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연구실은

정밀 제어로 우주를 향하다.
우주모빌리티 및 로보틱스 연구실

글. 전기정보공학부 3 박준성 편집. 전기정보공학부 3 김채원
"자석에 이끌린 듯 100m가 넘는 우주선 추진체가 떠났던 발사대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Space X의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발사대를 정확히 찾아 돌아와 착륙한 장면을 묘사한 문장입니다. 스타십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비행 후 다시 발사대로 돌아와 안겼습니다. 스타십의 귀환은 역추진 엔진을 통한 안정적인 속도 조절과, '메카질라'라는 로봇 팔이 추진체를 정확히 붙잡았기에 가능했는데요. 이로써 인류는 우주 탐사 로켓의 재사용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로켓이 원하는 위치로 정밀하게 착륙할 수 있었을까요? 또, 커다란 우주선을 어떻게 로봇 팔로 붙잡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바로 '제어이론'과 '비행역학'에 있습니다.
그림1 Space X의 starship 착륙 장면

로켓이 정확히 발사대에 착륙하려면, 비행 중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제어이론입니다. 제어이론은 시스템이 목표에 맞춰 정확히 작동하도록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피드백 제어를 통해 현재 상태를 측정하고 목표 지점과 비교해 오차를 보정합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 제어는 여러 물체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으며, 우주 공간에서는 이를 '우주시스템 제어'라 부릅니다.

스타십의 위치를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 스타십에는 총 몇 개의 엔진이 사용되었을까요? 무려 33개의 각기 다른 엔진이 사용되고 있답니다. 현재 위치, 속도, 가속도에 따라 각 엔진들은 독립적으로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며 스타십의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하고 정교한 제어 시스템을 통해 스타십은 균형을 완벽히 유지하며 목표 궤적을 따라 정확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림2 33개의 엔진을 사용하여 우주선을 제어하는 스타십
그림3 비행 역학 힘 다이어그램

비행체들의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행 역학 이론도 필수적인데요, 이는 고등학교 물리학 과정에서 배우는 '여러가지 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비행체를 움직이기 위해 분사하는 연료들에 의해 생기는 추진력, 움직임을 방해하는 저항력, 우주상에서의 변화하는 중력 등 다양한 힘들을 공부해야 비행체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비행 중 로켓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움직임을 조정하는 '제어이론'과 비행체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들을 분석하는 '비행 역학 이론'을 통해 스타십이 발사대에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의 박형준 교수님이 이끌고 계신 '우주모빌리티 및 로보틱스 연구실'에서는 앞선 이론들을 기반으로 우주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우주선들이 스스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율 우주선 제어 기술 개발, 비선형 모델의 항공기 실시간 제어 기술, 소형 위성을 활용한 우주 시스템 구축과 같은 주제들이 있습니다. 우주선들 간의 정밀한 상호작용과 우주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위치 제어를 구현함으로써, 항공우주 산업과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우주에서 어떻게 정확히 시스템이 작동되는지 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러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우주모빌리티 및 로보틱스 연구실의 박형준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박형준 교수님과 인터뷰

그림4 박형준 교수님
Q. 해당 분야의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어릴 때부터 우주왕복선이나 화성 탐사선의 착륙 뉴스들을 보면서 항공우주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의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며 석사 과정을 밟던 중,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워크샵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큐브 위성 아이디어 창시자 중의 한 명인 Bob Twiggs 교수님께 위성의 구성과 원리를 배우는 데스크셋 시스템을 배우고 실습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큐브 위성은 널리 개발되어 화성 임무에도 활용되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이나 소규모 연구기관에서도 위성 시스템을 실습하고 개발할 수 있게 만든 획기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큐브 위성의 비전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포함한 우주 시스템을 깊이 연구하고자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미시간대학 박사 과정 중에는 자율 랑데부 및 도킹을 위한 제어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개발하였고, 이후 연관된 지상 실험을 하게 되면서 우주 모빌리티, 로보틱스 관련 주제와 소형 위성 개발과 활용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최근에 특별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신 주제는 무엇인가요?
A.

최근 몇 년 사이 우주에 위성을 보내는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우주 내 서비스, 조립, 생산을 다루는 ISAM(In-space Servicing, Assembly, Manufacturing)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활발하게 연구되는 중입니다. 세계 각국은 관련 기술을 먼저 확보하여 우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중 우주 내 서비스는 지상의 고속도로에서 차량에 대한 긴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위성을 많이 쏘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폐기하기 보다는 위성 재급유, 정비, 수리, 견인,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위성들의 임무 수명을 늘리고 추가적인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우주 조립은 큰 구조물이나 지상에서 발사체에 담기 어려운 구조물 형태의 부품들을 우주에서 직접 조립하여 현재보다 더 크고 복잡한 우주 구조물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 분야입니다. 우주 생산은 우주에서 3D 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하여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즉시 우주에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ISAM에는 우주 내 수송과 우주 로보틱스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실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학자(교수)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일까요?
A.

지난 1월, 국제우주정거장 내에서 두 개의 우주비행체가 하나의 우주 물체를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기술을 검증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2021년부터 NASA 에임스 연구소와 미국 해군대학원과 함께 시작한 공동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NASA 에임스 연구원들과 우주비행사들의 도움을 받아, 7시간 동안 총 3회에 걸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저희 연구팀이 제안한 우주 수송 아이디어와 제어 알고리즘을 미세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실증할 수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의 실험 장면과 그 결과를 보고, 다음 실험을 논의하는 것이 참 행복했었습니다. 이 연구는 향후 달 궤도에서 운영될 게이트웨이 우주 정거장 내에서 우주비행사들을 도울 우주 로봇들의 활용 예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 순간이 가장 학자로서 행복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연구과정에서 힘든 순간이 있을 때 연구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교수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순간에도 연구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위성이나 우주에서 사용되는 로봇팔 연구 개발, 우주선 간의 랑데부와 도킹, 우주쓰레기 포획, 궤도 상 물체 수송, 새로운 우주 환경에서의 실험을 위한 시스템 개발, 한국형 화성 로버 개발 등 제가 연구하는 주제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연구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그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됩니다.

Q. 우주 항공 분야에서 연구하기 위해서, 연구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먼저 우주 항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대담한 상상력, 도전정신,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었던 아폴로 미션과 최근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랜딩에서 보듯이 대담한 상상력과 도전은 우주 항공 분야 기술의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입니다. 또한 아폴로 13호의 사례에서 보듯 예상치 못한 문제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우주 항공 시스템은 다수의 서브시스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 간 상호 작용을 고려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다양한 팀과 협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팀 내에서 다른 분야 전문가와 원활히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Q. 미래의 공학도들, 고등학생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지금 인류 역사에서 다시 한번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15세기 후반부터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신항로를 개척하고 해외로 진출하며 다양한 대륙과의 무역과 탐험을 시작했던 대항해시대에, 우리는 바깥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며 탐험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행히 지금 시작되고 있는 우주대항해 시대에 우리는 좋은 위치에서 그 변화를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항공은 인간의 기술과 지식과 물리적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고, 미지의 세계에서 끝없는 가능성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분야입니다. 우주항공으로 인해 여러분의 심장이 뛰고 그 꿈을 쫓고자 한다면, 20년 뒤를 내다보며 꿈을 크게 가지고 도전하는 데에 두려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꿈을 꼭 이루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참고
  • 1) 큐브 위성은 저비용으로 제작·발사할 수 있도록 표준 규격(10×10×10㎝)으로 설계된 초소형 위성이다.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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