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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학, 최적화의 출발점이 되다

글. 산업공학과 3 이송이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4 백지원
최적화와 경영과학

그림 1. 산업공학 명언
“Engineer make things, Industrial Engineer make things BETTER”

산업공학과 관련된 유명한 문장입니다. 공학도는 무엇인가를 만들지만, 산업공학도는 그 무엇을 ‘잘’ 만든다는 뜻이죠. 이처럼 산업공학은 어떤 대상을 ‘잘’ 해내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여기서 어떤 대상은 산업공학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 속의 다양한 일과 문제들을 의미하죠. 그렇다면 ‘잘’ 해결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는 일과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효율성(Efficiency)이란 투입량(input)대비 산출량(output)을 의미하죠. 좀 더 쉽게 예시를 들어볼까요? 고등학생 독자분들은 ‘효율적으로 공부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통 적은 시간동안 공부해서 높은 점수를 낼 때 이러한 말을 하죠. 이처럼 적은 노력(input)을 들이고 최상의 결과(output)를 가져오는 것, 이것이 바로 높은 효율성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산업공학에서는 이런 경우 일을 ‘잘’ 한다고 한답니다.
그림 2. 수식으로 나타낸 효율성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말로는 참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현실에서는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이죠. 산업에 존재하는 일과 문제들은 대부분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같은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됩니다. 여기서 ‘다양한 요소’라는 것에 집중하며 다음 예시를 생각해보아요.

시간, 비용, 자원이라는 세 요소가 존재하고, 각 요소의 양이 적을수록 좋은 결과인 매우 간단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최상의 결과를 위해서 ‘각 요소들의 양을 모두 적은 쪽으로 변화시키면 되겠군!’ 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에는 다양한 제약조건들이 존재합니다. 가령 자원이라는 요소를 적게 하면 비용이라는 요소는 같이 줄어들겠지만, 적은 자원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정교한 처리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라는 요소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무작정 자원이라는 요소를 적게 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순 없겠죠.

이처럼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요소들을 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적절한’ 값을 찾아 의사를 결정해야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바로 최적화라고 하는데요,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최적화를 도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경영과학이라고 합니다. 이제 경영과학에 대해 어느정도 감이 오시나요? 오늘은 산업공학과에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전공 수업인 ‘경영과학’이 무엇을 다루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과학과 수리모형

경영과학에서는 현실의 사건이 아닌 현실의 일부분을 추출한 ‘모형’을 다룹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모형이란 이런 현실 속에서 의사결정권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만을 추출해 문제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하죠. 경영과학에서는 모형 중에서도 결정변수, 목적함수, 그리고 제약조건들로 표현한 수리모형을 주로 사용합니다.

결정변수는 의사결정권자가 결정하는, 변화할 수 있는 값이며 제약조건은 이 결정변수들이 만족해야 할 조건을 말합니다. 목적함수는 의사결정권자가 최소화 또는 최대화 하고자 한 것을 결정변수를 사용해 나타낸 함수를 의미합니다. 제약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대안(결정변수)을 ‘가능해’라고 하고, 이중 목적함수 값을 최소화 또는 최대화하는 것을 ‘최적해’라고 합니다.

상수도 공급에 관한 문제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취수원으로부터 물을 끌어, 정수 과정을 거친 후 수요지까지 수송하기 위한 관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생각해봅시다. 이 네트워크의 중요한 지점에는 펌프장들이 있으며 이 곳에서는 네트워크 내의 물의 흐름에 에너지를 공급해 각 수요지에 필요한 물을 확보합니다. 따라서 각 펌프들을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서 각 수요지에 확보되는 물의 양, 그리고 각 펌프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겠죠. 이때 의사결정권자가 전기 비용을 최소화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면 이 문제를 수리모형으로 다음과 같이 간단히 기술할 수 있습니다.

· 결정변수 : 각 펌프장에서 시행할 일일 펌핑 스케줄
· 제약조건 : 각 수요지에 필요한 만큼의 물 확보. 에너지 보존 방정식과 같은 수리학적 관계 제약.
· 목적함수 : 펌핑에 의해 발생하는 일일 전기 비용의 최소화

이러한 수리 모형은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최적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경영과학에서는 이렇게 현실 문제를 모형화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선형계획법

경영과학에서 다루는 모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요, 주어진 데이터의 확실성의 정도가 높은 결정적 모형과 확실성의 정도가 낮은 확률적 모형이 있습니다. 결정적 모형에는 선형계획법, 네트워크 최적화, 정수계획법 및 조합최적화, 비선형계획법이 있고 확률적 모형에는 수송문제, 게임이론, 사업평가모형, CPM, 대기이론 등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는 경영과학을 두 학기에 걸쳐 다루며 전공과목 ‘경영과학1’에서는 결정적 모형에 대해, ‘경영과학2’에서는 확률적 모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림 3. 경영과학의 모형 종류
이 중 가장 유명한 선형계획법(Linear Programing, LP)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단순성에 비해 광범위하게 응용되기 때문에 가장 유용한 경영과학의 수리모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모형이니 간단한 문제를 같이 풀어보며 선형계획법이 무엇인지 체험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두 가지 종류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딸기 주스, 다른 하나는 딸기 바나나 주스입니다. 딸기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딸기 100g이 필요하고, 딸기 바나나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딸기 50g과 바나나 50g이 필요합니다. 재료비를 제외하고 딸기주스를 팔면 800원이 남고 딸기 바나나 주스를 팔면 1000원이 남습니다. 오늘 여러분에겐 딸기 3000g 과 바나나 500g이 있고, 만든 음료는 전부 팔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종류의 음료를 얼마나 만들어야 할까요?
그림 4. 예시 문제
먼저 이 문제를 모형화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결정변수 : 만들어야 하는 각 음료의 양
· 제약조건 : 재료의 한정된 양
· 목적함수 : 음료를 판매하여 얻는 이익 최대화

