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음악과 만나다

기타와 소리 속 숨은 공학 원리

글. 산업공학과 3 최윤서 편집. 건축학과 3 권나경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들은 밴드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올해 서울대 봄 축제에는 밴드 '잔나비'가 등장해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밴드 하면 어떤 악기가 떠오르시나요? 울리는 소리로 심장을 뛰게 하는 드럼,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키보드, 매력적인 저음으로 다른 악기들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베이스를 떠올리셨나요? 저는 그중에서도 기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밴드 공연에서 음악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때로는 화려한 솔로를 보여주는 기타리스트의 존재감은 숨겨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타에 숨겨진 공학 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림1 귀의 구조

소리

본격적으로 기타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소리에 대해 먼저 이해해봅시다. 소리란 진동이 매질을 타고 퍼져나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외부에서 시작된 진동이 사람의 귀에 도달하면 외이와 중이를 거치며 증폭되어 달팽이관을 채우고 있는 림프액을 진동시킵니다. 또 청신경은 림프액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사람의 뇌에 전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소리의 특성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는 세기, 높낮이, 그리고 음색입니다. 먼저 소리의 세기는 진폭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림2 진폭과 세기
그림3 진동수와 높낮이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진폭은 진동의 폭, 즉 진동의 크기입니다. 진폭이 크면 큰 소리가 되고 진폭이 작으면 작은 소리가 됩니다.

그림4 파형과 음색

또한 주파수가 높으면 고음, 주파수가 낮으면 저음이 됩니다. 주파수란, 단위 시간당 진동이 몇 번 일어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주파수가 2배가 되면 음정은 한 옥타브 높아진다고 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높은 소리는 낮은 소리에 비해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내겠네요.

마지막으로 음색은 파동의 모양, 즉 파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아노 정가운데에 있는 건반 '라' 음은 440Hz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건반을 누를 때 발생하는 파동을 분석해보면 440Hz뿐만 아니라, 440Hz의 정수 배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가진 여러 파동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각 주파수를 갖는 파동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음색이 달라집니다. 같은 '라' 음을 내는 악기라고 해도, 440Hz 880Hz 1320Hz 등을 갖는 파동의 상대적인 진폭에 따라 다른 음색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통기타와 일렉기타

이제 본격적으로 기타에 숨겨진 공학 원리를 찾아 봅시다! 기타는 크게 앰프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일렉기타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기타로 구분할 수 있어요.

그림5 일렉기타와 통기타

통기타 줄을 튕기면 줄에 진동이 발생하고, 줄의 진동은 아래 그림에서 브릿지라는 부분을 통해 바디에 전달됩니다. 바디 내부에서는 공명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증폭되고, 사운드 홀을 통해서 소리는 외부로 빠져나옵니다.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빠져나온 진동은 우리 귀에 도달해 림프액을 진동시키고, 신경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기타 소리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렉기타는 바디 내부가 비어 있지 않고, 사운드 홀도 존재하지 않아 현의 진동이 충분히 증폭되지 않아요. 그래서 앰프와 연결하기 전에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픽업과 앰프

그림6 전자기 유도

이번엔 일렉기타에서 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그 신호를 증폭해서 출력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볼 차례입니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자기 유도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전자기 유도 법칙이란, 도선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변화할 때 도선에 전류가 유도된다는 법칙입니다. 각 점에서 자기력의 방향을 나타내는 자기력선은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들어가는데, 도선을 통과하는 자기력선이 증가할 때와, 감소할 때 도선에는 다른 방향의 전류가 유도됩니다 코일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이면, 코일에는 자석의 운동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전류가 유도되는데, 이를 렌츠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코일의 감은 방향이 반대이면, 같은 자기력선의 변화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가 유도됩니다. 위 그림에서는 코일의 감은 방향이 달라지면 A에서 B로 흐르던 전류가 B에서 A로 흐르게 되는 것이에요.

일렉기타는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금속으로 된 기타 줄이 픽업의 위를 지나가는 구조입니다. 픽업의 동그란 부분은 각각 자석에 코일이 감겨있는 형태인데요. 픽업 속에 있는 자석의 영향을 받아 금속 줄이 자성을 띠게 됩니다. 이는 기타 줄은 외부 자기장의 영향 아래 자기적 성질을 띠는 '상자성 물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자기적 성질을 띠게 된 줄이 움직이면 픽업의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장도 같이 변화하게 됩니다. 전자기 유도에 의해 이런 자기장의 변화가 코일에 전류를 발생시킵니다.

그림7 싱글 픽업과 험버커 픽업

싱글 픽업의 경우에는 줄마다 하나의 코일만을 사용하는데, 이는 외부 자기장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픽업은 기타 줄의 진동으로 인한 자기장의 변화만 전기 신호로 변환해야 하는데, 외부 자기장의 변화에 의해서도 전기 신호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험버커 픽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험버커 픽업은 두 개의 싱글 코일 픽업이 직렬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 두 픽업은 영구자석의 극과, 코일의 감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위 그림에서 험버커 픽업을 보면 위와 아래에 픽업 2개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픽업을 각각 픽업1과 픽업2라고 두고 설명하도록 할게요. 각 픽업의 영구자석 극이 반대인 것 때문에, 기타 줄의 픽업1 위를 지나는 부분과 픽업 2 위를 지나는 부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화됩니다.

그림8 기타 줄의 자화

각 픽업 위를 지나는 기타 줄이 다른 방향으로 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타 줄을 진동시키면 기타 줄이 움직이는 방향은 같지만, 각 픽업 속 코일을 지나는 자기장의 변화는 반대 방향으로 일어납니다. 한 픽업에서 코일을 지나는 자기선속이 감소했다면, 다른 픽업에서는 코일을 지나는 자기선속이 증가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외부 자기장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에, 두 코일을 지나는 자기선속의 변화는 동일합니다. 두 코일은 반대 방향으로 감겨 있기 때문에 코일을 지나는 자기선속의 변화가 동일하면 정반대의 전기신호가 발생하고, 자기선속의 변화가 방향만 다를 때, 동일한 전기신호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외부 자기장의 변화로 인한 전기신호와, 기타 줄의 진동으로 인한 전기신호를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밴드 음악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리를 다루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친숙한 악기에 이런 공학적인 원리가 담겨있었네요. 흔히 예술과 공학은 멀리 떨어진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통해 이젠 공학이 예상치 못한 분야와 만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길 바라요. 다음에 기타 연주를 들을 때 이러한 공학적 원리를 생각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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