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연구실은 지금 우리 연구실은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생산과 공급의 지휘자, 생산관리 연구실

글. 산업공학과 1 송지민, 컴퓨터공학부 2 최정근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4 백지원
여러분은 지금 앞에 놓인 스마트폰이 자신의 것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고 있나요? 휴대전화 대리점, 물류창고, 공장, 그리고 그보다 더 전에 부품과 부품이 되기 위한 원자재가 모이는 곳까지. 스마트폰 하나가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답니다. 이렇게 제품이 원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마치 그물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공급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중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이 전면 중단되고, 공급망이 통째로 멈춰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림 1. OM LAB 연구 분야 소개
그림 2. 디스플레이용 저온 포토레지스트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ETRI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무려 93.2%(2018년 기준)에 달할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일본 대신 대만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길을 개척하고, 벨기에 등의 제3국을 통해 들여오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효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생산관리입니다. 만약 앞선 사례에서 적절한 생산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공장들이 한순간에 멈춰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아우르는 생산관리를 산업공학의 출발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산업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굴지의 IT기업과 철강, 조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은데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박건수 교수님을 찾아 뵙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림 3. 박건수 교수님
Q1.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와 다른 생산관리 연구실과 차별점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연구 분야는 크게 ‘생산계획 및 제어(Production Planning and Control)’, ‘전략계획 및 제어(Strategic Planning and Control)’, ‘수익관리(Revenue Management)’ 3가지로 나뉘어요. 생산계획은 재고관리, 공급망에 있어서 위험관리와 관련된 영역이고, 전략계획은 어떤 시스템과 관련된 운영전략, 생산능력 계획, 공급사슬 계약과 관련된 영역이에요. 그리고 수익관리 분야에는 가격 정책 조율과 소비자행동 분석 등이 해당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 분야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죠.
그림 4. 공급사슬 또는 공급망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서는, 분권화된 생산망1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가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은 아직 집필 중이고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문일경 교수님과 홍유석 교수님도 생산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교수님들 모두 생산공정이나 생산시스템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문일경 교수님과 저는 재고관리, 공급망 관리, 물류관리 등의 분야를 다루고 있고, 홍유석 교수님은 공정설계, 스케줄링, 다품종 제품과 관련된 연구를 해요. 그렇지만 한 교수님만 연구하는 독특한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1분권화된 생산망: 의사결정 권한이 각 단계의 행위자들에게 주어진 생산망의 형태. 대기업과 같은 주체가 생산망의 모든 요소를 통제하는 형태와 반대로, 각 단계의 공급자가 각자의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Q2. 학문으로서 생산관리라는 분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2. 원래부터 산업공학에서는 생산 시스템을 핵심적으로 다루었어요. 크게 보면 “어떻게 해야 생산(제조)을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산업공학이 나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산업공학을 전공하면 생산 시스템에 대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해요. 실제로 생산관리가 아닌 최적화나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다루시더라도 생산 시스템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분들도 많습니다.

또 생산관리 분야는 첨단 기술들이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이기도 해요. 지금도 제조, 물류 시스템과 공급망 등의 분야에서는 자동화, 로보틱스, 인공지능, 드론,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첨단 기술이 등장할 때 산업공학에서 선구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생산관리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두각을 보이는 첨단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우리가 활약하고 기여할 기회가 많다는 장점도 있어요.
Q3. 최근에 특별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신 주제는 무엇인가요?
A3. 최근에 특별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주제는 역시 인공지능, 그 중에서도 강화학습2이에요. 기존에는 불확실한 수요 공급에 대응하는 것과, 물류 창고를 자동화하는 것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이원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운영 재고를 관리하면서, 창고 관리를 모두 통합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해요. 이런 통합적인 예측과 의사결정 과정은 강화학습의 프레임워크와 많이 닮아 있어요. 그래서 물류 분야에도 강화학습을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2강화학습: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특정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도록 설계하고,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최대한의 보상을 받기 위한 행동 패턴을 스스로 익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

그림 5. Robotic Mobile Fulfillment System에서 Rack의 배열
예를 들어 ‘선반 할당(Rack Allocation)’과 ‘선반 순서 지정(Rack Sequencing)’ 이라는 문제가 있어요. 물류 창고에는 수많은 선반이 있잖아요? 제품을 쌓아두고, 꺼내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제품을 보관하는 위치(Rack Allocation)와 순서(Rack Sequencing)가 모두 중요해요. 제품이 얼마 없을 때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창고 내 상품의 수와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주문의 수가 늘어날수록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지죠.

그런데 기존에는 수요가 정해진 경우에 물건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꺼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수요에 변동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이 때는 심층강화학습3(Deep Reinforcement Learning, DRL)을 적용해볼 수 있을 거예요. 수많은 제품의 수와 종류, 그리고 제품의 주기를 모두 고려한 복잡하고 높은 차원의 문제라도 심층강화학습을 활용하면 효율적인 최적화가 가능하거든요. 게다가 최근에는 쿠팡 프레쉬, 마켓컬리 등을 이용한 신선식품 배송도 보편화되고 있잖아요? 신선식품의 경우 제품 주기가 짧다 보니, 최적화된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더더욱 강조됩니다. 그래서 강화학습을 활용한다면 여러 품종의 신선식품 재고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3심층강화학습: 강화학습 과정에 심층신경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Q4. 학자(교수)로서 가장 행복했던, 또는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4. 제자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고 활약하면 보람과 행복을 느껴요. 이거는 다른 교수님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나와 비슷한 연구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게 보람이에요. 그게 잘 안되면 힘들죠. (웃음)
Q5. 연구실이나 강의실에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5.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쓴 편지들을 받으니까 굉장히 신선하고 좋더라고요. 특히 편지에 자기 사연을 함께 작성해준 학생들도 있었는데, 수강중인 과목이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이야기를 읽고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그리고 우리 연구실 학생들이 서로 생일도 챙겨주면서 돈독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웃음) 학생들이 데면데면하게 지낼 수도 있는데 우리 연구실은 되게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가 꼭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Q6. 공학도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6. 공학을 공부한다는 건 인생에 여러모로 유익한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공학은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을 많이 가르쳐주기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달성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학문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특히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공학을 배워 둔다는 건 다른 어떤 분야에 진출하든지 간에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공학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금융, 관가, 심지어 연예계까지도 말이에요.

그리고 공학은 상한선이 높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분야입니다. 노력에 따라 여러분이 제2의 네이버, 제2의 카카오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갈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공학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학생들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림출처
그림 1. "Operations Management Lab." Operations Management Lab. Accessed Oct 31, 2023. https://byeongkwon.notion.site/byeongkwon/Operations-Management-Lab-5aac23ccdd1f43d79c21b9c895fff372.
그림 2. 조남성. "[2021-67호] ETRI, 디스플레이용 저온 포토레지스트 세계 최초 상용화." ETRI. Accessed Oct 31, 2023. https://www.etri.re.kr/kor/bbs/view.etri?b_board_id=ETRI06&b_idx=18618.
그림 3.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Accessed Oct 31, 2023. http://ie.snu.ac.kr/ko/%EA%B5%AC%EC%84%B1%EC%9B%90/%EA%B5%90%EC%88%98/%EB%B0%95%EA%B1%B4%EC%88%98.
그림 4. Icograms.
그림 5. Zhuang, Yanling et al. “Order picking optimization with rack-moving mobile robots and multiple workstations.” 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 300 (2022): 527-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