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김공대의 대학생활 이야기

오늘 과제가 너무 많아...
잠을 포기한다!

글. 컴퓨터공학부 1 임태빈 편집. 건축학과 3 권나경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죠. 선선한 바람,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 그리고 여러 대학 축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문득 "대학 생활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서울대학교 공대생의 일상을 담은 '우당탕탕 김공대의 대학 생활 이야기' 코너를 새롭게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김공대' 씨의 대학 생활을 통해 공대생의 일상을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1 에너지 드링크 코너

이야기의 주인공, 김공대씨는 올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풋풋한 신입생입니다. 마침 저기 김공대씨가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네요. 한번 따라가 볼까요?

김공대가 하는 말:

"분명 지금은 시험 기간이란 말이지... 그런데 과제가 너무 많잖아?
오늘은 밤을 새워서 마무리하고 내일부터는 시험 공부를 해야겠어!
커피 사러 가야겠다!"

아무래도 공대씨는 과제의 늪에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과제를 미룰 수 없어 오늘은 잠을 포기하기로 하네요. 커피를 사러 편의점에 간 공대씨! 그런데 에너지 드링크 코너는 왜 기웃거리는 걸까요?

김공대가 하는 말:

"에너지 드링크가 좋을까? 커피가 좋을까? 둘 다 똑같이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데 뭐가 다르지?
친구가 커피보다 카페인은 적고 각성 효과는 뛰어나다면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곤 했었는데... 한번 찾아보자!"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의 차이는 그 성분을 통해 알 수 있어요. 공통적으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지만 커피에는 클로로겐산 같은 다양한 폴리페놀1)류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로겐산은 커피 이외의 식물에서도 찾을 수 있는 성분으로, 식후 혈중 포도당 방출을 늦추고 과산화물로 인한 손상을 중화해줍니다. 반면, 에너지 드링크는 높은 당 함량 때문에 '슈거 크래쉬(Sugar Crash)' 증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레드불(250ml)에 26g, 몬스터 그린(355ml)에 39g의 당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이는 콜라 한 캔(200ml)에 함유된 23g보다 많은 양입니다. 당은 일시적으로 에너지 생성에 도움이 되어서 카페인의 각성 효과와 함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주지만, 이후 급격하게 혈당이 떨어지면서 더 큰 피로감이 생기게 되는데요. 이를 '슈거 크래쉬' 라고 합니다. 또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을 높이고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그렇다면 에너지 드링크는 안 좋은 거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요. 많은 에너지 드링크에 포함되어 있는 타우린(taurine)은 근골격계 발달에 필수적이고, 카르니틴(carnitine)은 지방을 산화시켜 에너지로 전환해 주기 때문에 운동 전 섭취하면 체지방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음료 회사에서 설탕이 함유되지 않은 에너지 드링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 드링크를 소비할 경우 '슈거 크래쉬'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하게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모두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기에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심혈관계 질환, 불면증, 소화 불량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요. 따라서 권장 섭취량인 성인 400mg, 청소년 125mg(1kg 당 2.5mg)을 넘지 않도록 꼭 주의해야 합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그 정도는 알지~ 그럼 오늘은 제로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겠다. 물론 이 늦은 시간에 섭취하면 에너지 드링크도, 커피도 둘 다 좋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그러고 보니 커피는 어느 시간대에 마시는 게 좋을까? 밤에 마시는 커피는 수면을 방해해서 건강에 안 좋다고 해도, 아침에 마시면 오히려 잠이 깨서 좋은 거 아니야?"

커피는 언제 먹어야 할까요?

그림2 코티솔 분비량 그래프

'모닝 커피', 많은 분이 공복 모닝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시는데요. 사실 아침은 좋은 커피 섭취 시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공복에 커피를 마시면 위장이 자극돼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믹스 커피나 라떼에는 다량의 설탕이 함유되어 있어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죠.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에 대해 먼저 짚어 봅시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에 분비돼 물질, 에너지 대사를 증진시키며, 기상 직후 1~2시간 동안 최대치에 도달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밤에 양이 증가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반대 경향을 보이는, 잠을 깨우는 호르몬인 것이죠.

코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코티솔의 양이 가장 많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부신피질을 자극하게 되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부신 피로로 이어져 코티솔의 역할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코티솔의 역할이 약화되면 스스로 잠을 깨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잠을 깨기 위해서 더 커피를 찾게 됩니다. 이렇게 마신 커피는 다시 부신 피로로 이어져 코티솔의 역할을 약화시키죠. 즉, 커피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겨서 다시 커피를 찾는 악순환에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아~ 고등학교 때 아침에 커피 없으면 못 산다고 하는 친구들이 그런 이유였구나!
그렇다면 커피를 언제 마시는 게 가장 현명할까?"

코티솔이 가장 적은 밤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면 6~8시간 전에는 커피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점심을 먹은 뒤, 나른해질 때 커피를 마셔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점심을 먹은 뒤라... 커피를 마신 뒤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엄청 개운했었는데,
왜일까? 궁금해!"