그렇다면 결정변수인 딸기 주스와 딸기 바나나 주스의 양을 각각 $x_{1}$, $x_{2}$라고 하고 제약조건과 목적함수를 수리적으로 표현해볼까요?

목적함수   $max$  $800x_{1} + 1000x_{2}$

제약조건               $100x_{1}$+$50x_{2} ≤3000$,

                               $50x_{2} ≤500$,

                               $x_{1},x_{2}≥0.$

구한 제약식을 좌표평면에 나타내 보겠습니다. 제약조건을 만족하는 영역은 색칠하여 나타내 줍니다.
그림 5. 제약식과 목적함수를 좌표평면에 나타내기
색칠한 부분이 겹치는 곳에 존재하는 점들은 두 제약조건을 모두 만족하므로 가능해들이 됩니다.이제 최적해를 찾아봅시다. 목적함수의 값을 k라고 하고 $800x_{1} + 1000x_{2}=k$그래프를 좌표평면 위에 나타냅니다. 이 그래프를 색칠한 부분이 겹치는 곳(가능해) 안에서 움직여보며 k가 최대가 되는 순간, 즉 그래프의 y 절편이 가장 큰 순간을 찾습니다. 그림 5에서 초록색으로 나타낸 목적함수 그래프를 보면, k가 최대가 될 때는 바로 파란색 점을 지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좌표는 (25, 10)입니다. 따라서 최적해는 $x_{1}=25 ,x_{2}=10$으로 딸기주스는 25개, 딸기 바나나 주스는 10개를 만들어야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고 이때의 이익은 800×25+1000×10=30000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함수와 좌표평면으로 최적화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물론 이는 매우 간단한 선형계획 모형의 예시입니다. 실제 경영과학에서는 선형계획을 비롯해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모형들과 새로운 모형들을 연구하고, 이 모형들의 최적해를 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영과학 활용의 성공사례

이러한 연구는 실제로 산업에서 무언가 ‘잘’ 해내는 것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경영과학이 성공적으로 응용된 사례는 근 30년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며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데요, 시트고 정유회사(Citgo Petroleum)가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5천만 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던 회사에서 경영과학의 해법을 적용해 정유와 유통과정을 최적화한 결과, 1995년 무려 7천만 달러의 이윤을 기록하게 되었죠.

항공사 운영에서도 경영과학을 활용해 항공기 할당 문제를 해결하고 예약시스템을 최적화 하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델타 항공사에서는 주요 운행 구간에 항공기들을 할당하는 문제를 경영과학의 한 모형인 정수계획법으로 모형화해서 해결했습니다.

또한 제조 기업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물건을 생산할지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재고가 남으면 이를 유지하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에서도 짧은 생산 주기로 적은 재고를 유지하는 방법론을 도입해 반도체 D-RAM의 생산을 관리하여 매출이 증가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영과학은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유용성을 입증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찰국에서는 순찰 경찰을 배치하기 위한 스케줄링에 경영과학을 적용했습니다. 시간당 필요를 예측하고, 경찰들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화할 수 있는 스케줄을 지정, 상황에 맞게 미세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52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여건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신고전화에 대한 출동시간을 단축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들은 수리적으로 모형화할 수 있는 문제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는 경영과학의 활용성을 보여줍니다.

여러분, 이제 경영과학이라는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경영과학이 문제를 해결하고 적용되는지 아시겠나요? 결론적으로 경영과학은 현실의 의사결정문제에 대응하는 수리모형을 수립하고, 그 모형을 푸는 해법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마지막으로 해법을 적용해 구한 모형의 해를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일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공학과에서는 경영과학 수업을 통해서 계량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와 처리능력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컴퓨터의 발달로 우리는 알고리즘을 빠르게 풀 수 있게 되었고 경영과학을 이용한 똑똑한 의사결정은 더욱 각광받고 있습니다. 과학적 원리를 사용해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얻으려고 하는 ‘지혜’는, 인류가 방정식을 만들기 시작한 만큼이나 오래된 것입니다. 무엇인가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욕구가 아닐까요? 앞으로도 최적화와 경영과학은 사회가 효율적으로 변모할수록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최적화의 출발점, ‘경영과학’이었습니다!
참고문헌
    · 홍성필. 『경영과학』 율곡출판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