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전함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글. 조선해양공학과 2학년 권도의 편집. 에너지자원공학과 3학년 정영근

전함의 역사와 미래의 전함에 대하여

해상 패권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15세기 대항해 시대 스페인부터 현재의 미국까지 지속되는 지구의 불변 법칙입니다.

대부분의 국제 무역이 해상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해상 패권을 잡은 국가는 해상 무역로를 통해 전략 자원 등을 안전하게 수입하며 경제적 이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패권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해로를 전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잠재적 위협에서 국가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필요 시 해상 봉쇄를 통해 적의 무역을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제해권을 쥐는 것은 지구를 흐르는 혈관을 손아귀에 쥐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1 바다로 흥한 스페인은 칼레에서 그들의 무적함대와 함께 몰락한다.
그림2 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의 비스마르크급 전함 이미지

광기의 20세기 바다는 거대한 몸집에 거대한 포를 가진 전함들이 지배했습니다. 전체 국가 예산의 20%를 군함 건조에 투입할 정도였지요. 열강들은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전함을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습니다. 또 이러한 전함들은 단순한 군사적 가치 그 이상으로서, 국가의 자존심을 대변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군함의 양상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거대한 전함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도태되었고, 전함들은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등 더 전략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선박들에 자리를 내주어 이제 역사책과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도 해상 전력의 중요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 세계가 더욱 더 강력하게 묶이기 시작한 현대의 해상 패권은 세계 경제와 군사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해군력이 국가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전통적인 전함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요? 정말 전함은 과거의 유물로 남게 되는 걸까요?

과거 전함은 왜 크기가 점점 커졌을까?

흔히 '전함'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앞뒤 주포탑에 거대한 대포들이 2개, 3개씩 달린 거대한 군용 선박이 떠오르실 겁니다. 이러한 전함의 전형은 1906년, 영국의 '드레드노트'급 전함에서 비롯한 것인데요. 이후 각 국가가 처한 상황과 목적에 따라 각기 여러 전함을 건조했지만, 기본적인 틀은 드레드노트급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죠.

그림3 시대를 대표하는 함급이었던 '드레드노트'급 전함
그림4 건함 경쟁 때문에 파산 직전까지 이른 열강들이 체결한 해군의 휴일,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이렇게 본격적으로 '전함'이 정의되고, 발발한 제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세계의 판도에서 열강 각국은 앞다투어 더 강하고 많은 전함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이때 주포를 주 공격수단으로 삼는 전함들이 화력 증강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나누어 ① 주포를 더 대구경화한다, ② 주포 탑재 수를 늘린다. 2가지였습니다. 상대국은 적국의 이런 거대 전함에 대응하기 위해 전함의 방어력을 올려야 했죠. 이 때문에 당연하게도 함선 중량과 크기는 점점 증가했습니다.

사실 함선은 커지면 커질수록 좋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긴 하지만 그만큼 오래 항해할 수 있고, 그 상징성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며, 더 큰 영향력을 더 안정적으로 투사 가능해지고, 많은 기능을 탑재할 수 있죠. 그렇기에 많은 나라는 함선이 커져서 얻는 이득과 함선이 커져서 생기는 에너지 문제와 유지비 사이를 저울질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과 유체역학 동력기관의 발달에 의해 점차 함선 크기에 따른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며 그 에너지 효율 한계 내에서 전함은 강력해지고, 거대화됐습니다.

그림5 모병 포스터에 메인으로 홍보된 독일 해군의 자존심, 전함 비스마르크
그림6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

특히 무리한 군비 지출 방지를 위해 체결한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이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심화합니다. 드레드노트까지만 해도 전함의 크기는 150m 정도에 머물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전함들은 250m를 가뿐히 넘게 되죠.

전함의 쇠퇴

군함에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거리입니다. 전함의 대구경화도, 현대의 미사일도 결국 사거리 때문에 발달한 것이지요.

대구경 함포는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화력 지원과 상징성 등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초기 이미 시범 도입된 항공모함과 미사일의 압도적인 사거리에 밀려 그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거리를 가진 대구경 함포의 교전 능력은 무의미해졌습니다.

대구경 함포를 핵심 무장으로 삼고 있던 전함이 쇠퇴한 이유도 간단해요. 우선 엄청난 유지 비용에 의해 효용성이 나빴고,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함선 외부에도 핵심 부품이 많이 장착되어 기존의 장갑으로 핵심 구역을 방어한다는 개념이 훌륭한 개념이 아님이 증명되었어요. 결정적인 이유는 앞서 말했듯 미사일과 항공기라는 장갑으로 막을 수 없고, 엄청난 사거리를 지닌 병기들의 등장이었습니다. 장갑은 기동성을 떨어트리는 짐짝에 불과하게 됐죠. 그렇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함은 사실상 역사에서 퇴장하게 됩니다.

