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빛내는 가장 거대한 공학, 조선해양공학과

서문

그림1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 여러분들이 가장 최근에 본 배는 무엇이었나요? 부산, 인천과 같이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다면 크고 작은 배들을 자주 볼 수 있을 텐데요.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상품을 수출입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선박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조선 기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핵심 수출 품목으로도 자리 잡게 되었죠. 이러한 조선과 해양 연구의 중심에 바로,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가 있습니다.

거대한 선박 한 척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상당한 크기의 조선소가 필요하며, 수많은 공학 기술이 집약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가 설립된 1946년 당시 우리나라에는 조선 기술과 관련한 그 어떠한 기반도 없었죠. 불과 70여 년 만에 무에서 유로, 조선해양공학 불모지에서 세계 조선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누구보다 뜨겁게 조선해양공학의 발전에 이바지해 온,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1. '조선해양공학'이란 어떤 학문인가요?

질문1에 대한 답변:

흔히 '조선해양공학'이라 하면 유조선, 화물선, 유람선과 같은 선박을 건조하는 기술을 다루는 학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내포하고 있듯이 배를 만드는 '조선공학'뿐만 아니라 바다를 다루는 '해양공학'까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다루고 있답니다. 지구 지표의 70%를 덮고 있으며 지구상의 물 중 97.2%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석유나 천연가스, 희토류 등 상당한 에너지와 자원을 갖고 있어요. 이들 자원을 잘 채취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양공학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조선공학과 해양공학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굉장히 밀접한 학문이에요. 새로운 해양 자원을 발견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추선을 비롯한 배가 필요하고, 차세대 기술이 집약된 선박은 다양한 해양 자원의 개발을 용이하게 만들죠.

질문2. '조선해양공학'의 각 분야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질문2에 대한 답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내용들을 배우게 돼요.

1. 조선공학

조선공학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빠르고 안정성 있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선박의 성능과 선체 구조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선박을 건조하는 데는 '어떤 성능의 선박을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겠죠. 따라서 배의 설계 방법이나, 조선소의 생산 기술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됩니다. 한마디로 선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한다고 볼 수 있어요.

선박을 잘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역학을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조선공학을 전공하면 주로 선박과 관련된 유체역학, 구조역학, 동역학 지식들을 익힐 수 있죠.

표1 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공학
유체역학 선박과 설비가 바다에 안정적으로 뜨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파도 등으로 선박이 받는 저항과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탐색합니다.
구조역학 선박을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설계를 연구합니다.
전산 기법을 활용하여 해양 구조물의 하중 및 피로를 해석합니다.
동역학 선박의 조종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펠러와 추진 장치를 개발합니다.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의 제어 및 해석 기법을 연구합니다.

이러한 역학적인 기반과 함께, 실제 선박과 설비를 제작하기 위한 생산 및 설계 기법의 이해도 중요합니다. 거대한 선박과 해양 플랜트1)는 그 크기만큼 내부 구조도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에 빠르고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활용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설계자가 일일이 변수를 조정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설계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2. 해양공학

조선공학이 선박을 통해 바다를 잘 활용할 기틀을 마련해주었다면, 해양공학은 본격적으로 가치 있는 해양 자원을 발굴하는 방법을 연구해요. 대표적으로 선박만큼이나 중요한 '해양 플랜트'의 건조를 통해 기름이나 가스를 시추하고, 광물자원을 얻는 방법을 개발합니다. 해양 자원에는 비단 화석연료와 광물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조력 발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수중 도시 건설 등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지니고, 해양공학에서는 이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방법을 탐색합니다.

수심이 엄청나게 깊고, 해류와 파도가 존재하는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한 자리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구조물을 세우는 건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입니다. 깊게는 동해 바다처럼 수천 미터까지 관을 내려야 하는 거대한 플랜트는 한 번에 가져다 세울 수도 없죠. 그렇기에 필요한 기능 각각을 모듈로 설계하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안정적인 플랜트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게 됩니다.

분야별로 더 자세한 설명이 궁금한 독자분들은 공상 38호 학과 소개 기사2)를 읽어 보아요!

질문3. 조선해양공학과의 학생들이 듣게 되는 전공 과목이 궁금해요!

질문3에 대한 답변:
그림5 조선해양공학과 전공 로드맵

조선해양공학과에서 제시하는 학과 전공 로드맵은 아래와 같아요. 음영 부분에 해당하는 전공 수업들을 통해 앞서 살펴본 조선공학과 해양공학의 각 분야 전반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조선해양공학을 대표하는 과목인 '선박 계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려 해요. 2학년 전공 필수 과목으로, 본격적으로 학과에서 견문을 넓히는 학생들이 수강하는 중요한 과목입니다. 선박 계산 과목의 목표는 '배의 안정성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우선 아르키메데스3)원리 를 비롯한 역학적 원리들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K, B, M, G 등 배 내의 각종 작용점들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을 배우며, 최종적으로 배가 기울었을 때 얼마나 잘 복원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GZ'를 계산함으로써 선박의 안정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GZ는 배의 부력작용점(B), 메타센터(M), 횡메타센터높이(GM)를 활용하여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메타센터란 선박이 기울어지지 않았을 때의 부력 작용선과 기울어지고 나서의 부력 작용선의 교점을 의미합니다. 횡메타센터높이(GM)는 배의 무게중심(G)로부터 이 메타센터까지의 거리를 일컫는데, 바닥(K), B, M, G 점 간 거리를 활용하여 계산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울어진 각도 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배의 GZ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6 GZ의 계산

