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으로 만든 발표자료가
어느새 휴대전화에 와있어!
아하, 공대씨가 '대학 글쓰기'라는 과목의 발표자료를 만들고 있었네요! 대학 글쓰기는 다양한 특화 주제가 있어서 각자 커리큘럼에 맞게 강좌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공대씨는 보아하니 과학기술 글쓰기 반을 수강하고 있는 것 같네요. 2인 1조 자유 주제 발표에서 공대씨는 통신의 원리에 대해 소개할 것인가 봅니다.
"아... 벌써 새벽 1시네. 아직 결론 부분도 만들지 못했는데...
내일 아침까지 어떻게 만들지?"
아무래도 공대씨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입니다. 발표 자료 제작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발표 자료를 못 만들어서 조 전체에 피해를 줄 수는 없겠죠. 다른 조원이 보내준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고, 또 이를 PPT로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행히 저번 호에서 밤을 새 본 경험이 있는 공대씨는 '슈거 크래쉬'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제로 에너지 음료를 적당량 활용해 위기를 이겨내 보려고 합니다.
"으아 드디어 다 만들었다. 수고했다 김공대!"
시계를 보니 시침이 4와 5 사이를 가리키고 있네요. 수업 시간 전에 다 만들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눈꺼풀에 아령을 매단 듯 너무 무거웠던 공대씨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참새가 지저귀고 따스한 햇살이 공대씨의 눈을 비춥니다. 스르르 잠에서 깨어난 공대씨. 뭔가 쎄한 느낌을 받고 잽싸게 휴대전화를 집어 듭니다.
"아니, 너무 늦게 일어나 버렸잖아! 분명 9시에 알람을 맞춰 놨을 텐데, 왜 못 일어났지...?"
전날 그렇게 늦게 잤는데, 알람 소리를 잘 들었을 리 없죠. 부랴부랴 준비하고 집에서 나온 공대씨는 빠르게 등교해서 무사히 발표 시간 직전에 강의실에 도착합니다.
"어우 공대야, 안 오는 줄 알고 걱정했잖니.
아무튼 발표 자료 만드느라 수고했다."
같은 조 이통신 선배가 공대씨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3학년 이통신 선배는, 가끔 군대에서의 경험담도 들려주며 공대씨에겐 재밌고 듬직한 선배입니다. 공대씨는 자신의 발표 순서가 다가오기 전, 노트북을 꺼내서 어떻게 발표하면 좋을지 구상해보기로 합니다.
"왜... 없지?"
"뭐가 없어?"
당황하며 가방을 다시 뒤져 보지만, 역시나 노트북은 없습니다.
"노트북을 안 가져왔어요..."
"아니 노트북이 없다고?? 메일로 복사본 보내놓았을 거 아니야."
늦은 새벽에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공대씨에게 메일을 보낼 여유는 없었습니다.
"큰일 났다."
옆에서 따가운 통신선배의 시선이 느껴지는군요. 이러한 일촉즉발에 위기에서 공대씨의 휴대전화에 알림이 울립니다.
"어? 클라우드에 발표 자료가 업로드 되었다는 알림인데?"
그렇습니다, 공대씨가 작업하던 노트북은 클라우드에 연동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빠르게 휴대전화로 클라우드에 접속해 보니, 밤늦게까지 작업한 발표 자료의 완성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휴~ 선배, 찾았습니다!"
"와 진짜?? 정말 다행이다...!!
발표 못하는 줄 알고 놀랐잖니."
때마침 교수님이 공대씨 조의 발표순서임을 알립니다.
"다음으로 김공대, 이통신씨의 발표 들어보겠습니다. 빨리 나오세요."
아뿔싸! 그런데 생각해보니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TV에 연결해야 하는데, 공대씨의 발표자료는 휴대전화에만 있을 뿐입니다.
"헉 근데 지금 제 휴대전화에 있는
발표자료로 어떻게 발표하죠...?"
"그건 걱정하지마.
내 노트북에 에어드랍으로 보내면 되지."