그림7 베이루트에 화력 지원을 퍼붓는 아이오와급 전함 뉴저지
그림8 소련의 Komar 미사일(좌) 고속정과 얼마전 공개한 대한민국의 합동 화력함 '아스날십'(우)

그 후 미사일 만능론이 대두하면서 작은 보트에 거대한 미사일만을 장착한 미사일 고속정, 극단적으로 미사일 탑재량만을 늘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아스날십 같은 비대칭 무기로서 미사일을 운영하는 기형적인 함선들이 등장하고, 요격 대신 피탄 거부에 중점을 두면서 함선들은 빨라지고 소형화되었죠.

그런데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함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바다는 어떤 함선들이 지키고 있을까요?

핵융합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에 의한 NEO-전함의 시대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 해군의 모습은 다양한 첨단 무기 시스템과 그 기반이 되는 기술들의 발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함선은 커지면 커질수록 좋습니다. 그렇게 과거 국가들은 함선이 커져서 얻는 이득과 함선이 커져서 생기는 에너지 문제 사이를 저울질해 왔습니다.

냉전 때부터 내려오던 함선의 소형화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탑재해야 하는 첨단 장비는 고도화되고 많아졌습니다. 이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었죠. 그리고 요격 기술이 발달해 미사일과 항공기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함선들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구축함들이 이미 드레드노트와 맞먹는 크기를 가지게 되었죠.

만약 안정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즉, 에너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고 요격 기술이 발달해 미사일의 입지가 떨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무기를 주무기로 삼게 될까요? 그리고 이 궁극의 에너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미래에 큰 파장을 불러올 핵심 기술로는 크게 3가지 기술이 거론됩니다. 바로 핵융합발전, 레일건, 광학 무기죠.

그림9 전함 드레드노트보다 거대한 대한민국의 정조대왕급 구축함
그림10 핵융합 장치,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핵융합 발전은 작은 원자번호의 원소들이 반응하여 큰 원자번호의 더욱 안정한 원소가 되는 과정인 핵융합 반응 중 발생하는 질량 손실로 인한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입니다. 이러한 핵융합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에 비해서도 7배나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은 반감기가 12~13년으로 짧고 방사성 준위도 낮으며, 핵융합 과정에 필요한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각각 바닷물과 리튬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핵융합 반응은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해 기존 핵분열 방식 핵 추진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죠. 이러한 지속 가능성과 높은 에너지 효율은 부피가 큰 함선들이 주동력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고 만일 상용화된다면 바다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또 다른 기술인 레일건은, 전자기력을 이용해 투사체를 고속으로 발사하는 무기로, 매우 높은 초기 속도를 낼 수 있어 극도로 먼 거리의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한국·일본 등 많은 국가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특히 얼마 전에 중국에서 이 레일건의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죠. 이러한 레일건이 대구경화되고 실전성을 가지게 된다면 이 무기의 도입은 사거리와 타격력에서 전례 없는 우위를 제공할 것입니다. 전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전통적인 무기 시스템에 비해 유지비가 낮고, 반응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며, 또한, 대구경 레일건의 탄환은 종전의 방어 시스템으로 요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의 주력 무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죠.

그림11 일본 방위장비청의 홍보 영상, 표적이 레일건 함포에 피탄되는 장면
그림12 영국의 광학 무기 드래곤 파이어 실사격 영상

마지막으로 초고출력 레이저 광학 무기는 흔히 떠올리듯이 목표물에 대한 즉각적인 에너지 전달을 통해 물리적 손상이나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위력이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다른 무기 체계에 비해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광속이라는 압도적인 속도와 경제성, 지속 가능성은 끊임없이 진행 경로를 수정해야 하고 민감한 회로와 센서가 부착된 미사일에 대한 강력한 대항 수단으로 주목받게 했죠. 이 레이저 기술은 미사일 방어, 드론 제거, 심지어는 항공기 공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거라 기대받는 중입니다.

