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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가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할까?

글. 건설환경공학부 2 조한기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4 백지원
그림 1.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마르첼 그로스만
여러분은 공학자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천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흔히들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뛰어난 공학자가 되려면 공부를, 그중에서도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상대성 이론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그의 연구 과정에서 수학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인슈타인은 1912년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을 때, 수학적 개념과 정리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서 그의 이론을 기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아인슈타인은 그의 오래된 친구이자 미분 기하학의 전문가인 마르첼 그로스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로스만의 도움으로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기술하기 위해 ‘크리스토펠 기호’와 같은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역사에 길이 남을 상대성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은 과학과 공학 연구에 있어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문이지만, 모든 과학자나 공학자가 깊은 수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에서 수학적 개념이 필수적인 요소인 것도 아닙니다. 그로스만이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구조를 다듬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도 지금 하고 있는 수학 공부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학자라는 꿈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명한 과학자와 공학자들 중 수학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그림 2.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자기학의 아버지 - James Clerk Maxwell

전자기학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수학적 능력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그의 첫 논문인 ‘난형곡선에 관한 논문’을 불과 14살일 때 발표했는데요, 이것은 그의 뛰어난 수학 실력을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스웰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전기와 자기를 통합한 이론을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기와 자기는 별개의 현상으로 여겨졌습니다. 덴마크의 물리학자인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가 전기가 자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마이클 페러데이가 전기와 자기가 서로 짝을 이룬다는 주장을 했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기와 자기라는 현상을 통합해 하나의 이론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어요. 맥스웰은 그의 뛰어난 수학적 능력을 바탕으로 이전의 과학자들이 수행한 전기와 자기에 관한 연구를 수학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바로 맥스웰 방정식입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전자기학의 기본을 이루는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의 성질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기술합니다. 각 방정식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가우스의 전기법칙 (Gauss’s law for electricity)

$\bigtriangledown \cdot E = \frac{\rho }{\varepsilon_{0}}$

두 전하 입자 사이에는 정전기적 인력이 작용하는데요, 쿨롱의 법칙은 그 힘이 두 전하의 곱에 비례하고, 두 입자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입니다. 이 방정식은 쿨롱의 법칙을 일반화한 것으로, 전하를 둘러싼 임의의 폐곡면을 나가는 전기력선의 수는 폐곡면 내부의 알짜 전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가우스의 자기법칙 (Gauss’s law for magnetism)

$\bigtriangledown \cdot B = 0$

자기 선속은 어떤 곡면에 작용하는 총 자기력을 나타내는 물리량입니다. 가우스의 자기법칙에 따르면, 어떠한 닫힌 곡면을 통과하는 자기 선속은 항상 0입니다. 따라서 N극에서 시작해 S극에서 끝나는 자기력선이 항상 폐곡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N극 또는 S극 중 하나만 존재하는 자기 홀극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3.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 (Faraday’s law of induction)

$\bigtriangledown \times E = -\frac{\partial B }{\partial t}$

이 방정식은 전자기 유도법칙을 수학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금속 코일 속으로 자석을 넣거나 빼면 전기가 흐르게 되는데요, 이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이 바로 변화하는 자기장 주변에 전기장이 유도된다는 전자기 유도법칙입니다. 전자기 유도법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예시로 자석을 회전시켜 전기를 얻는 발전기가 있습니다.
4. 앙페르의 회로법칙 (Ampère's law with Maxwell's addition)

$\bigtriangledown \times B = \mu_{0}J + \mu_{0}\varepsilon_{0} \frac{\partial E }{\partial t}$

이 방정식은 전류와 변화하는 전기장 주변에 자기장이 유도된다는 앙페르의 회로법칙을 나타낸 것입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위에 움직일 수 있는 자석을 올려두면 자석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앙페르 법칙의 예시입니다.

이 밖에도 맥스웰은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동일하다는 것을 밝히고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뛰어난 수학적 능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성립된 이론들은 오늘날까지도 공학과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림 3. 피에르시몽 라플라스
천재 수학자 - Pierre-Simon Laplace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18세기와 19세기의 프랑스 수학자로서, 그의 업적은 수학, 천문학, 물리학 및 통계학에 걸쳐 있습니다.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그의 뛰어난 수학적 능력은 라플라스 변환에서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플라스 변환은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간단하고 다루기 쉬운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는 수학적 기법입니다. 미분 방정식은 변수의 변화율(미분)을 포함하는 방정식입니다. 예를 들어, $\frac{\mathrm{d} y}{\mathrm{d} x} = x^{2} - y$와 같은 식이 미분 방정식에 해당합니다. 반면 대수 방정식은 변수들의 거듭제곱, 상수, 그리고 이들의 합이나 곱으로만 이루어진 방정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x^{2} - 5x + 6 = 0$와 같은 식이 대수 방정식에 속합니다. 미분 방정식은 시간이나 공간에 따라 변하는 상태를 기술할 때 자주 등장하는데요, 종종 이러한 방정식의 해를 직접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떠한 미분된 형태를 보고 그 원형을 알아내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이때 라플라스 변환을 통해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간단한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면 훨씬 편리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과학자 라플라스의 업적은 천체 역학에 대한 연구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의 저서 “천체 역학(Mécanique celeste)”에서 라플라스는 고전역학에서 뉴턴이 택했던 방식인, 기하학적 접근 방식에 대한 번역을 실어 당시 물리학을 집대성하고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림 4. Nebula
혹시 별이 먼지 구름에서 탄생해 점차 진화하다가 결국엔 소멸한다는 설명을 들어 보셨나요? 이것이 바로 별이 먼지 구름에서 비롯된다는 성운설인데요. 라플라스는 그의 저서 "천체 역학의 체계적 요약(Exposition du système du monde)"에서 태양계의 별들과 행성들이 하나의 거대한 회전하는 가스와 먼지의 성운에서 서서히 진화해 나왔다는 내용의 성운 모형을 제시합니다. 성운설은 이후의 연구에서 보강되어 오늘날 별의 탄생과 소멸을 설명하는 데 있어 지대한 기여를 했답니다.
그림 5. 토마스 엘바 에디슨
천재 발명가 - Thomas Alva Edison

