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2

2024 창의설계축전 수상일기

글. 화학생물공학부 4학년 최준성 편집. 에너지자원공학과 3학년 정영근
공대 축제도 있고, 포스터 발표회도 있지만 가장 서울공대다운, 서울공대에밖에 없는 행사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서울공대 창의설계축전'일 것입니다. 작년 9월, 성황리에 마무리된 2023 창의설계축전에 이어 올해도 딱 1년 만에 개최될 예정인데요. 2024 창의설계축전 개최를 기념하여 작년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까지 하게 된 경험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림1 서울대 공대 창의설계축전 포스터

창의설계축전... 뭐하는 대회인가요?

매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여는 창의설계축전은 학생들의 공학 창작물을 겨루는 대회로, 2012년 처음 개최된 후 제13회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공대는 창의설계축전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 서적과 도서관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현하는 실전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상자에게는 수백만원 상당의 상금과 해외 연수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필자가 출품한 제12회 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하는 MWC(Mobile World Congress)를 관람시켜주기도 하였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공학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래서 저희 팀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에도 당시 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에 닿아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려고 했습니다. 3시간의 검색과 회의 끝에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영유아 근시'를 아이템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무려 애플이 그해 겨울 근시 예방 기능(눈과 화면이 너무 가까우면 안내를 해주는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보고 저희의 주제 선정이 탁월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영유아 근시를 방지/지연하는 기술'이라는 방향성을 정하고 나니 그러면 이 기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물음이 남았습니다. 그러던 중, 안구 운동을 통해 근육을 자극하여 영유아 근시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를 찾았고, 아이템을 다시 '영유아 안구 운동 촉진 기술'로 구체화하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능을 실제로 수행할 제품의 형태를 구상하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신경 썼던 부분은 먼저 사용자가 성인이 아닌 영유아이기 때문에 기술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안구 운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시안 3가지 중 지금의 패드 형태 시안이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제품명도 붙여주었는데요. 눈(Eye)에 신뢰도를 의미하는 영단어(Fidelity)를 합성하여 EyeFi 로 정하였습니다.

그림2 제품 초기 기획 그래픽
그림3 제품 설계 스케치
그림4 프로토타입 Eye Fi

About EyeFi

EyeFi는 3×3 패드 형태의 장난감입니다. 장난감을 작동시키면 각 패드에 불이 들어오는데 해당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불이 꺼지면서 다음 패드에 불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패드 중앙에 설치된 카메라와 장치 내부의 소형 컴퓨터가 영유아의 시선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였습니다. 또한 각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녹음된 동물 소리를 재생하여 영유아의 흥미를 유발하였으며, 소재로 목재를 선정하고 제품 형태를 둥글게 만들어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제작 in progress...

그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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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은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이 중에 컴퓨터 사용 경험이 많은 2명이 소프트웨어팀, 저를 포함한 기구 제작 경험이 많은 2명이 하드웨어팀으로 나누어서 제작 과정을 분업하였습니다. 실제로 시제품 준비까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주어졌기에 분업을 통해 빠르게 제작에 착수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팀에서는 시선 추적 엔진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사운드/LED, UI/UX 등 기능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하드웨어팀에서는 도면 작성, 기구 개발(제품 외형), 회로 설계 단계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도중에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이식해야 할 때는 양 팀이 모두 동아리방으로 출근해서 매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망의 대회준비

창의설계축전은 포스터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만큼 발표 내용의 전달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대회 막판에는 제품 완성보다도 발표용 ppt 자료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심사위원들에게 기술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것인지, 그리고 제품 시연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잘 고민하여 최고의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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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회 직전에 군입대를 하게 되는 바람에 실제 발표 및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결론적으로 저희 팀이 최우수상을 받았고 스페인 해외 연수를 갔다오게 되었습니다. 군 복무 동안 휴가를 써서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은 아직도 가장 짜릿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그림9

6. 후기

신청서 작성부터 제작, 발표까지 석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준비했던 창의설계축전. 다행히도 들인 시간과 정성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제품 개발의 첫삽을 뜨는 일부터 프로포절까지 실제로 해본다는 것이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우리에게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창의설계축전은 '얼마나 어려운 기술을 만들었냐'보다도 '얼마나 설득력 있는 기술을 만들었냐'가 승부처인데 이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 없이는 알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전공 수업만으로는 절대 얻어갈 수 없는 것을 대회에 참가하면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진짜로 남은 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실 대회가 끝나고 승리감,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진짜로 기억에 남는 일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동아리방에서 팀원들과 동고동락한 일이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동안 진정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등 뒤를 맡길 만한 사람들을 얻었다는 것이 이 대회의 가장 큰 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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