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미래를 IT다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산을 이끌
스마트 그리드

글. 기계공학부 1 조민성 편집. 건축학과 3 권나경
최근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 중심이던 기존의 에너지 생산 방식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여 버려지는 에너지가 없도록 에너지 생산 방식을 변화시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죠. 이와 같은 세계의 흐름에 맞추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오늘 살펴볼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입니다! 스마트 그리드란 '똑똑한'을 뜻하는 'Smart'와 '전력망'을 뜻하는 'Grid'가 합쳐진 단어예요. 즉, 한마디로 똑똑한 전력망이라는 뜻입니다. 전력망이 어떻게 똑똑해질 수 있다는 걸까요?1)
스마트그리드 구조도
그림1 스마트그리드 구조도

스마트 그리드란?

전통적인 전력망은 일반적으로 발전소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였습니다. 에너지가 발전소에서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도 상당했죠. 소비자의 전력 소비 형태를 발전소(생산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에너지가 생산되어 에너지가 낭비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전통적인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서는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정보를 교환하며 실시간으로 필요한 전력 수요를 예측,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생산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AMI 시스템

AMIS
그림2 AMI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이자 스마트 그리드가 기존의 전력망과 가장 구분되는 점은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소통의 '양방향성'이에요, 이를 위해 사용되는 시스템이 바로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양방향 원격 검침 인프라) 시스템입니다. AMI 시스템의 핵심은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전력 사용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 계량기(Smart Meter)를 소비자의 공간 곳곳(환기 시설, 냉난방 시설, 콘센트 등)에 설치해야 해요. 스마트 계량기를 이용하면 전력 소비 정보를 시간별, 목적별로 세분화하여 파악할 수 있죠. 전력 회사는 이러한 정보들을 이용하여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데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 계량기에 실시간으로 적절한 원격 명령을 내릴 수도 있어요.

AMI 시스템를 생소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미 AMI 시스템은 몇 년 전부터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도 집안 곳곳에 있는 가전기기들의 사용 시간과 전력 사용량을 측정하고,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AMI 시스템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요.

ESS 기술

그림3 리튬 이온 배터리
그림4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기술

AMI 시스템 외에도 스마트 그리드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지고 있는 요소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입니다.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최근 선진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시간에 따른 에너지의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태양에너지의 경우 겨울보다는 여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태양이 없는 밤에는 에너지를 거의 생산할 수 없죠. 자연 바람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에너지도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이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과잉 생산돼 버려지는 에너지를, 에너지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인 ESS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ESS는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여 전력망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ESS에는 가장 널리 알려진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도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전력을 이용하여 고압으로 공기를 압축하여 저장해둔 뒤, 이 공기를 필요할 때 다시 전기로 변환하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 전기를 이용해 물체를 회전시켜 그 상태를 계속 유지시킨 후, 에너지가 필요할 때 회전 속도를 줄여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역변환하는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기술 등이 존재하죠. 이처럼 ESS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ESS는 그동안 일방적인 에너지 소비자였던 일반 가정을 에너지 생산자로 전환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어요.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죠. 또한, 전력수요가 높을 시에, 전력 회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대신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고, 더 나아가 전력 회사에 전력을 판매함으로써 전기 요금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EMS 시스템

AMIS
그림5 EMS 개념도

스마트 그리드는 AMI 시스템, ESS 이외에도 더 복잡한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집니다.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스마트 그리드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에너지 관리 시스템)라고 해요. EMS의 작동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EMS 시스템은 앞서도 설명했듯이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에요.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는 에너지를 줄이는 팁을 얻을 수도 있고, 자율적으로 효과적인 에너지 소비를 할 수도 있어요. 생산자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수요가 너무 높을 때는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EMS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ESS에 에너지를 저장시킬지, 혹은 ESS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할지도 결정할 수 있죠.

이외 에도 EMS 시스템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어요.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정전을 탐지하여 정전을 단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게끔 합니다. 또한, 정전이 어디서 일어났는지도 빠르게 파악하여 재빠른 수리를 가능하게 하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전력수요 모델을 통해 정전 복구 직후의 전력수요를 예측하여 알맞은 수준의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EMS 시스템은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사용 패턴에 이상이 감지될 시,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 무단 사용, 절도 등도 잡아낼 수 있어요.2)

풀무원 기술원
그림6 BEMS 기술을 사용하는 풀무원 기술원

EMS를 전력망보다는 더 작은 단위인 건물에 도입한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는 이미 많은 건물에 도입돼 있어요 BEMS도 EMS와 비슷하게 건물 내의 전기 콘센트, 환기 설비, 조명 등에 센서를 부착하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합한 후 분석하여, 빌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도 풀무원 기술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서울 정동 빌딩 등 다양한 곳에 BEMS를 적용한 결과,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여 에너지 배출을 1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해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의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의 증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냉난방 수요의 증가 등이 그 원인이죠.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수요는 2023년에 비해 2030년에는 약 26% 증가할 예정이라고 해요.3) 전력 사용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겠지만, 그 정도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전력수요가 계속해서 급증한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 및 소비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슬기롭게 활용해, 인류가 모두 함께 쓰는 지구를 지킬 수 있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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