GM = KB + BM - KG
GZ = GM sin ϕ

수업에서는 이렇게 이론적인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GZ curve를 확인해 봅니다. GZ curve는 배의 기울어진 각도 ϕ에 대한 GZ 값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인데요, 학생들은 직접 C#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GZ curve를 잘 계산할 수 있는 '설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듯 선박 계산은 이론적으로 배웠던 수학, 역학 지식들이 실제로 조선해양공학에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보여주는 과목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안정성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배의 설계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죠. 이러한 설계 방법론은 이후의 3, 4학년 전공 과목인 '컴퓨터이용선박설계'나 '선박해양설계이론'과 같은 과목의 기반이 됩니다. 조선해양공학과의 다른 전공 수업, 컴퓨터이용선박설계 과목이 궁금하다면 38호 전공 수업 소개 기사4)를 참고해주세요!

질문4. 조선해양공학과만의 특별한 동아리와 행사가 있다고요?

질문4에 대한 답변:

네 맞습니다! 조선해양공학과의 대표적인 동아리로는 S-Sinker, ORCA, 너울, TSUNAMI, WAVE, F.C BLUE OCEAN 등이 있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나 조선해양공학과 동아리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름입니다.

이 중에서 조선해양공학과만의 특색을 담은 활동을 하는 다양한 동아리가 바로 S-Sinker와 ORCA, 너울입니다. 이들 동아리는 선박과 수중 로봇을 제작하는데, 특히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목표 지점까지 운항할 수 있는 자율 운항 선박을 만들고 다양한 경진 대회에 참여합니다. 선박에 필요한 운항 프로그램의 제작부터 3D 프린터 이용 방법까지 익힐 수 있는 굉장히 유익한 동아리입니다.

학문 외의 활동을 하고 싶은 분에게도 역시 다양한 '조선해양'다운 동아리가 준비되어 있어요. 조선해양공학과의 대표 밴드인 'WAVE'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밴드 곡을 연주해 볼 수 있고, 운동을 좋아한다면 축구 동아리인 BLUE OCEAN이나 농구 동아리 TSUNAMI에 들어갈 수도 있죠.

학과 차원에서의 유익한 행사들도 많이 진행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매년 이루어지는 조선소 견학이 큰 특징입니다. 견학을 통해 수업에서 이론적으로만 배운 개념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죠. 이 외에도 학부생들이 대학원 연구실별 부스를 둘러보며 연구 분야에 대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 설명회(Open Lab)' 행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문5.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가 궁금해요!

질문5에 대한 답변:

다른 학과에 비해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가 확실히 보장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 위상에 비해 조선해양공학과라는 학과 자체는 해안가에 위치한 소수 학교들 위주로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 공부한다면 조선 관련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 개개인에게 기업 차원에서의 더욱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견학이나 인턴, 시설과 행사 측면에서 더욱 우수한 환경이 제공됩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취업 걱정이 덜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원하는 만큼 관심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학문이 중공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공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 법조인,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산업체, 연구기관, 그리고 공공기관까지 다방면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조선해양 산업은 특히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큰 기술 격차를 두고 선도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가장 주목받는 수출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죠. 일례로 우리나라 조선사 '한화오션'에서는 미 해군 함정 '윌리 쉬라'호의 종합 정비를 맡았으며,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일종의 러브콜을 미 해군에서 받기도 했었죠. 이러한 점들은 향후에도 조선해양공학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우리나라를 빛내는 가장 거대한 공학, 조선해양공학도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 1) 해양플랜트: 석유, 천연가스 등의 해양자원을 뽑아내기 위하여 바다 위에 설치되는 구조물.
  • 2) 공대상상 38호 학과 소개, https://snu-eng.kr/html/2111/s0301.html
  • 3)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유체 속에 정지해 있는 물체가 받는 부력의 크기는 물체가 밀어낸 부분의 유체 무게와 같다는 법칙. 유체의 밀도와 물체의 부피, 중력가속도와 관계하여 W=pgV와 같이 표현된다.
  • 4) 공대상상 38호 전공 수업 소개(컴퓨터이용선박설계), https://snu-eng.kr/html/2111/s0303.html
참고 문헌
그림 출처
  • 그림1, 2, 8.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누리집.
  • 그림6. SNU OPEN COURSEWARE, Stability & Trim (복원성능).
  • 그림9.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소식지, Vol.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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