처리 및 열처리, 불순물 요소의 특성과 양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특히 금속 결정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DBTT는 구조적으로 BCC(체심입방) 구조에서 주로 나타나고 FCC(면심입방) 구조나 HCP(육방밀집) 구조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1 충격에너지: 두 물체가 부딪칠 때 발생되는 에너지로, 충격으로 충격입자에 의해 표적입자에게 주어지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림 5. BCC, FCC
그림 6. HCP
DBTT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금속으로는 BCC구조를 지니는 강철이 있는데 대부분 강철은 높은 온도에서 연성 파단을 보이고 낮은 온도에서는 취성 파단을 보입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주로 강철로 구성되었습니다. 당시의 강철은 현대의 강철보다 질적으로 떨어지는 수준이었으며, 대서양의 차가운 물에서 선체의 강철은 취성의 성질을 띠게 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빙산과의 충돌은 매우 치명적이었겠죠. 다행히 오늘날에는, 조선 및 제련 기술의 발전으로 연성에서 취성으로의 전환이 발생하는 온도는 매우 낮아지게 되었고, 합금 기술의 발전으로 파단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 7. DBTT
안타까운 타이타닉호의 침몰. 그리고 그 이후
타이타닉호의 침몰 상황에서 선원들과 승객들 사이에 대피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구명정의 정원도 탑승객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악조건의 연속으로 인해 약 1,500명의 탑승객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영화 <타이타닉> 속 낭만적인 사랑의 주인공도 이 비극을 피할 수 없었죠.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는 선박 건조와 항해에 있어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이후 선박의 안전과 관련해 해상에서의 인명 안전을 위한 국제협약(SOLAS)을 탄생시켰습니다. SOLAS 협약은 타이타닉 사고 이후 1914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해상 인명 안전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최초로 체결되었고 1974년까지 개정을 거치며 소화 설비, 구명 설비, 방화 구조, 항해 설비 등 선박 안전에 관한 여러 규정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항해 역사에서 전례 없는 비극이었던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 이번 기사를 통해 이 비극적인 침몰 사건의 원인을 공학적으로 이해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타이타닉호 침몰이라는 재난에서 교훈을 얻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개선을 거듭해 왔죠. 영화 <타이타닉> 속 안타까운 장면들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갖고,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길 바라며 이번 기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그림출처
그림 1. 네이버 영화 <타이타닉>
그림 2.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89878&cid=60217&categoryId=60217
그림 3. National Geographic Youtube, New CGI of How Titanic Sank | Titanic 100, https://www.youtube.com/watch?v=FSGeskFzE0s에서 캡쳐
그림 4. Watertight Bulkheads | Titanic wiki, //titanic.fandom.com/wiki/Watertight_Bulkheads
그림 5. https://chem.libretexts.org/Courses/Howard_University/General_Chemistry%3A_An_Atoms_First_Approach/Unit_5%3A_States_of_Matter/Chapter_12%3A_Solids/Chapter_12.02%3A_Arrangement_of_Atoms_in_Crystals
그림 6. https://practicalmaintenance.net/?p=1051
그림 7. https://www.nuclear-power.com/nuclear-engineering/materials-science/material-properties/ductility/ductile-brittle-transition-temp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