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눈으로 영화보기

듄에 없는 듀가지
- 듄: 파트 2 -

글. 재료공학부 2학년 김종흔 편집. 건설환경공학부 3학년 조한기
그림1 영화 <듄: 파트 2> 포스터
SF 영화 하면 떠오르는 우주 제국이나 미지의 힘 등 클리셰와도 같은 설정의 시초가 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듄 시리즈」인데요, 최근에 해당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 <듄: 파트 2>가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아주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함에도 중세와 현대가 섞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대부분의 전투가 칼을 이용한 육탄전이라 박진감 넘친다는 점이 관객의 이목을 끕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면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만 년 후가 배경인 SF 영화에 인공지능은커녕 컴퓨터도 등장하지 않는 중세적 분위기는 어딘가 들어맞지 않습니다. 총이 없는 원시적인 몸싸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원작의 세계관 설정과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듄: 파트 2>에 컴퓨터와 총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그 이유를 이번 기사에서 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영화에 컴퓨터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

원작이 된 소설 시리즈 「듄(1965)」에 따르면, 듄 세계관에 컴퓨터가 존재하는 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 속 시간대보다 아주 오래전에는 생각하는 기계, 사이보그 등 다양한 인공지능이 존재했습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할 정도로 발달했죠. 그러나 쾌락과 향락에만 중독된 인류는 끝내 '최종 의사 결정권'을 생각하는 기계에 넘겨주게 되고, 인공지능을 제어할 수단을 잃게 됩니다. 심지어 '타이탄'이라고 불리는 인간 집단은 강력해진 인공지능을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고 왕처럼 군림했습니다. 이런 암울한 사회를 뒤엎기 위해 반()기계 운동이자 성스러운 전쟁인 '버틀레리안 지하드'가 일어났는데요, 전쟁은 종교 단체를 주축으로 한 인간 세력과 인공지능 세력의 대립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수많은 희생자를 안긴 이 전쟁은 끝내 인간의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당연히 컴퓨터와 사이보그들은 모두 파괴됐죠. 이후 전쟁의 주축이 된 종교 단체들은 하나로 합쳐져 전 우주적인 영향력을 펼치게 되고 인공지능의 생산을 금지하는 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종교 단체가 인공지능 세력에 승리한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듄: 파트 2>에선 컴퓨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죠.

물론 컴퓨터가 없어졌다고 과학과 기술이 퇴보하진 않았습니다. 인류는 인공지능과 전쟁을 하는 도중 인공지능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빠른 물체는 튕겨내는 '홀츠만 보호막'이나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인간 계산기 '멘타트'가 그 예시죠. 이 덕분에 영화에선 컴퓨터의 부재와 육탄전이 합쳐져 신비한 분위기를 이룹니다. 그런데 소설 「듄」 시리즈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는 이런 멋진 설정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그에게 영감을 준 현실판 버틀레리안 지하드, '러다이트 운동'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림2 러다이트 운동 삽화

19세기 초 영국의 공장지대, 일부 노동자는 천을 짜는 기계인 방직기를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지의 인물 '네드 러드(Ned Lerd) 장군'을 주축으로 노동자들이 3주 동안 무려 200개 이상의 방직기를 파괴했습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직물을 짜는 직업 자체가 방직기로 대체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데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생계의 위협에 맞서려 했던 것이죠. 결국 만 명 이상의 군대가 동원되고 나서야 진압된 이 노동 운동은 훗날 '러다이트 운동'으로 불리게 됐습니다.1)

최근에는 Chat 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직업의 변화 양상이 과거의 예측과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단순 노동과 관련된 직업들이 AI로 대체되리라 예측했죠. 하지만 이미 창작의 영역에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21세기의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불리는 '할리우드 총파업(2023년 미국작가조합 파업)'이 발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시나리오를 대신 작성해주는 AI나 연기를 대신해주는 CG 기술에 대한 반발을 중심으로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와중에, 우리는 AI와 관련된 여러 윤리적 문제를 마주할 것입니다.2) 독자 여러분도 이런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 버틀레리안 지하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말이죠.