토마스 엘바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은 미국의 발명가로, 전구, 녹음기, 키네토스코프(영화 카메라의 초기 형태) 등 수많은 기기를 발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수학을 포함한 고등 교육을 일절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데 전념하여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 많은 발명품을 남긴 것은 물론 전기문명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림 6. 전구 속 필라멘트
그림 7. 진공관
많은 사람들이 에디슨을 뛰어난 발명가이자 사업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그가 남긴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 있습니다. 바로 에디슨 효과의 발견입니다. 에디슨 효과는 에디슨이 1880년대 초반에 진공 상태의 전구를 실험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현상입니다. 에디슨은 전구 안에 추가적인 금속 판 (플레이트)을 배치하고 전류를 통과시켰을 때, 판과 전구의 필라멘트 사이에서 일정 방향의 전류만 흐르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공간을 통해 전자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에디슨은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하지는 못했지만, 훗날 에디슨 효과는 진공관과 전자밸브의 발명 및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에디슨 효과를 단서로 영국의 플레밍은 1904년에 최초의 진공관을 발명하게 됩니다. 이후 진공관은 20세기 초반의 전자기기, 특히 초기의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에서 핵심 구성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진공관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했지만, 에디슨 효과의 발견은 전자공학의 초기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듯 에디슨은 고등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수학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지만, 뛰어난 직관과 노력으로 공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8. 마이클 패러데이
실험 물리학자 - Michael Faraday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19세기 초반의 영국의 과학자로, 그의 발견들은 현대의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의 업적으로는 전자기력에 의한 회전의 발견, 전자기 유도 현상, 전기 분해 법칙, 패러데이 새장 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정규 수학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호기심과 창의적인 실험 방식으로 과학적 원리를 탐구했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직관은 수학적 지식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림 9. 전자기 유도 실험의 간략한 설명
패러데이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전자기 유도의 발견입니다. 당대에는 전기와 자기를 별개의 것으로 보았는데, 둘의 개념을 합쳐 전자기학을 창시하는 데 있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이 기여했습니다. 패러데이는 그의 실험에서 전자기 유도를 발견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수학적 능력의 한계로 이를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에 맥스웰이 전자기 유도를 포함해 전자기학 전체를 관통하는 식들을 정리해냈고, 이것이 맥스웰 방정식입니다. 물론 맥스웰이 전자기식을 수학적으로 완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패러데이의 실험 데이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과학과 공학에서 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학은 여러 연구와 이론의 구체화, 검증, 예측의 도구로 활용되며, 많은 과학자들이 수학을 바탕으로 놀라운 발견과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뛰어난 수학자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깊은 수학적 지식 없이도 자신의 관찰력, 실험적 탐구정신, 그리고 직관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발견을 해냈습니다.

이처럼, 수학적 지식은 물론 중요하지만, 과학과 공학의 발전에 있어서는 엄청난 수학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수학을 잘했던 맥스웰과 라플라스, 그리고 수학을 잘하지 못했던 에디슨과 패러데이는 모두 각자의 특기를 십분 발휘해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의 업적이 다른 과학자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어려워 보이는 수학에 당장 겁먹지 말고, 과학적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누구나 공학도가 될 수 있답니다.
그림출처
그림 1.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Einstein, https://en.wikipedia.org/wiki/Marcel_Grossmann
그림 2. https://ko.wikipedia.org/wiki/제임스_클러크_맥스웰
그림 3. https://en.wikipedia.org/wiki/Pierre-Simon_Laplace
그림 4. https://esahubble.org/images/heic1509a/
그림 5.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Edison
그림 6. https://ko.wikipedia.org/wiki/열전자_방출
그림 7. https://ko.wikipedia.org/wiki/진공관
그림 8. https://en.wikipedia.org/wiki/Michael_Faraday
그림 9. https://ko.wikipedia.org/wiki/마이클_패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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