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속의 과학, 위키드

그림1 위키드 포스터
그림2 비눗방울을 타는 글린다

<위키드>를 알고 계시나요?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어"

뮤지컬로 우리에게 친숙한 <위키드>가 영화로 탈바꿈해 돌아왔습니다. 영화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원작 소설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오즈의 마법사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마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완벽하지만 공주병인 글린다와 피부가 초록색이라 차별받는 삶을 살아온 마법을 쓸 수 있는 엘파바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냅니다.

영화 곳곳에는 마법이 나타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우리는 모두 마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왜 불가능한지 자세하게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이번 기사에서는 영화 속 마법들과 관련된 과학, 공학 원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람이 비눗방울을 탄다고?

영화 초반부에는 글린다가 비눗방울을 타고 하늘에서 날아오며 마을 사람들 앞에 등장합니다. 마법을 부리며 비눗방울 속 글린다를 연기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말 아름다운데요, 무지갯빛을 띠는 비눗방울에 대해 함께 알아봅시다.

그림3 표면장력

둥근 비눗방울이 둥둥 떠다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비눗방울을 구성하는 물질과 작용하는 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비눗방울은 비눗물이 얇은 구 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말하는데요, 이렇게 둥근 형태로 존재하는 이유는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표면장력이란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최소한의 표면적을 취하려는 힘입니다. 액체 속 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분자 간 인력이 작용하는데, 모든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내부의 분자와는 달리 표면의 분자는 표면 및 내부 방향으로만 인력이 작용하므로 불안정해 더 높은 에너지를 갖습니다. 따라서 액체는 안정해지기 위해 표면적을 줄여 표면의 분자 수를 줄이고 에너지를 낮추려고 하는 것입니다. 공중에서 표면적을 최소한으로 하는 형태는 구이기에 비눗방울은 둥근 모양을 가지게 되죠.

그림4 계면활성제의 구조

그렇다면 왜 물로는 공중에 떠다니는 방울을 만들 수 없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방금 설명했던 표면장력의 차이에 있습니다. 물은 강한 극성을 가져 분자 간 인력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내부 분자들도 서로를 강하게 당기고, 얇게 펴지지 않고 작은 방울 같은 형태를 가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눗물의 성분인 계면활성제를 넣어 주면 표면장력이 약해져 얇게 펴진 구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계면활성제는 세제나 비누의 성분으로, 친수성기와 소수성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림5 용액 속 계면활성제

소수성기는 기름 같은 비극성 물질과 친화성을 갖고, 친수성기는 물과 같은 극성 물질과 친화성을 갖습니다. 이 계면활성제가 물에 용해되면 친수성 부분은 물에 있고 소수성 부분은 공기에 있도록 표면으로 배향됩니다. 이 과정에서 표면의 물 분자의 일부가 계면활성제 분자로 대체되고 계면활성제와 물 사이의 분자 간 인력이 두 물 분자 사이의 분자 간 인력보다 작기에 표면장력이 감소합니다.

이렇게 표면장력이 약해지면 막을 얇고 넓게 펼칠 수 있으므로 구의 형태를 갖게 되는 것이죠! 비눗방울의 막 두께는 약 1㎛로 매우 얇기에 비눗방울 속의 공기에 의한 부력이 비눗방울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보다 커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비눗방울 속에 사람이 있다면 너무나도 얇은 막과 접촉하는 순간 방울이 터져버릴 것이고, 만약 터지지 않더라도 비눗방울 속의 공기에 의한 부력이 사람의 질량에 의한 중력을 이길 정도로 커질 수 없기에 사람은 비눗방울을 타고 다닐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죠?

초록색 피부, 현실에서도 가능해!

그림6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
그림7 카멜레온 같은 인공 전자 피부 제작 기술

작중에서 엘파바는 선천적 초록색 피부로 어릴 때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초록색 피부가 현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다양한 색의 인공 전자 피부 제작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삼성의 폴드 시리즈처럼 변형이 가능한 전자 소자 기술을 '플렉시블 전자 소자 기술'이라 하는데요, 이 기술이 피부처럼 수축과 팽창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인공 전자 피부 기술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포스텍의 최수석 교수 연구팀은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고, 투명한 피부까지 만들 수 있는 인공 전자 피부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1) 카이랄 구조를 갖는 광학 탄성체(Chiral Photonic Elastomers, CPE)를 사용하여 전자 피부를 제작했는데, 이 CPE는 스프링 모양의 분자 회전 특성과 전기적 힘 또는 신호를 통해 길이가 변화하는 신축성을 가져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합니다. 또한 카이랄 나노 회전 길이의 변형을 통해 동시에 여러 나노 구조 길이를 조절하여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전자 피부를 사용한다면 초록색 피부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마무리

오늘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위키드> 속 마법들과 관련된 과학 원리들을 알아봤습니다. 이렇게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법에도 공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마법 영화 중 제가 <위키드>를 소개한 이유는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다양성과 차별 없는 세상을 노래합니다. 겉보기에 다르더라도, 모두 소중한 생명이자 인격이라는 점을 시사하죠. 독자 여러분도 색안경 없이 모두가 하나되는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살아갔으면 합니다!

참고
  • 1) 거울상 영상에 서로 겹쳐질 수 없는 분자 구조. 서로 거울에 비친 형태를 띄지만 겹쳐지지는 않는 형태를 말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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