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항해 시대,
우주 개척
들어가며
우주개발, 정말 위험천만하고 불확실한, 말 그대로 전형적인 자본주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세계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이에 매진하고 있고, 특히 일론 머스크1)는 다른 사업들은 오직 우주개발 자금 마련을 위해 한다고 느껴지게 할 정도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요?
바로 16세기경 대항해 시대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대항해 시대를 바탕으로 상상해 보는 우주 개척과 그 현황, 그리고 이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 되기도 한 현시대의 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 그는 자율 주행 전기차, 뉴럴링크 등 여러 가지 첨단 사업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다루는 이러한 '사업'의 관점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사업이 있는데, 바로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SpaceX'입니다. SpaceX는 우주개발의 민영화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우주선 재활용, 심우주 탐사용 우주선 제작까지, 현재 우주개발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죠. SpaceX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재사용 발사체 Falcon 9을 통한 우주 운송 사업이 안착하게 된 2023년, 창립 20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달리 말하면 창립 후 20년 내내 적자 회사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NASA의 지원금도 있었지만 일론 머스크 개인적으로도 수익이 나는 다른 산업의 이윤을 오히려 Space X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의 경우, 인류의 미래가 성간 비행과 다행성 종족화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우울하게 느낄 것이다."2)
간단히 말해 우주개발은, 대항해 시대처럼 인류에게 새로운 정세와 기회를 제공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혁신의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대항해 시대란?
대항해 시대, 독자 여러분도 들어 보셨나요? 제리 브룩하이머, 「캐리비안의 해적」부터 오다 에이치로, 「원피스」까지, 대항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인기 작품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대항해 시대란, 약 15세기 말에서 17세기 초까지를 지칭하는 용어로, 유럽의 항해자들이 새로운 항로를 탐험하고 신대륙을 발견하며, 세계 각지로 해양 무역로를 개척한 시기를 말합니다. 이로써 인류 역사는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었죠. 그런데, 왜 이런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었을까요? 왜 사람들은 위험천만하기로 유명한 대서양 바다에 열광했던 걸까요?
당시 유럽의 암울한 상황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기 전, 유럽은 여러 가지 문제로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유럽은 중세 말기에 들어서면서 백년전쟁의 후폭풍을 수습하기에도 급급했고, 경제적 침체, 정치적 불안정, 전염병(특히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고통받고 있었죠. 심지어 마지막 로마였던 비잔틴 제국이 이교도인 이슬람 국가, 오스만제국의 손에 멸망하면서 향신료와 같은 귀중한 상품에 대한 접근도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은 새로운 자원과 시장을 찾기 위해 해양 탐험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그렇게 1592년, 스페인 여왕의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아메리카'를 발견하게 됩니다.
대항해 시대가 준 영향
대항해 시대는 유럽의 사회를 지축부터 흔들어버렸습니다. 그 당시 메인으로 여겨지던 지중해 무역 국가들이 몰락하고,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재화를 바탕으로 황금기를 맞으며 '세계 무역'의 실마리를 마련했죠. 대항해시대에서 비롯된 직접적인 변화는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부의 축적: 유럽 국가들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금, 은, 향신료, 차, 설탕 등 다양한 자원을 획득하여 경제적 부를 축적했습니다. 둘째, 이러한 재화와 물자들을 통한 무역과 상업의 발달: 새로운 해상 무역로의 개척은 기존의 유럽 국가 간의 무역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죠, 이는 당연하게도 유럽의 상업 혁명을 촉진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대륙과 해양의 발견으로 지구에 대한, 사회에 대한, 그리고 과학에 대한 지식의 확대가 일어났습니다. 유럽과 비유럽권 국가들의 접촉이 일어나며 일어난 문화적 교류와 충돌에서 비롯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넷째, 이 모든 것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고 계몽주의라는, 근대의 시작을 알립니다. 유럽 국가들은 발견한 신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변화된 사회상은 근현대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추진력으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동서양 '대분기'의 원인이 유럽의 대항해 시대에 있다고 보는 주장이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명나라는 오히려 해안가를 약탈하던 왜구들과 해양 세력과 결탁해 해적이 되거나 반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주민들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바다로의 접근을 금지하는 해금령을 내리며 바다를 걸어 잠갔기 때문입니다.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기 전, 중세 말기 유럽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기술과 생활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받는 동양의 문명은 안정성을 이유로 변화를 지향하지 않았고, 결국 훗날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 문명과 경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주개척
오늘날 현대사회는 환경 문제, 자원 고갈, 경제적 불평등 등 여러 난제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대항해 시대가 유럽의 돌파구가 되었던 것처럼, 우주 개척은 이러한 현대에 새로운 해결책과 돌파구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십여 년이 지난 1969년, 인류는 달에 착륙합니다. 미·소 스페이스 레이스가 펼쳐지던 냉전 시기 항공우주 과학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찬란한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소련의 붕괴로 끝나고 민간 주도 우주 시대가 열렸죠. 2024년 현재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 국가 연합 주도의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SpaceX가 우주 개척의 선두를 달리는 중입니다.
