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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빨대의 친환경 논란,
공학으로 파헤쳐 보기

글. 에너지자원공학과 2 정영근 편집. 건설환경공학부 2 엄태현
그림 1. 종이 빨대
2022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법 개정 후 일 년 동안은 참여형 계도 기간이었지만 2023년 11월 24일부터는 단속이 시작됨에 따라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찾아보긴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설 자리를 잃어가는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한 것은 바로 종이 빨대였습니다. 스타벅스에서 2018년 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한 것을 필두로 요즈음 종이 빨대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확산되었는데요. 이를 두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으니, 지구를 위한 일이라 반기는 사람들도 있고,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 Washing)1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종이 빨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고 왜 이런 논란이 생기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Green’ 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 과장하여 광고, 홍보, 포장하는 행위를 의미

종이 빨대 그냥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종이를 둘둘 말아서 만들면 그게 종이 빨대가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평소에 쓰는 종이를 그대로 말아서 종이 빨대로 만든다면 우리가 종이 빨대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인 바로 물에 닿으면 “흐물흐물한 종이 빨대”가 탄생하게 됩니다.

분명 종이는 질기고 단단한데 물만 닿으면 왜 그렇게 힘도 한번 못 써보고 흐물흐물해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종이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는 크게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잘게 갈아 펄프(종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중간 재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리그닌은 제거하고 셀룰로오스만을 이용하여 종이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셀룰로오스는 분자들은 서로 만났을 때 이웃한 OH기에 의해 수소결합2 을 형성하게 됩니다. 수소결합의 세기는 다른 분자 간 상호작용의 세기보다 매우 강해서 분자량이 비슷한 다른 분자들에 비해 녹는점, 끓는점이 높고, 융해열과 기화열이 크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셀룰로오스 수소결합으로 구성된 종이가 질긴 이유입니다. 하지만 수소결합을 하는 물질은 분자 내 쌍극자 모멘트가 발생하는 극성 분자3 로 물에 잘 녹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셀룰로오스의 -OH기가 물(H2O)과도 수소결합을 하여 물에 닿으면 금방 흐물흐물해지는 것입니다.

2 수소 결합은 질소(N), 산소(O), 플루오린(F) 등 전기 음성도가 강하고 크기가 작은 2주기 원소와 수소를 갖는 이웃한 분자의 수소 원자 사이에서 생기는 정전기적 인력(분자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3 분자의 모양이 비대칭이어서 양전하와 음전하의 중심이 일치하지 않아 +, - 전하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분자

그림 2. 셀룰로오스 분자들 간 수소결합
그림 3. 셀룰로오스와 수소분자 간 수소 결합
물에 강한 종이 빨대를 만드는 방법!

셀룰로오스와 물의 수소 결합이 우리의 종이 빨대를 눅눅하고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있다면, 해답은 바로 셀룰로오스와 물이 접촉하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즉, 종이 빨대에 물에 잘 섞이지 않는 소수성 물질을 코팅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종이 빨대의 친환경 논란을 점화시키는 지점으로 종이 빨대를 코팅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물질은 폴리에틸렌(PE)이나 아크릴 수지입니다. 이를 사용하여 코팅할 경우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플라스틱 빨대와 별반 차이가 없으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환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플라스틱과 종이가 섞여 재활용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4

4 이현주, “"불편해도 친환경이니까 참고 썼는데…" 종이 빨대의 배신”,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6051108g

그림 4. PFAS
또한 최근 연구5 에 따르면 벨기에에서 유통되는 친환경 빨대를 대상으로 PFAS(Per-and Polyfluorinated Substances) 함유 여부를 검사한 결과, 종이 빨대 20개 중 90%에 해당하는 18개 제품에서 PFAS가 검출되었습니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마찰과 고온을 견딜 수 있어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또는 일회용컵의 방수 코팅제 등 생활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PFAS는 자연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영원한 화합물(forever chemicals)”로도 불리며 공기나 자연, 토양에 장기간 머물면서 사람의 체내에 쌓여 암이나 생식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에 EU에서는 유럽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s Agency, ECHA)은 총 10,000종 이상의 PFAS 사용을 제한하는 보고서를 채택하였고, 미국에서는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을 중심으로 규제법안을 마련하는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PFAS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종이 빨대의 코팅에 PFAS를 사용하는 것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불편하기만 하고 환경에는 도움도 안 되는 종이 빨대는 버려버리고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화학물질 코팅 없이도 물에 강한 종일 빨대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고 대나무 빨대나 쌀, 밀, 타피오카 등으로 만든 일명 ‘먹을 수 있는 빨대’ 등 여러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종이 빨대 친환경 논란은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하기 위한 빨대를 만들기 위해 거치는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미래 공학도 여러분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단순히 친환경적으로 보인다고 덮어놓고 믿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날카롭고 분석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수록 기업들이 사탕 발린 말로 친환경적인 척 그린워싱을 시도하기보다는 정말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테니까요!

5 박연정, 친환경이라던 종이 빨대에서 유해 물질 검출, 뉴스펭귄,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849

참고 문헌
그림 출처
그림 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329500088
그림 2.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Intra-and-intermolecular-hydrogen-bonds-in-cellulose_fig1_26815593
그림 3.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Hydrogen-bond-between-water-molecules-and-hydroxyl-groups-of-cellulose-on-the-membrane_fig5_349349809
그림 4. https://www.awwa.org/Resources-Tools/Resource-Topics/PF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