역시 통신선배 답게 빠르게 해결책을 내줍니다. 공대씨는 빠른 파일 공유 서비스인 에어드랍을 통해 통신선배의 노트북으로 발표 자료를 전송했고, 덕분에 거의 지체 없이 발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 통신의 기초, 참 흥미롭군요.
두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발표는 완벽했습니다. 깐깐한 교수님 역시 깔끔한 발표 진행과 잘 이끌어낸 결론을 보시고 만족스러워하시는 것 같네요!
"선배 정말 고생 많았어요. 덕분에 무사히 발표 마칠 수 있었네요."
"별말씀을! 배고프다 밥 먹자."
"와 발표 끝나니까 너무 배고프다. 우리 공간 가서 짬뽕 먹어요!"
그렇게 무사히 발표를 마친 둘은, 맛있고 가성비도 좋아 많은 공대생들이 찾는 공대 간이식당, '공간'에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밥을 먹으며 방금 있었던 휘황찬란한 일들을 되짚어보는 공대씨. 문득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게 해준 클라우드와 빠른 공유 서비스의 원리가 궁금해집니다.
"근데 선배, 과연 클라우드와 에어드랍의 작동원리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이렇게 기기 간에 파일 전달이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거죠?"
"아 그건 말이야~ 어디보자. 어디서부터 설명해주면 좋을까..."
클라우드란 무엇일까요?
클라우드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가상화된 서버, 서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IT 환경을 통칭하는 말이에요. 구름이 실제로는 하늘에 떠있는 물방울들의 모임이듯이, 여러 기술과 서비스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커다란 집합체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또 다른 어원으로는, 과거에 네트워크 그림을 그리던 프로그램들이 서버의 아이콘을 원 모양으로 나타냈는데, 구성하는 서버들이 많아지고 서로 겹침에 따라 마치 구름모양과 같아져 클라우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도 해요.
"클라우드... 이름을 정말 직관적으로 잘 지었네요!
근데 클라우드의 구성요소 중에 가상화된 서버가 있다고 했는데, 가상화 한다는 표현이 잘 와닿지 않아요."
"가상화는 바로 이 클라우드 기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
하나의 컴퓨터가 갖고 있는 CPU, RAM과 같은 '하드웨어 자원'을 디지털로 분리된 여러 환경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바로 가상화입니다. 이러한 가상화는 '하이퍼바이저'를 통해 '가상 머신'을 만듦으로써 구현할 수 있어요.
가상 머신이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데스크톱과 같은 '물리적 컴퓨터' 위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적 컴퓨터'예요. 물리적 컴퓨터로부터 하드웨어 자원을 일부 할당 받아 마치 새로운 컴퓨터인 양 작동하죠. 애플 사의 맥북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 분들이라면 한 번쯤 윈도우에서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윈도우 OS를 설치하는 것이 바로 가상화의 쉬운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퍼바이저는 이러한 가상머신들에 물리적 컴퓨터가 가진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서로 간섭이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우와, 그럼 이것을 잘 활용하면
이름처럼 정말 무궁무진한 활용성을 갖겠어요!"
"그렇지, 오늘 네가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준 것도
바로 이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이잖아."
클라우드의 활용 가능성이 궁금해요!
클라우드 하면 단짝처럼 따라오는 말이 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클라우드가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잘 이루어져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일 독자 여러분이 영상 편집을 하는 직업에 종사해서, 매주 100GB 크기의 영상 파일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불과 1년도 안 되어 여러분의 책상은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장치로 가득 찰 것입니다. 그리고 매번 이 디스크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죠. 이 문제는 비단 저장장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고성능 작업이나 연구를 할 때 사용하는 CPU, GPU, RAM 등의 자원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진 최대의 강점이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로부터 적절한 자원을 할당 받고, 이를 활용한다면 고성능 작업을 위해 비싼 쿨링 시스템과 넓은 공간을 차지할 필요가 없죠. 특히 여러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필요로 하는 자원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 대응하여 유동적으로 자원을 할당받아 사용하면 굳이 큰 서버실과 자원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 관리 및 유지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잘 작동하려면 훌륭한 통신망이 갖추어져 있어야겠지?