그림3 커피냅을 하고 있는 모습

'커피 냅', 커피를 먹고 15분 정도 취침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커피 냅을 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같은 시간 동안 낮잠을 자는 것보다 더 개운하다고 느끼게 되는데요. 이 원리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해요. 뇌가 일을 많이 하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몸에서 분비하고, 이것이 수용체에 결합되면 몸이 피로를 느껴 몸을 쉬도록 유도합니다. 이때 아데노신은 수용체와 약한 결합을 형성하여 수 초 내에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카페인의 역할은 그림과 같이 아데노신이 결합할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15분 정도 취침을 하게 되면, 이미 결합되어 있던 아데노신은 자연스럽게 취침 후에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또한 수면을 하면 분비되는 아데노신이 줄어들고, 뇌척수액에 의한 청소 작용으로 이미 분비된 아데노신도 줄어들게 됩니다. 더불어 섭취한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하여 잠에서 깨어난 이후 개운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커피 냅'은 카페인 내성을 방지하는 데도 좋습니다. 보통 커피만 마시면,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추가적으로 생성된 아데노신은 사라지지 않고, 카페인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남아있는 아데노신을 수용하기 위해 몸에서 수용체를 늘리게 됩니다. 늘어난 수용체만큼 우리 몸은 피로를 쉽게 느끼게 되고, 이것이 카페인 내성으로 이어집니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커피 냅'을 하면 분비된 아데노신 자체도 줄여주기 때문에 카페인 내성도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역시 잠이 중요한거구나.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처럼 잠을 포기해야 하는 때도 있는 걸.
잠은 나중에도 충분히 잘 수 있으니까, 지금은 좀 덜 자도 괜찮아!"

수면을 하며 우리 뇌는 무엇을 할까?

정말 그럴까요? "잠은 무덤에서 자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과거에는 잠을 단순한 회복 기간으로 여겼고, 현재에도 이러한 인식은 종종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잠을 잘 때에도 우리 몸은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바로 REM수면(Rapid Eye Movement)입니다. REM 수면 동안에는 낮에 학습을 하며 흥분된 뇌 세포의 시냅스를 먼저 가라앉힙니다. 이후 불필요한 정보를 연결하는 시냅스 연결은 끊고 중요한 정보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여 장기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non-REM 수면 동안 뼈와 근육을 단단히 하고,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며, 면역 체계를 정비해 신체 회복도 진행됩니다. 즉, 휴식과 동시에 정리의 역할까지 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 그러니 건강도, 시험 점수도 챙기려면 충분히 숙면하며 공부하는 것이 좋겠죠?

김공대가 하는 말:

"앞으로는 시험 기간이라도 잠을 충분히 자야겠다.
그런데, 이미 밤을 새웠다면 잠을 자도 저녁에 일어나게 되고, 또 다음 날에 다시 영향을 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몸의 시계, 생체시계는 무엇일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 주기에 따라서 생활합니다. 또한 급격하게 생활 주기가 바뀔 경우 피로감을 느끼죠. 앞서 김공대씨처럼 생활 주기가 달라진 경우 어떻게 이를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요?

그림4 시교차 상핵에 위치하는 생체시계

생활 주기 회복에 대해서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 몸은 어떻게 생활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 '생체시계'의 개념을 살펴봅시다. 지금이 몇 시인지 시계를 보고 알 수 있듯, 우리 몸에도 '생체시계'가 존재하여 생활 주기, 즉 일주기 리듬을 조절합니다. 생체시계는 우리 눈의 좌우 신경이 교차하는 지점인 '시교차 상핵'이라는 곳에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주로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생체시계를 조절하기 때문인데요. 햇빛을 받으면 낮, 어두우면 밤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밤에도 전자기기 등에서 방출되는 빛에 노출되어, 몸의 생체시계가 혼란스러워지기 쉬워요. 또한 공대씨와 같이 밤을 새우거나 갑작스럽게 늦게 자는 경우 기존의 생체시계가 조금씩 늦춰지게 되는데요. 이는 우리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서 시차 적응을 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우리 몸은 하루에 1시간씩 생체시계를 옮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넘어서서 생활 주기를 급격하게 바꿀 경우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그런데 생각해보면 해외여행을 갔을 때는 1~2일이면 5~6시간 정도 시차는 적응할 수 있던 것 같은데?"

좋은 질문입니다. 몸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은 햇빛 외에도 몸의 움직임, 식사 시간 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 가서 현지에 맞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햇빛을 보면 하루에 3시간까지도 생체시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그렇다면 생활 주기를 잘 되돌리기 위해서는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취침 시간을 당기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겠구나."

자기 전 전자기기 사용도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파란빛을 햇빛과 유사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꼭 사용해야 한다면 블루 라이트 차단 기능을 사용하시기를 권장합니다.

김공대가 하는 말:

"안경에도 블루 라이트 차단 기능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안경의 블루 라이트 차단 기능의 효과는 디바이스의 블루 라이트 차단 기능에 비해 약합니다. 또한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블루 라이트 자체가 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햇빛에서 오는 블루 라이트를 충분히 받아 낮으로 인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경보다는 저녁 전자기기 사용 시 블루 라이트 차단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요!

김공대가 하는 말:

"그렇구나... 오늘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해로운지 많이 알게된 것 같아.
내일부터 오늘 알게 된 내용대로 생체시계를 조금씩 돌려야겠다!"

공대 상상 독자 여러분! 오늘 배운 내용을 통해 오늘도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수고한 자신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카페인은 적당량 활용하고, 수면은 규칙적으로 충분히 취하기!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며 다음 호에서 김공대씨와 함께 다시 뵐게요!

주석
  • 1) 알코올 화합물의 일종으로 주로 식물종에서 발견된다.

참고 문헌
  • Okano et al. (2019). Sleep quality, duration, and consistency are associated with better academic performance in college students. npj Science of Learning volume 4, Article number: 16 (2019).

  • NIH News in Health (2013). Sleep On It: How Snoozing Strengthens Memories. https://newsinhealth.nih.gov/2013/04/sleep-it. Accessed August 5, 2024.

  • 덜 피곤한 수면 방법이 있다? 생체 시계와 수면! 그리고 수학의 쓸모 (KAIST 김재경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Pe-TK0ANQdI. Accessed August 5, 2024.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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