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부엌과 만나다  공학, 부엌과 만나다

불을 쓰지 않고도 음식을 가열할 수 있는 이유

글. 건축학과 2 권나경 편집. 화학생물공학부 2 이정환
공상 독자 여러분은 인덕션과 가스레인지 중 어느 것이 더 친숙하신가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부엌에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점점 인덕션을 사용하는 가구가 늘면서 최근에는 가스레인지 이용 가구보다 인덕션 이용 가구가 더 많아졌다고 해요. 인덕션은 가스레인지에 비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불을 쓰지 않고도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음식을 가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인덕션의 비밀을 파헤쳐봅시다!
맴돌이 전류에 의한 손실

음식을 데우려면 열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인덕션은 맴돌이 전류와 히스테리시스를 통해 발생하는 열 에너지로 조리를 가능하게 합니다. 첫 번째로, 맴돌이 전류에 의한 열 에너지의 발생을 알아봅시다. 이를 위해서는 전류에 의한 자기장과 전자기유도 현상을 알아야 해요.
그림 1. 전류에 의한 자기장
19세기, 덴마크 과학자 외르스테드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놓인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특히 코일에 흐르는 전류에 의해 자기장이 생길 때에는, 오른손의 네 손가락으로 코일을 감아쥐었을 때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자기장이 형성되어요. 이를 오른손 법칙(Right-hand Rule)이라고 부르죠.
그림 2. 전자기 유도 현상
도체, 즉 전기의 흐름이 가능한 물체에 교류 자기장이 주어질 경우, 위 그림과 같이 자기장의 변화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로 인해, 외부로부터 자기력선이 들어오면 반대방향의 자기력선을 만들어주기 위해 유도전류1가 흐르는 것이죠. 이를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 법칙’2이라고 합니다.

맴돌이 전류는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 법칙을 통해 설명됩니다. 도체의 내부를 통과하는 자기력선의 개수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면, 도체는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기 위해 내부에 소용돌이 모양의 유도전류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전류를 ‘맴돌이 전류’라고 부릅니다. 즉, 전류에 의해 자기장이 생기고, 그 자기장에 의해 맴돌이 전류가 생기는 것이죠.

인덕션은 세라믹으로 된 표면 아래에 나선형 코일이 존재하여, 이 코일에 교류 전류를 흘려주면 교류 자기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도체인 냄비의 바닥에서는 자기장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맴돌이 전류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도체에 전류가 흐를 때 저항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고, 이 손실은 열 에너지로 나타납니다.

1 외부 자기장이 변할 때 발생하는 유도기전력(electromotive force)에 의해 흐르는 전류.

2 수식 $\epsilon=-\frac{{d\Phi}_{B}}{dt}$로 표현. 이때 $\epsilon$은 유도기전력(electromotive force)을, $\Phi_{B}$는 자기력선속을 뜻한다. 유도기전력의 크기는 닫힌 회로를 통과하는 자기력선속의 시간당 변화율 ($\frac{{d\Phi}_{B}}{dt}$)이며, 유도기전력의 방향은 닫힌 회로를 통과하는 자기력선속의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이다.

그림 3. 맴돌이 전류에 의한 인덕션 내 열의 발생과 전도
[그림 3]을 통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해봅시다. 먼저, 1번의 전기코일(electric coil)에 전류가 흐르면 2번의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이 유도됩니다. 이때 전자기장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아우르는 말로, 이 상황에서는 코일에 전류를 흘려주어 자기장이 유도되었음을 알 수 있죠. 이후 3번, 프라이팬 혹은 냄비의 바닥(bottom of cookware)에 맴돌이 전류가 생겨 열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는 4번의 결과, 즉 음식을 달구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히스테리시스 손실

인덕션의 두 번째 비밀은 바로 히스테리시스 손실인데요. 다음 곡선을 통해 자기 히스테리시스 현상이 무엇인지 이해해봅시다.
그림 4. 히스테리시스 루프
[그림 4]의 독립변수인 H는 자기장의 강도이고, 종속변수인 B는 자화3의 강도를 의미합니다. 즉, 자기장이 강해짐에 따라 강자성체의 자화의 정도가 얼마나 강해지는지를 알 수 있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이 필요합니다. 먼저, 강자성체에 대해 알아봅시다. 특정 물체에 외부 자기장을 걸어 주었을 때, 물체 내에 존재하는 원자 자석4이 전부 외부 자기장의 반대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자성(물체가 자기력을 띠는 성질)이 강해집니다. 이후 외부 자기장이 사라져도 자화가 남아있게 되는데, 이 물체를 강자성체라고 부릅니다.

강자성체의 경우, 외부 자기장을 조절함으로써 자화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때 외부 자기장은 전류를 통해 조절할 수 있죠. 즉, 우리는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만들어지는 자기장의 강도(H)를 이용해 강자성체의 자화 강도(B)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강자성체가 점점 자성이 강해지다가, 최대로 강한 자성을 띠는 상태를 ‘자기포화상태’라고 부릅니다. 강자성체가 자기포화상태일때의 자속 밀도를 $B_{max}$라고 하겠습니다. 걸어줬던 자기장을 없애주면 앞서 언급한 강자성체의 성질에 의해 잔류자기가 존재하게 되는데요. 이때 전류를 반대방향으로 걸어주어 잔류자기를 없앤 후 계속해서 반대로 걸어주면 $B_{max}$와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자속 밀도 -$B_{max}$가 생깁니다. 다시 반대쪽으로 전류를 걸어주면 또다시 $B_{max}$에 도달하게 됩니다. 교류전류를 흘려주었을 때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됩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림의 곡선에서 점선의 형태를 기대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즉, 걸어주는 자기장의 강도가 0일 때 자화되는 정도가 0이고, H를 늘려주었을 때 $B_{max}$까지 도달한 후, H가 다시 0에 도달하면 B는 0이 된다고 추론할 수 있죠.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강자성체 내부의 저항에 의한 손실이 열의 형태로 발생합니다. 이를 히스테리시스 손실이라고 부릅니다. 즉,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히스테리시스 손실이 열 에너지로 나타나 음식을 데울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히스테리시스 손실로 인해, 자석 내부에 들어있는 아주 작은 단위의 자석인 자기쌍극자모멘트의 벡터합이 초기상태와 달라지기에, 처음과 같이 H가 0에 도달했을 때 B 또한 0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점선이 아닌 실선의 형태로 곡선이 그려집니다.

지금까지 주방에서 음식을 가열할 때 쓰이는 인덕션의 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과거에는 가스레인지, 토치 등의 기구로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가열하는 기구들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처럼 공학의 원리를 적용한 새로운 기구들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조리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참 재미있지 않나요? 미래에는 어떤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는 조리기구들을 우리의 부엌에서 볼 수 있을지 상상해봅시다!

3 외부 자기장에 놓여진 물체가 자성, 즉 자기적 성질을 띠는 것.


4 강자성체에서 원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자석과 같음.

참고문헌
그림출처
그림 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9537&cid=47338&categoryId=47338
그림 2. https://news.samsungdisplay.com/26867
그림 3. https://goclean.masscec.com/article/how-induction-cooking-works
그림 4. https://www.britannica.com/science/hystere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