통신 기술이 발전해 나감에 따라 클라우드 또한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거야."
"우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통신 기술의 위력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선배에게 파일을 보낼 때 사용한 에어드랍도 통신 기술을 사용한 것이잖아요."
"맞지. 아 그래, 이 참에 에어드랍의 원리도 간단히 살펴볼까?"
기기 간에 빠른 파일 전송은 어떻게 구현될까요?
우리가 흔히 삼성 사의 퀵셰어, 애플 사의 에어드랍이라고 부르는 파일 전송 서비스는 일반적인 통신 방식과는 다르게 Wi-Fi Direct 기술을 활용해서, 라우터 또는 AP(Access Point)와 같은 중계 요소를 거치지 않고도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해요. 위에서 살펴본 클라우드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면, 클라우드로부터 특정 파일을 내려받을 때, 데이터는 서버에서 휴대전화로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교환국, 기지국과 같은 중간 다리를 거쳐서 전달됩니다. 또한 와이파이나 셀룰러로 무선 AP에 연결되어 있어야 최종적으로 휴대전화에 데이터가 들어오죠.
반면 Wi-Fi Direct는 기지국과 같은 고정된 유선 망을 가지지 않고, 장치들끼리 스스로 통신을 수행합니다. 멀리 있는 장치들끼리는 중간 단말기들이 중계기 역할을 하면서 통신하죠. 이러한 통신방식을 ad-hoc 방식이라고도 하는데요, 이 방식이 처음 개발된 계기는 전쟁 대비를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만일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기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중요한 소식을 더욱 쉽게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리고 이후에 Wi-Fi의 빠른 속도와 보안성이 결합되어 상용화됨으로써 기기 간에 빠른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는 유능한 기술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어때, 공학기술의 매력에 좀 빠져든 것 같니?"
"제 휴대전화가 스스로 통신을 수행하고, 또 중계기도 될 수 있다니… 이런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 낸 공학자들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오늘도 우당탕탕한 하루를 보내며 새로운 공학지식을 알게 된 김공대씨! 발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공대씨의 뒷모습이 한결 가벼워 보입니다.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들도 현대 통신기술의 집약체인 클라우드와 빠른 공유 서비스를 애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두의 편리한 삶을 희망하며 김공대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참고 문헌
Hassan, et al. (2012). <Software reuse in the emerging cloud computing era>. Yang, Hongji; Liu, Xiaodong. <Understanding Cloud Computing》, Hershey, 204-227쪽.
Schmidt, Eric, Rosenberg, Jonathan (2014). 《How Google Works》. Grand Central Publishing. 11쪽.
AWS. <가상화란 무엇인가요?>. https://aws.amazon.com/ko/what-is/virtualization/
Microsoft.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Microsoft Azure. https://azure.microsoft.com/ko-kr/resources/cloud-computing-dictionary/what-is-cloud-computing/#benefits.
Wi-Fi Alliiance. <Wi-Fi Direct>. Discover Wi-Fi. https://www.wi-fi.org/discover-wi-fi/wi-fi-direct.
심재화, 이훈재. (2012). <Mobile Ad-hoc 네트워크 기술 동향>. 《한국컴퓨터정보학회 하계학술대회 논문집》 20(2). 59-61쪽.
그림 출처
그림1, 4: 자체 제작(Chat-GPT: DALL E 사용).
그림2: iStock - 오후 4시 30분에 흰색 나무 책상 배경에 대한 근접 촬영 화이트 시계.
그림3: 애플 공식 사이트.
그림5: 마이크로소프트 Community.
그림6: 애플 공식 사이트.
그림7: SNUman - [이용 정보]서울대 '짜장, 짬뽕' 반값 중식 맛집.
그림8: 지디넷코리아, 애플 공식 사이트.
그림9: 동국시스템즈, 서버 가상화&데스크톱 가상화.
그림10: 정보통신기술용어해설 - Ad-hoc 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