영화에서 총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

영화를 보면 행성 간 초광속 이동을 하는 우주선이 등장하고 핵폭탄도 있지만, 대인전은 거의 육탄전으로 진행됩니다. 왜 듄의 사람들은 단검을 이용한 육탄전만을 고집할까요? 낭만에 죽고 사는 걸까요?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홀츠만 보호막'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홀츠만 보호막은 빠른 공격이나 총알 등 일정 속도 이상의 물체를 튕겨내는 보호막입니다. 홀츠만 보호막은 그 어떤 물체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지만 칼로 베는 등의 느린 공격은 막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어막은 용도에 따라 최소 방어 속도가 정해져 있는데, 방어 속도가 0일 경우 바닥도 물체로 인식돼 과부하가 걸리고 방어막이 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떠다니는 우주선의 최소 방어 속도는 0이고 대인 전투용은 그보다는 최소 방어 속도가 높습니다. 이런 독특한 설정의 보호막 덕분에 영화에서 멋진 전투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죠.

그림3 STF(Shear Thickening Fluid) - 영상보기

그런데 현실에서도 홀츠만 보호막과 같은 성질을 띠는 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비뉴턴 액체의 일종인 '전단농화유체(Shear Thickening Fluid, 이하STF)'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충격을 받으면 딱딱해지는 전분 용액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런 전분 용액도 STF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STF의 물성은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까요? 공학자들은 이를 위해서 생소한 개념인 '전단 변형률', '전단율'과 '전단 응력'을 도입했습니다.

우선 아래 그림과 같이 직육면체 유체가 여러 판으로 쪼개져 서로 다른 속도로 미끄러지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이때 판이 움직인 거리(x)를 판과 판 사이의 거리(h)로 나눈 전단 변형률(x/h)로 유체가 변형된 정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전단율이란 전단 변형률이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뜻합니다. 즉, 물체가 얼마나 빨리 변형되는지를 의미합니다. 전단 응력은 판에 평행하게 가해지는 힘 F를 가리키는데요, 간단히 말해서 전단 응력은 물체에 주는 힘을 의미합니다.

그림4 전단율과 전단 응력
그림5 STF와 뉴턴 유체 비교

위 그래프는 유체의 성질을 보기 위해 전단 응력을 세로축으로 전단율을 가로축으로 그린 그래프입니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액체: 물, 우유 등은 뉴턴 유체(Newtonian)로 그래프에서 직선으로 나타납니다. 전분 용액 등의 STF는 그래프에서 곡선(Dilatant)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전단율을 올리기 위해서, 즉 유체의 모양을 빠르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유체의 물성을 적절히 조작해 우리가 원하는 그래프 모양을 만들어 낸다면, 영화의 홀츠만 보호막처럼 보호 장비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엔 말랑해서 움직임에 제약을 덜 주다가, 충격을 받으면 단단해지는 보호구는 어떤가요? 실제로 이를 활용한 방탄조끼까지 개발 중이라고 하니, 영화에서만 보던 보호막이 현실에 구현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걸까요? (웃음)3)

지금까지 <듄: 파트 2>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설정 두 가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설정이 현실의 일자리 감소와 연결된다는 점과 영화의 특이한 보호막과 유사한 재료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도 SF 영화처럼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막 행성의 자원을 두고 우주 제국의 가문들이 벌이는 전투를 담은 SF 판타지! 독자 여러분들도 <듄: 파트 2>의 신비한 분위기를 느끼며 다가올 미래 시대를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주석
  • 1) 조애리. "러다이트 운동과 「셜리」." 19세기 영어권 문학, vol. 9, no. 1, 2005, 169-184.

  • 2) 김환석. "인공지능 시대를 보는 이론적 관점들." 사회와이론, 2017, 41-62.

  • 3) Fernando, E. A. S. K., et al. "Design of a bullet-proof vest using shear thickening fluid."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scientific and technical research 1.5 (2015): 434-444.

참고 문헌
  • 조애리. "러다이트 운동과 「셜리」." 19세기 영어권 문학, vol. 9, no. 1, 2005, 169-184.

  • 김환석. "인공지능 시대를 보는 이론적 관점들." 사회와이론, 2017, 41-62.

  • Fernando, E. A. S. K., et al. "Design of a bullet-proof vest using shear thickening fluid."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scientific and technical research 1.5 (2015): 434-444.

  • 나무위키, r600, https://namu.wiki/w/%EB%93%84%20%EC%8B%9C%EB%A6%AC%EC%A6%88. 26 april 2024.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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