NEO-전함을 상상

앞서 말했듯 초고속 무기 시스템과 광학에 기반한 첨단 방어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미사일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레일건 같은, 격추가 어렵고 물리적 타격을 주는 무장들이 주력 무장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죠. 한마디로 함선들은 미사일 피탄은 거부하고 물리적 포탄들을 맞고도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런 레일건과 같은 엄청난 운동량을 지닌 무기들의 등장은 적어도 새로운 복합 장갑이 개발되기 전까지 함선의 장갑을 무의미화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마치 과거 냉전 초반기 화학탄이 등장하자 전차들이 장갑을 포기하며 기동성을 확보한 것과 같습니다. 군함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관통당하더라도 피해가 적도록 함선 내부 시설의 밀도를 줄이고, 선체를 크게 만드는 거죠. 앞서 말했듯 이미 현대의 함선들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성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림13 경장갑과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하던 서독 최초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 화학탄의 등장으로 장갑이 대전차전에서 무의미해지며 등장했다.
그림14 미 해군의 모든 교훈을 반영한 궁극의 전함이 될 예정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건조 중지된 비운의 전함, 몬태나급 전함 예상도

또 레일건 포탑은 함대함 전투를 상정하고 주포를 설치한 과거 전함들처럼 선수·선미 각각 적층식 2층 포탑 형태로 배치될 거라 예상할 수 있죠. 덤으로 단순 탄자가 표적을 관통하는 레일건의 특성상 미래 해전은 과거 전열함 시대처럼 단순히 무식하게 포탄을 주고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 추측됩니다. 전열함 시대는 폭발하는 작약탄이 없었는데 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15 최강의 함대, 미 해군의 제7함대

핵융합 엔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함들은 각국 해상 패권에 유지력을 올려주는 상수가 되어주겠죠. 물론 곡사 사격이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정찰이 힘든 함포의 한계상 항공모함이 쇠퇴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 함대와 같이, 항공모함과 전함을 보조하는 여러 보조함이 함께 움직이는, 여기어 새로운 주력함이 추가된 함대 형태로 운용되겠죠.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세상이 아s무리 변해도 결국 핵심을 관통하는 근원은 변하지 않고, 이런 근원을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전함의 개괄적인 역사와 흥망성쇠,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의 바다를 예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를 통해 공학을 구성하는 순수과학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미래를 읽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과학기술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유기적인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발전한 미래엔 바다를 지키는 주력함들이 레일건과 초고출력 레이저, 핵융합 추진 등을 사용하는 '전함'의 형태를 가지는 함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 기대해 볼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번 기사를 마칩니다.

참고 문헌
  • Massie, Robert (2004). Dreadnought: Britain, Germany, and the Coming of the Great War. London: Pimlico.

  • David K. Brown (1997). Warrior to Dreadnought - Warship development 1860-1905. Chatham Publishing.

  • Breyer, Siegfried. Battleships and battle cruisers, 1905-1970. Translated by Alfred Kurti. Garden City, NY: Doubleday, 1973.

  • Campbell, N.J.M. "United States of America: 'The New Navy, 1883-1905'." In Conway's All the World's Fighting Ships 1860-1905. London: Conway's Maritime Press, 1979.

  • Wilhelm M. Donko: Pola: ein historischer Reiseführer durch den ehemaligen Hauptkriegshafen von Österreich-Ungarn in Istrien (Kroatien). epubli, 2015

  • Norman Friedman, US Battleships : An Illustrated Design History, 1985, Naval Institute Press

  • William H. Garzke Jr/Robert O. Dulin Jr, British, Soviet, French, and Dutch Battleships of World War II, 1980, Jane's Publishing

  • 日, 미사일 방위 향상 위해 '레일건'도 독자 개발 News 1 2016. 08. 22

그림 출처
  • 그림1: 루터버그의 그림 '아르마다의 패배', 위키미디어 코먼스

  • 그림2: AI 생성 이미지로 실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그림3: HMS 드레드노트, 위키백과

  • 그림4: Washington Naval Treaty, Wikipedia

  • 그림5: 크릭스마리네 모병 포스터, https://ww2aircraft.net/forum/media/kriegsmarine-recruiting-poster.13478/

  • 그림6: 야마토급 전함, Fotos Militares

  • 그림7: USS New Jersey, Wikipedia

  • 그림8: (좌)Pr 183 개조안 Komar급 미사일 고속정, Wikipedia / (우)대한민국의 합동 화력함 개념도, Daum 뉴스

  • 그림9: 진수 중인 정조대왕함,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 그림10: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 그림11: 일본 방위장비청의 레일건 연구 개발에 관한 홍보 영상, ATLA Official Channel

  • 그림12: '드래곤파이어'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모습,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 그림13: 레오파르트 1 시제차, 위키백과

  • 그림14: 몬태나급 전함 예상도,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 그림15: 제7함대 홍보용 촬영 사진, 위키피디아

공대상상 이벤트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