현재 SpaceX의 Starship은 이 꿈의 첫 삽을 뜨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 될지도 모릅니다. Starship은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개량된 엔진, 랩터V3 발표와 5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 Starship이 과연 우주 시대의 산타마리아호3)가 될 수 있을지 독자 여러분도 함께 지켜봅시다.
마치며
우주 개척은 대항해 시대처럼 언뜻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당장 중세를 살아가던 유럽인 중 누가 바다에 떠다니는 배들이, 대항해시대를 펼칠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대항해 시대가 지금 현대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1926년에 액체연료 로켓을 처음 발사했던 로버트 고다드는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이 액체연료 로켓을 통해 인간이 달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미래는 결국 현재가 쌓여 만들어지죠.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 가능성이 적다는 말로 미래를 단정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죠. 아직 언제 실현될지, 그 영향력은 얼마나 거대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현대의 새로운 대항해 시대가 되어줄 우주 개척이 인류에게 어떠한 미래를 선사해 줄까요?
주석
1) Elon Reeve Musk
2) Elon Reeve Musk 본인 트위터에서 발췌
3)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타고 갔던 배
참고 문헌
"'아이언맨의 실제모델' 잡스 다음은 이사람?", 머니투데이, 박주현, 2012.07.16
"인류를 화성에 보낼 스페이스 X의 우주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0.12.23, https://m.blog.naver.com/karipr/222181781519위키미디어 코먼스
"대항해시대 - 1차 유럽 경제", brunchstory, 만보, 2021.11.05, "꿈의 로켓, SSTO(Single-Stage-to-Orbit : 단단식로켓)는 가능한가?", 네이버 블로그, 엘랑, 2015.06.29, https://blog.naver.com/chsshim/220404612099, https://brunch.co.kr/@chinppo/411
《대분기》, 케네스 포메란츠.
《우주의 무한한 자원 - 소행성 채광》, 한눈에 보는 세상 - Kurzgesagt,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emf3G8nxgBs
그림 출처
그림1. "한국의 우주 개척, 궤도 올라섰다", 경향신문, 공동취재단·이정호, 2022.08.05, https://m.khan.co.kr/science/aerospace/article/202208052118005#c2b
그림2. "대항해시대 - 1차 유럽 경제", brunchstory, 만보, 2021.11.05, https://brunch.co.kr/@chinppo/411
그림3.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십', 지구궤도 시험비행 후 귀환", 노컷뉴스, 김승모, 2024.06.06, https://www.nocutnews.co.kr/news/6156927
그림4.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제리 브룩하이머
그림5. "[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43)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도전과 블루오션 전략", 조선비즈, 손관승, 2019.06.07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5/2019060500983.html
그림6. "유럽 초토화 '흑사병 창궐' 미스터리 700년 만에 풀렸다", 한겨레, 곽노필, 2022.06.17,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47411.html
그림7. 《대분기》, 케네스 포메란츠. 교보문고 제공.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71204
그림8. "단지 우주를 사랑했을 뿐인데…", 코스모스 타임즈, COSMOS TIMES, 2022.12.26,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3062
그림9. "인류를 화성에 보낼 스페이스 X의 우주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0.12.23, https://m.blog.naver.com/karipr/22218178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